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한 '해외인턴제도'가 부실한 준비와 사후관리 미흡으로 부푼 꿈을 안고 해외에 나간 청년들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되돌아오게 하고 있다.
해외인턴제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전문대졸 이상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6개월간 국비로 호주, 중국,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현지 기업에 인턴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으로, 각 나라별로 위탁업체가 맡아 지난해 1천2백여명이 세계 각지로 파견됐다.
***"해외인턴 중도탈락자 대부분이 중국서 나와"**
이중 불만의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터져나온 곳은 중국.
6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에 따르면, 인력공단측은 (주)에듀조선을 파견 위탁업체로 선정해 1인당 2~3백만원(왕복항공료, 인턴배정 취업알선비등)을 지원했고 산동, 심천, 천진의 중국 진출 한국기업체에 3백53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 중 22명이 중도포기하거나 무단이탈했다.
"위약금 1백80만원을 물더라도 돌아오겠다"며 귀국한 참가자들은 "위약금이 없어 억지로 참거나 몰래 들어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불만을 가진 이들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단 측은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체들이 주로 영업, 회계등 '중간관리자 인력난'을 겪고 있어 취업연계율도 높은 편이라,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대규모 인턴 파견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참가자들은 "현재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도 이탈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현지 업체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파견"**
파견되기 전에 현지 기업은 필요 인력에 대한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고, 지원자들도 현지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상호 교류 없이 중국에 도착해서 몇번의 인터뷰를 마친후, 곧바로 배정받는 시스템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P모씨(25)는 "영업을 지원했지만, 일절 관계없는 부서에 배치됐고 그 부서의 일조차 한 적이 없다. 한 일이라곤 공장 청소와 정리 정돈 뿐, 두 달이 지나도록 인턴사원들에게는 제대로 된 자리도, 할 일도 없었다"며 "숙소는 난방시설과 전화도 없는 등 인턴을 받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업무가 맞는다면 최소 3년을 일해보려고 큰 맘먹고 왔지만 전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현지에서 에듀조선으로부터 회사배정의 책임을 넘겨받은 한인 상회쪽도 인턴생들의 불만 해결에 소극적이었고, 천진의 회사들이 전반적으로 상황이 열악했다"고 말했다.
***"엉뚱한 업무 배치 잦고, 단순 저임 노동력으로 여기는 경우 많아"**
C모씨(31)의 경우도 웹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제품디자인에 배치돼 인턴의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도착하니 어떤 정보도 없이 인터뷰해서 마구잡이로 어디에든 밀어넣는 분위기였다"며 "그런식으로 연결되면 회사도 인턴이 생각만큼 스킬이 없어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지원자는 지원자대로 시간과, 금전상의 손해와 함께 실망을 잔뜩 안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모씨(27)는 "같이 갔던 사람중에는 석사소지자였음에도, 창고 앞에 책상 하나 가져다 주면서 지키라고 한게 다인 경우도 있었다. 현지 회사도 어차피 중간관리자 역할을 기대 안하고, 그냥 젊은이들 데려다 싸게 부려먹으려는 경우도 많았다"며 "현지에서 이런 문제 말하면 에듀조선 측은 '너희 처지에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는 식으로 말해 불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지 업체들이 인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숙식제공'와 '2천위안(약30만원)'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에듀조선 측은 "사후 관리는 공단 쪽에서 하우산동이라는 사후관리업체를 따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는 공단에서 지시한 대로 했을 뿐"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산업인력공단 측도 "그런 불만은 일부에 불과하고, 중간 탈락자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선발과정에서 인성과 의지력을 중시하고 정신교육도 시킬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돌리려고 했다.
***산업인력공단 "시간과 인력 부족했다, 준비 미흡 사실"**
다만, 산업인력공단 최병기 해외취업지원부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영세하다보니 솔직히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고, 당장 위에서 청년실업해소 차원에서 1천명을 파견하라고 하니, 현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확인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시행착오 인정하지만, 현지 기업을 믿고 보내야지 별수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단측은 의원실ㆍ감사원의 지적이 계속되자, 파견수행기관인 에듀조선을 전격 교체하고, 문제가 불거진 심천, 천진, 산동 대신 북경, 상해등 대도시 중심으로 파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와 함께, 숙박시설도 30만원을 지급해 개인이 선택도록 하고, 해외공관의 협조로 사후 관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 측이 "대규모 파견에 집착 말고, 적은 인원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참가자들로부터 제일 많이 지적받은 '현지 업체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와 '적절한 현지 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고, 정신교육만 강조한다면, 정부의 해외인턴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단측은 현재 상해지역에 1백8명을 파견한 상태이며, 오는 9일 50명을 추가파견할 예정이다. 단병호 의원실은 "산업인력공단이 중도탈락자들로부터 받아낸 1백80만원 위약금도 사유가 적절하다면 반납하겠다고 한 만큼, 현재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부실한 인턴제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책임을 져야 정부의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인턴 정책에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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