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 전노동당비서가 21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의장 정형근)가 주최한 '제2회 한나라 포럼'에 참석해 "김정일이 대리인을 내려 보내 남한내 친북반미 사상을 교육시켰다"고 주장,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일이 대리인 내려 보내 남한내 친북반미 교육"**
황씨는 이날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한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황장엽 선생님(정형근 중앙위원회 의장)", "한반도의 모든 문제에 대한 고뇌와 고통을 몸으로 겪어온 분(강재섭 원내대표)",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하는 애국심에 탐복(이강두 최고위원)",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이상득 의원)" 등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황씨는 90여분간 행한 강연에서 "남한은 지상낙원인데, 여기에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는 북한에 대한 친북반미 사상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사적 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세대교체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나올 때부터 친북반미 사상을 가지고 나오냐"고 반문한 뒤, "너무 자만에 도취해서 아이들 교양하는 것까지 잊어버린 것"이라고 기성세대 책임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친북반미를 요구하는 사람이 김정일 말고 또 있냐"며 "김정일이 대리인을 보내 그렇게 교육시킨 것인데, 그것을 세대교체 탓으로 돌리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근거없는 간첩 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는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를 보니 북한과 미국이 전쟁하면 북한 편에 들어서 미국에 반대하겠다는 사람이 20%이상"이라며 "이 사람들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데 좋아하지 않겠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친북반미의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냉전 전략은 역사상 최고로 위대한 전략"**
황씨는 또 "냉전 사고가 종식됐다고 떠드는 것은 자만에 도취된 것"이라며 "냉전 때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냉전 전략은 역사상 최고로 위대한 전략"이라며 "백전백승이 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선이다. 남이 무력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이 무력"이라고 냉전시대의 군사력 경쟁을 찬양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자만에 도취해서 냉전이 종식됐다고 떠드니, 적아(敵我)를 구분할 줄도 모르게 됐다"며 "이러한 상태를 일반 대중이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치인들도 몰랐나. 정치인들에게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과 북한, 미국과 남한이 동맹을 맺고 있는데, 동맹이란 투쟁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맹을 생각하지 않고 중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생각이냐. 동북아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것은 통일 뒤에나 할 소리"라며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비판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서 중국과 북한의 동맹을 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은 미국을 정치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일에게 핵무기 만들었다는 것 들었지만, 증명은 못해"**
황씨는 이날 북한의 핵무기 개발상황과 관련해선, 94년 제네바 협정 체결 전후시기에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말을 김정일로부터 직접 들었다"며 "김정일은 '핵무기를 만드는데 성공을 해서, 지휘를 한 아무개를 표창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군수공업 담당비서인 전병호와의 대화를 소개한 뒤, "8천개 연료봉 중에 절반을 재처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난번에 아무개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했는데 자꾸 증명을 해보라고 해서 혼났다"고 송두율 교수 사건을 거론한 뒤 "북핵과 관련해서도 내가 증명할 재간이 없다. 내 얘기는 참고만 해라. 신문에 안났으면 좋겠다"고 몸을 사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황씨는 ""룡천 (폭파) 사건 비슷한 것도 그 전에 더러 있었고 몇천명이 죽었다고 하더라"면서 "김정일을 욕하는 소리는 과거에는 전선에서나 있었는데 최근엔 평양 시내에서도 들리고, 몇 번 암살기도도 있었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용비어천가만 부른다", "노 정부의 선동적 국수주의, 천박한 궤변"**
한나라당 중앙위원회는 당초 당내 직능단체 성격으로 출발한 조직이나 원외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선거조직으로 인식돼 왔고, 정형근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당내 극우성향 인사들의 모임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날 참석한 주요 당직자들은 이 단체의 성향을 의식한듯, 축사를 통해 노 대통령의 외교정책 성토에 열을 올렸다.
정형근 의원은 안기부 출신임을 과시하듯,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는 북핵문제에 대해 정보기관과 정보 당국이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정부의 안이한 발언과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있어 어디로 표류할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공 시절 안기부 파견 검사출신인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상한 학술적 용어 같기도 한 '동북아 균형자'라는 말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해 득표를 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국내 정치 돌파용밖에 더 되겠냐"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청와대 비서관들은 안보 걱정을 하는 사람을 안보장사로 몰아붙이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통령이 외교부와 상의 없이 불쑥불쑥 내뱉는 말에 아무 항의 못하고 용비어천가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진 의원도 "대통령이 미국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 때문에 한미관계가 헝클어지고 있다고 했고 영어 잘하는 사람이 친미주의자라고 했다"며 "한미관계가 헝클어진 것이 영어 탓이냐 철부지 같은 선동 반미외교 탓이냐. 이 정부의 선동적인 국수주의와 천박한 궤변으로는 한반도의 장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맹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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