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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나라 '누더기' 과거사법 처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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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나라 '누더기' 과거사법 처리 합의

민노, "민주인사 재조사법 밀실타협, 역사에 대한 기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일, 임시국회 최대 쟁점법안이었던 과거사법에 대해 합의, 이르면 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는 지적했던 개악 조항이 여전해 "법안 무력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포함**

열린우리당 정세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4월 임시국회 최대쟁점이었던 '진실ㆍ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 이른바 과거사법의 세부 내용에 합의해 수정안을 가능하면 3일 본회의에 제출해 처리키로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조사범위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ㆍ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로 결정됐다. 최종 협상까지 한나라당은 '적대시하는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우리당이 '동조하는 세력'의 삭제를 주장해 '적대시하는 세력'만을 포함시키기로 최종 결정됐다.

외견상 우리당 의견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인 기존의 안에는 없는 문구여서 "친북 용공 세력도 조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우리당이 결과적으로 일부 수용한 셈이됐다. 민노당과 시민단체, 우리당 일부에서 이 조항을 지적하며 "민주인사 재조사법, 제2의 국보법"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대표적 '개악' 조항으로 지적된다.

조사위원의 자격 요건을 두고는 우리당이 변호사와 3급 이상 공무원, 대학교수 등에 시민단체와 종교계, 언론계 등의 명망 인사까지 포함된다는 기존의 안을 고수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반대했다. 절충 끝에 '성직자로서 10년 이상 재직한 자'를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나 언론계 종사자 등이 적시된 기존의 조항은 삭제키로 해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예상된다.

조사위원회는 총 15명으로 국회가 8명,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해 구성케 된다. 국회 추천분 8명은 교섭단체 비율로 우리당이 4명, 한나라당이 3명, 비교섭단체가 1명씩 추천키로 했다. 조사대상에 대한 조사 지휘를 통괄하는 상임위원의 숫자는 4명으로 조정하고 대통령과 국회에서 각 2인씩 추천토록 했다.

군 의문사는 법안에서 제외되고 별도의 입법을 제정해, 국회 국방위에서 논의키로 합의했다.

진상 조사 범위에 있어선 '위원회의 의결로 민ㆍ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심 사유에 해당하여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기존의 안이 유지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에선 실제 KAL858기 등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는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지만 문병호 우리당 의원은 "위원회의 의결이 있으면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각당 의총 추인여부 관건, 민노-시민단체 반발**

회기 마지막날 수차례 의총을 거치며 늦은시각까지 본회의를 열었던 지난 12월, 2월의 선례와 달리 회기종료일을 이틀 앞둔 양당의 합의에 대해 원내대표단은 서로 '우리가 양보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4월부터 생산적 국회를 만들어서 국민들께 걱정을 덜 시켜드리고 희망을 드리기 위해 대승적으로 서로 양보했다"고 말했고,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회 마지막날 의총을 몇 번씩 하는 모습은 없어져야 한다"고 장단을 맞췄다.

이에 따라 양당 지도부는 과거사법을 3일이나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나, 양당의 의원총회 추인 절차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개악된 과거사법에 대해선 우리당내에서 이미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순탄치 않아 보인다.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원내대표단에 협상의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약간의 불만은 있겠지만 추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동조하는 세력'의 삭제에 대한 불만이 예상된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의총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민노당과 시민단체도 양당의 합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우리당의 '개혁 정체성'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민노당 심상정 부대표는 합의직후 즉각 기자실을 찾아 "과거사 진상 규명법이 아니라 민주인사 재조사법을 양당이 밀실에서 만들었다"며 "이 법으로 과거사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기만"이라고 맹비난했다.

심 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은 4.30 재보선 패인이 오늘처럼 원칙없이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는데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그들의 지지층에서 본다면 오히려 책임있는 정당"이라고 비꼬았다. 심 부대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법안 무력화 투쟁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 쌀협상 국조 5월 중 실시, 전국무위원 인사청문 **

한편 양당은 쌀협상과 관련한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기밀유지 준수'를 조건으로 4일 본회의에서 조사계획서를 채택한다는데 합의했다.

계획서 통과 즉시, 여야는 국조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즉각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조사대상은 중국 등 9개 국가와의 쌀 협상 전과정, WTO(세계무역기구) 검증절차 기간의 추가적인 양자협상 전과정, 쌀협상대책실무추진단 등에 의한 정부 내 협상과정 일체가 포함될 전망이다.

양당은 이밖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키 위한 법률 개정 작업에 착수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데 합의했다.

다음은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과거사법 등에 관한 합의서 전문.

***합의사항**

1. 본회의에 계류중인 '과거사법'은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이번 회기중 처리한다.
-조사범위(동법 제2조 1항5호) :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를 포함한다.
-조사위원회 구성을 "7(국회) : 5(대통령) : 3(대법원장)에서 8:4:3으로 변경한다."
-조사위원 자격요건(동법 제4조 2항) 제5호를 삭제하고 성직자로서 10년 이상 재직한자를 추가한다.

2.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는 법개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한다.

3. 쌀협상 관련 국정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조사계획서를 이번 회기 중 채택한다. 단,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정한 기밀유지의 의무를 철저히 준수한다.

2005년 5월 2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정세균 / 한나라당 원내대표 강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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