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한국이 중국과 연대해 대응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과 중국 연대해 일본 공격하는 것은 예쁜 모양새 아니다" **
문 의장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연대할 의사는 없느냐'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계속 문제가 안 풀릴 경우 전략적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한국과 중국이 연대해 일본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 자체는 예쁜 모양새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의장은 이어 "인류보편적 원리에 비추어볼 때, 역사와 관련된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진실을 확실히 규명하는 작업에 이은 통렬한 반성과 사과가 있은 후에야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면서도 "일본의 지식인들이나 주요 인사들이 이런 생각을 안 할 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해 일본인들의 '양심적 해결'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측이 독도문제나 교과서왜곡문제와 관련해선 종전입장에서 한걸음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일본편향적 입장'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실제로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24일 “한국과 중국은 역사 교과서가 1개밖에 없다”면서 “역사 해석이 1개밖에 없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는 망언을 되풀이하는 등, 역사왜곡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문의장, 앞서도 자민당 일개 의원 받고 과잉반응**
문 의장은 이에 앞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조례 통과 및 지난 4일 왜곡교과서 검정 통과 등 일본의 도발로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던 지난 8일에도 자민당의 젊은 의원 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을 통해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인 모리 전 총리의 "이달말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편지를 받고, 마치 일본측이 고개를 숙인 것처럼 긍정적 반응을 보여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고바야시 의원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리 회장의 친서는 한일의원연맹 차원의 대화 요청”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메시지는 일절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해, 이같은 화해메시지가 정부 차원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었다.
특히 모리 전총리는 "일본은 신(천황)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대표적 극우인사중 하나로 그의 속 보이는 화해 제스처에 문 의장이 과잉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을 낳았고, 실제로 일각에서는 "한 나라의 집권당 대표라는 분이 중견급의 자민당 간부도 아닌 젊은 국회의원의 예방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대표)라고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이 새로운 카드 준비할 가능성 있어" **
문 의장은 또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의 대북강경 선회 분위기와 관련, '미국이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으로서도 6자회담의 재개는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이 새로운 카드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 의장은 그러면서도 지난 23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회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로 들은 얘기는 없지만 회담 자체가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신호라고 본다"며 "장관급 회담이 재개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북한의 변화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의장은 특히 간담회 주최측이 '외신'인 것을 의식한 듯, 오랜 시간을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미국 등의 오해(?)를 푸는 데 할애했다.
문 의장은 "힘의 균형자론이라는 생각에서 한국이 균형자를 자처할 만한 힘이 있냐는 의문이 있을 줄로 안다"며 "그러나 균형자가 되기에 필요한 힘은 과거와 같은 군사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독특한 위치에 있어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굳이 용어를 만들자면 지정학적 위치에서 오는 '연성파워'(Soft Power)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동북아에서 EU(유럽연합)와 같은 공동체 시장을 목표로 평화를 추구하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균형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또 "균형자론과 관련해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균형자론은 한미동맹관계를 기본으로 깔고 한-미-일 동맹을 또 한번 기반으로 깔고 그 다음에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라고 미국측 오해를 풀기 위해 주력했다.
과연 문 의장의 이날 간담회에 대해 이 자리에 모인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외국언론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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