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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감성정치' 확산, 고건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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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감성정치' 확산, 고건도 합류

대권주자들 홈피에 경쟁적 '사모곡' '사부곡'

어버이날을 즈음한 대권주자들의 사모곡, 사부곡이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이에 언론과 네티즌들도 높은 관심을 보임으로써 대권주자들의 홈페이지는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유권자들에게 사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도구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정동영 '사모곡' VS 박근혜 '사부곡' **

스타트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끊었다. 지난 6일 모친 장례를 치른 정 장관은 8일 홈페이지 글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정사를 자세히 소개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 장관은 '나를 아끼듯이 남을 아끼라'는 생전 어머니의 당부를 회상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생전에 어머님이 저희에게 내리신 뜻을 저버리지 않는 일로 알고 성심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정 장관은 '장례식 정치'에 대한 언론의 관심 탓에, 상(喪) 중 일거수일투족이 평소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었다.

같은 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부곡으로 맞불을 놨다. 박 대표는 정 장관처럼 애끊는 그리움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박정희 전대통령,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찍은 옛 사진을 공개하며 '박정희 향수'를 한껏 자극했다.

두 대권주자의 사모곡과 사부곡이 화제가 되자, 이보다 앞선 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손학규 경기지사의 사모곡이 덩달아 입에 올랐다. 손 지사는 가난했던 시절 고생하던 어머니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며,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오후, 입양아 부모 행사에 다녀온 후기를 올려 뒤늦게 경쟁에 합류했다. '후발'의 열세는 "장관으로 있는 동안 국내입양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아동수출국'의 오명을 벗겠다"는 정책 일성으로 가볍게 무마했다.

"대권엔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잠재적 주자'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도 '나이가 든 고아가된 희상이가 보내는 편지'를 써 사모-사부곡 트렌드에 동참했다.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해서인 듯,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회의 브리핑 말미에 "문 의장의 어버이날 글이 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은근한 '홍보'를 곁들이기도 했다.

***'홈피 정치가 감성정치의 결정판' 우려도 **

이 같은 경쟁이 반증하듯, 대권주자들의 온라인상의 '말랑말랑한' 접근은 정치무관심층과 네티즌을 공략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한나라당 박 대표가 미니홈피를 통한 소통으로 높은 호응을 얻자,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대권주자들의 '넷심(NET心)' 사냥은, 접근이 좀 더 쉬운 미니홈피 등 블로그로 옮겨 붙는 추세다.

'1만번째 방문자와의 데이트'로 화제를 모았던 박 대표의 미니홈피는 동생 박지만씨의 결혼, 올케의 임신 등 사적이지만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기 충분한 기사거리들을 심심찮게 제공해 기자들에게도 하루에 한 번은 체크해야할 '취재원'이 됐다.

이후 김근태, 손학규, 이명박 등 다른 주자들도 '미니홈피 대열'에 합류했지만 박 대표의 아성을 꺾지 못하던 차에, 9일에는 그간 정중동 행보를 보여 왔던 고건 전국무총리가 미니홈피를 개설, 하루 방문자가 2만명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 전총리가 일기장에 올린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도 호사가들의 구구한 해석이 이어졌다.

'2008년 대선은 정책 대결이 아닌 미니홈피 방문자수 대결로 판가름 날 것'이라는 농반진반의 전망은 무리하다손 치더라도, 결전의 그날이 가까워 올 수록 온라인 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처럼 향후 대권 가두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놓은 기술의 발전이 대권 주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대권주자들과 격 없이 '1촌'이 될 수도, '어깨동무'를 할 수도 있다는 즐거움 속에서도 네티즌들 스스로가 감성정치, 이벤트 정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센스'를 발휘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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