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에 대한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소장파 남경필, 정병국 의원이 전날 박사모를 맹성토한 데 이어 이날은 박사모를 지원하고 소장파 의원들을 비판한 박근혜 대표를 직접 겨냥해 맹성토했다.
박 대표가 지난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은 안하고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원희룡 의원과, '당에 악영향 미칠 인터뷰를 한다'고 지적한 남경필 의원이 박 대표 공격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당 내에선 소장파 의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어 '박사모'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원희룡 "팬 카페의 왜곡과 악의적인 주장에만 귀 기울이지 마라"**
원 의원은 '4.30재보선'이 있던 지난 달 30일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는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고, 박 대표는 이런 원 의원을 겨냥해 "선거 때 당원들은 한표라도 더 얻으려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는데 인터넷 게임이나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원 의원은 16일 저녁 10시경에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4월30일은 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날"이라며 "이 날, 천만명이 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체험하려고 노력한 것이 한나라당에 커다란 대역죄를 지은 것이라면 그 죄에 대한 벌 또한 달게 받겠다"고 비꼬았다.
원 의원은 '선거유세 동안 게임에 빠져 유세장에 얼굴을 한번도 비친적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나를 공격하고 있는 팬 카페 사람들 모두가 텃밭이라고 불리는 영천에 올인하고 있을 때, 나는 행정수도 이전문제 등으로 인해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나간,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는 충청도로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의원은 지원 유세 사진과 함께 아산에서 당선된 이진구 의원으로부터 받은 감사의 글도 공개했다.
원 의원은 "다시 '4.30재보선' 유세 기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충청지역으로 갈 것이고, 다시 인터넷 게임을 해서 젊은이들과 문화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사실 확인 노력도 없이 언론의 이야기와, 전남도당 당원들의 이야기보다 팬 카페 사람들의 왜곡과 악의적인 주장에만 귀 기울이시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박 대표의 '측근'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남경필 "자만해선 안된다고? 실천이 중요하다"**
박 대표가 '당에 악영향 미칠 인터뷰를 한다'고 지적한 의원은 또 다른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 남 의원은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과연 박 대표가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나 봤을 때, 지난 1년간 국민적 인기에 가려져 있던 단점들이 보이면서 의원들이 한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은 수권정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남 의원은 17일 '박근혜 대표께'라는 편지글을 통해 조선일보 인터뷰를 지적하며 "'이건 아닌데'하는 내용과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가슴에 남았다"며 박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 의원은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엄청나게 변했다고 하는데, 4.30재보선 승리 외에 엄청나게 바뀐 것은 무엇인가"라며 "시작도 제대로 못한 한나라당의 변화를 엄청나게 바뀐 것으로 평가한다니 어리둥절하다. 이 어리둥절함이 나만의 느낌인가"라고 반문했다.
남 의원은 "재보선 이후 박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은 자만해선 안된다고 말하는데, 말과 실천은 함께해야 한다"며 "혹시라도 재보선 대승이 우리를 자만이라는 위험한 독에 중독시킨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내 주장의 내용도 잘 보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한나라당으로는 집권이 힘드니 한나라당을 혁명적으로 바꿔 집권에 성공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작은 승리에 취해 낙관론을 빠져 드는 것이 당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재보선 승리는 박 대표 헌신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그 승리에 힘을 함께 보탰던 크고 작은 노력들이 폄하ㆍ왜곡돼선 안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노력들이 작게 평가되거나 왜곡되게 보고되고 있다면 이는 큰 문제"라고 원 의원과 같은 맥락으로 측근들에 의한 박 대표 보고체계를 문제 삼았다.
남 의원은 "교육개혁, 국적법 등 모처럼 한나라당의 정책파이팅이 돋보이는데, 많은 분들은 대표가 생각하는 선진화 전략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한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대표 스스로 고민하고 생산해 낸 전략들을 듣고 싶다"고 박 대표의 '컨텐츠 부재'를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이제 박 대표는 재래시장정치, 영남정치는 그만해도 된다"며 "그 곳에서 대표에게 열광했던 분들은 이미 대표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다. 어디로 가지 않는다"고 텃밭을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그는 "박 대표는 비판적인 지식인들, 한나라당이라면 잘 쳐다보려 하지도 하는 386세대들, 과거 역사 속(박정희 대통령 통치 시절)에서 상처받았던 피해자들에게 다가가라"며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정책으로 무장하면 된다. 냉철한 역사관과 따뜻한 마음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소장파, 혁신의 모습을 언제 보여줄 건가" **
박사모에 이어 박 대표를 겨냥해 비판하는 소장파 의원들의 태도를 문제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논란이 더욱 뜨겁다. 초선의 김재원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전날 박사모를 비판한 남경필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도대체 왜 박사모와 전쟁을 벌이는가"며 "박사모는 박 대표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바탕으로 조직된 팬클럽이기 때문에 박 대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그들이 설사 박 대표를 공격하는 다른 분들에 대하여 공격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으며 위협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인터넷 상 수많은 연예인들의 팬클럽은 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경쟁관계에 있는 연예인에게 비방이나 육탄공격을 하는 것이 속성"이라며 "그렇다고 공격을 받은 연예인이 나서서 다른 연예인의 팬클럽에 비난을 퍼부은 사례가 있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당의 얼굴인 분이 나서서 박 대표의 개인적인 팬클럽에 불과한 박사모 구성원의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용어와 다소 과격한 언사에 한판 전쟁을 벌이는 것은 품위와 격에 어울리지도 않으며 우리 한나라당에 결코 이롭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사모가 책임당원에 가입해 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데 대해서도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그들은 박 대표의 대선 승리 때문에 모인 것이다. 팬클럽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당에 들어오겠다는데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책임당원제 가입을 환영했다.
김 의원은 "박사모가 맹목적인 사모곡을 부를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에게 건강한 비판을 하라는 주문도 이해할 수 없다"며 "팬클럽은 원래 열광과 환호로 뭉친 집단이지 건강한 비판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고민과 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뒤 이어 김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변화', '혁신'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언제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고 비꼬았다. 그는 "도대체 혁명적 변화의 모습은 무엇이냐. 과거와 단절하는 단호한 변화의 모습은 무엇이냐"며 "도대체 언제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행여 금방이라도 깨져 버릴 것 같은 소리나는 변화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땅의 '개혁파'들이 어떤 혁명적 변화를 주장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기존 권위에 도전만을 일삼기에는, 그래서 '질풍노도(Strum und Drang)의 시대'를 보내기에는 이제 '소장파'는 너무 늙어 버린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난닝구', '빽바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에 치를 떠는 사람들은 '박살모'에도 절망할 것"이라며 신중한 언어 사용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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