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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대사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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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대사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시론> 조선일보 주최 '한미관계 워싱턴 세미나'를 보며

대한민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압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아무리 북핵 교착 국면에서 한국의 입지가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오만을 넘어 폭력에 가까운 행위다.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러드호텔에서 조선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부시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과 ‘한미 안보관계의 전망’ 세미나를 통해 한국에 대해 공개적이고도 노골적 압력을 행사했다.

이날 세미나는 편파적이고도 일방적인 참가자들이 벌인,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우선 이날 주요 참석자 면면을 봐도 그렇다.

짐 리치 미 하원 아태소위위원장. 작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의 공동 발의자이기도 한 전형적인 매파이다. 그는 “자주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와 거리를 두는 것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현명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라고 교활하게 충고했다.

오공단 미 국방연구소 연구원. 랜드연구소 출신의 우파 추종 성향의 소유자.

그녀는 “동맹은 서로 계약서에 서명한 결혼관계 같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동맹은 깨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간을 읽으면 대한민국이 미국에게 시집간 신부라는 얘긴데, 신부가 신랑의 ‘일방적인 복무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울을 깨겠다는 협박? 미 국방연구소라는 정체성을 감안할 때 이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에번스 리비어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부시 1기 시절 주한 미 부대사를 지낸 그는 부시 1시 출범 직후인 2001년 2월 11일 스티븐 보스워스 대사가 귀국한 후 그해 9월 11일 토머스 허버드 대사가 부임하기 까지 7개월 동안 주한 미 대사 직무대리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외교관출신이지만, 공화당 성향의 인물.

그는 이날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이 어디에 있건 안보에 대한 도전이 일어나면 유연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중요하게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이 (한반도에서 다른 곳에 투입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한미군의 정당성을 둘러댔다.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담당 국장.

조지타운대 교수 출신으로 네오콘 등 이데올로그들과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지만 ‘경제제재를 비롯한 압박수단이 북한을 다루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 유일한 대안’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점에선 대표적인 매파. 때문에 부시 2기 초 그가 백악관에 입성할 당시 한국계2세라고 반겼던 이들은 곧바로 낙담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도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 복귀해서 그 회담이 제공하는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는 공자말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밖에 이날 주요참석자 면면을 살펴보자.

커트 캠블 CSIS 수석부회장, 한용섭 국방대 안보연구소장,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야 그렇다 치고, 심지어 커트 웰든 미 민주당 하원의원과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조차 성향으로 보면 공화 성향(또는 부시 성향)의 인물이니 이날 토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불문가지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고약해지고 있는 미국의 대한 스탠스에 대해 최전선의 사령탑인 홍석현 주미 대사의 행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그를 총리급인 주미 대사에 기용한 것은 출발부터 한편의 코미디였다.

작년 12월 16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승주 주미대사의 후임에 깜짝 놀랄 만한 빅카드를 찾았다”고 애드벌룬을 띄운다. 김 실장의 애드벌룬 띄우기로 더 이상의 보안이 어렵게 되자 외교통상부는 다음날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내정을 서둘러 발표한다.

이규형 대변인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본인의 경험과 능력, 학식, 대미인맥 등을 충분히 활용해 그간 행정부 차원에만 치우쳤던 대미관계를 보다 포괄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과 함께 활약 전망까지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노대통령 홍석현 카드 발탁배경’ 기사에서 “노무현 정권이 실용주의 사고를 갖고 경제전문가와 언론인으로서 경륜이 있고 미국 조야인사들과 친분이 있어 여론주도층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담았다." 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 술 더떠 현 정부의 전략적 포석임을 강조하면서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유엔 사무총장직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보자.

2월 17일 주미대사 임명장을 받고 2월 22일 집무를 시작한 이후 한미관계는 얼마나 달라졌나.

미국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최근 들어선‘동북아균형자론’이 미국을 배제한 홀로서기의 본격적 채비라고 인식해, 마구잡이로 비난하더니 드디어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들먹이며 협박하고 있는 국면이다.

최근 미국이 우리에게 가하고 있는 입체적 압박의 수위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기도 못지않게 고약한 상황이다.

이 정도로 심각한 국면이 되기까지 홍 대사는 과연 어떤 일을 했는가.

워싱턴 외교가를 섭렵하며 캐비어에 와인이나 기울이면서 외교관의 특권을 향유한 것 이외에 홍 대사가 한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가 그토록 절친하다는 워싱턴포스트의 그레이엄가(家) 사람들을 만나 대한(對韓) 논조를 바꾸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가 나온 스탠퍼드대 부총장 출신인 콘돌리자 라이스를 한번이라도 단독으로 만나 한미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눠 봤는가? 그래서 미국의 대한 정책을 수정토록 만들었는가?

외교는 총성없는 전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부임 3개월이 되도록 날로 악화되는 한미관계를 치유하고 복원할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무얼 했단 말인가.

그런 인물을 ‘빅카드’라고 추켜세우면서 언론플레이까지 한 정부의 단세포적이고도 근시안적인 행태 또한 용서받기 어려운 실수.

홍석현 대사는 지금 미국 워싱턴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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