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주를 하나 보기로 하자.
연 을사(乙巳)
월 임오(壬午)
일 무술(戊戌)
시 무오(戊午)
1965년생의 이 젊은이는 만성신장염으로 고생하다가 지난 2002년 여름, 돌연한 자살로 생을 마쳤다.
필자가 이 젊은이를 만났던 것은 2001년 가을 경이었는데, 일견해서 신장기능에 이상(異狀)이 있다고 말했더니 신장염을 앓은 지 오래되었다는 그의 대답이었다. 직장도 잃고 의욕도 잃었다고 하기에 그 이후 필자를 몇 번 찾아올 때마다 위안을 주곤 했었다. 죽은 이유는 그 가족 말로 비관자살이라는 것이었다.
한방이나 명리학에서 신장(腎臟)은 수기(水氣)에 해당된다. 특히 자수(子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젊은이의 사주는 여름인 오월(午月)에 태어나 사주 지지(地支)가 모두 뜨겁고 건조하며 월간(月干)에 임수(壬水)가 하나 있긴 하지만 허(虛)하기 이를 데 없다. 사주 전체에 수기(水氣)를 생하는 기운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이 젊은이가 자살한 것은 2002년 여름이니 임오(壬午)년 무신(戊申)월의 일이다. 연운에서 만난 물의 기운, 임수(壬水)를 월운의 무토(戊土)가 극하니 병세가 악화되고 그것을 비관한 결과로 여겨진다.
또 하나의 사주를 보기로 하자.
연 임진(壬辰)
월 무신(戊申)
일 갑인(甲寅)
시 기사(己巳)
1952년생의 남자 분이었는데, 2002년 여름 간암(肝癌)이 악화되어 그 해 가을에 세상을 떠났다. 2000년 경진(庚辰)년 살(殺)운에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 두고 편의점을 차렸는데, 이미 그 해부터 간암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으로 필자는 여긴다.
사주를 살펴보면 월간의 무토(戊土)가 연간의 임수를 극하고 있고, 월지 신금(申金)과 일지 인목(寅木)이 충(衝)하고 있다. 타고나기를 간 기능이 다소 약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서 어릴 적 대운이 기유(己酉), 경술(庚戌)운을 지나면서 간 기능이 더욱 약해졌다.
필자에게 털어놓기를 황달을 앓은 적도 있고, 간 기능이 늘 약한 편이었다고 한다. 필자를 찾아온 것은 2001년 가을 무렵이었는데, 건강이 심상치 않아 보여 사업보다도 건강에 더 유의하라는 부탁 말씀을 드린 바 있었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02년 초여름 무렵, 그 부인께서 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남편이 간암으로 투병중인데, 어떻겠냐는 얘기였다. 필자는 양력 8월과 9월이 무신(戊申), 기유(己酉)월이라 대단히 엄중하다고 답변했고 확실한 얘기는 드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늦가을 무렵, 남편이 세상을 떴으니 장차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그 부인이 찾아오셨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 두면서 너무 많은 걱정을 했던 것이 원래 약한 간 기능에 무리를 주어 간암을 유발한 것이라 본다.
하나만 더 살펴보자.
연 계해(癸亥)
월 병진(丙辰)
일 신유(辛酉)
시 정유(丁酉)
1923년생으로서 이미 세상을 뜨신 분이다.
평생 심장 기능 이상인 부정맥(不整脈),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증세로 고생하셨던 분이다. 심하게는 2분 정도 심장박동이 멎어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힘겨워하셨다.
사주를 보면 병정, 두 개의 화기(火氣)가 있지만 지지가 모두 습하니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만나는 대운이 금운과 수운이라 부정맥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노년 들어 토운을 맞으면서 수기를 누르니 다행히 증세가 완화되어 그런 대로 수를 누리시고 떠나셨다.
이 세 개의 사례는 필자의 컴퓨터속에 저장되어 있는 대략 이천 여개의 사주와 건강, 질병에 관한 자료의 일부이다.
감히 단언하건대, 건강과 질병을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으로서 생년월일시, 즉 사주를 해석하는 명리학 이상의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 명리학은 아직 제도권의 학문이 아니기에 이론 체계가 잡히지 않아 해석하는 사람의 내공과 실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점은 한의학도 유사한 구석이 있다. 말이 침구 치료이지, 시술자의 수련과 실력에 따라 같은 침 한방이라도 그 효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있다. 최근 한의원에서 놓는 침, 관을 이용하여 피부를 살짝 통과하는 정도의 침은 혈 자리에 놓았다 해도 별무소득이다.
돌아가서, 명리학이 체질과 질병을 해석하고 그 기미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큰 소리가 아니라, 과연 그런 이치가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공유토록 하기 위해서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제시해보기로 한다.
태어난 생년월일시가 어떻게 그 사람의 건강과 체질, 병적 요인 등을 말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 생리 등은 대자연의 계절적 순환에 따라 살고 움직이도록 진화, 발전, 적응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절적 순환이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지구가 자전하고 또 태양을 일년에 한 번씩 공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구의 축이 23.5 도 기울어져 있기에 그런 것이다.
자전하기에 낮과 밤이 주어지고, 축이 기울어진 지구가 공전하기에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가 있는 것이다. 모 종교에서는 조만간 지구 자전축이 바로 서는 대 개벽(開闢)이 온다고 하는데,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할 것이고 한참 지나서, 적어도 수 백 만년 정도 지난 뒤에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지구상의 이 같은 낮과 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동양학에서는 음(陰)과 양(陽)이라는 어휘로 표현하고 있다.
가령 12월 22일경 동지(冬至)에 가서 하나의 양(陽)이 다시 돌아온다고 동양학은 말하고 있다. 이 일양복래(一陽復來)의 설은 겨울이 가장 극성한 지점에 도달하면 다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이라는 기적(奇蹟)과도 같은 자연 현상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해마다 겨울에 가서 해가 다시 길어지는 것을 무한히 고마워했으리라.
아울러 우리 선조들은 세상이 변전 발전해가는 것에 있어 모종의 규율(規律)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으로 정리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우리 선조들’이란 말을 쓰고 있는데, 음양오행의 규율을 지각한 이들은 바로 발해만 일대에 살던 동이(東夷)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이 사람들은 중국과 한국, 일본의 공통 조상들이기에 우리 선조들이란 말을 써도 전혀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좀 더 풀어 얘기한다면 동이를 중심으로 하는 은(殷)문화와 중국 서쪽에서 진출해 온 주(周)문화, 그리고 남방의 초(楚) 문화가 결합한 것이 오늘의 중국이고, 동이 문화가 한반도 일대의 예맥(濊貊)문화와 결합한 것이 오늘의 한민족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한반도 문화를 주축으로 중국 중남부의 해안 문화가 건너가 결합한 것이니 사실 일본은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식민지(植民地)인 것이다.
한 가지 더 부언하면, 한의학의 외형상 특징은 침(鍼)이라고 하는 독특한 치료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 침 역시 동이족의 소산이라고 한의학의 소의경전인 ‘황제내경’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리 한의학은 우리 고유의 창안인 침을 도외시하고 중국인들이 발전시켜온 약, 즉 탕(湯)에 더 치중하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라 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음양과 오행, 현대적으로 풀어 말하면 대자연의 순환과 인체의 체질과 건강은 그 궤도를 함께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한의학의 이론적 근거가 있으며 태어난 생년월일시가 그 사람의 건강과 체질을 말해주는 까닭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계절의 순환과 인체의 생리와 건강이 어떤 식으로 연관을 짓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밝히기로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