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국회를 뜨겁게 달궜던 국보법의 4월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양상이다.
***국보법, '오일게이트'에 논외로 밀려날 듯 **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등 5개 정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찬 회동을 갖고 국보법을 국회 법사위에 상정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지만, 구체적인 처리 일정은 공백으로 남겨뒀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회동후 브리핑을 통해 "과거사법은 이번 회기 중에 처리하고 사학법은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다른 쟁점법안 처리 방침에도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표들의 이같은 합의는 표면적으로는 '3대법안' 모두가 처리될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여야 의견차가 큰 국보법과 사학법의 처리 시기를 못박지 않아 실제적으로 이번 4월 국회에서는 이미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과거사법만 처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보법의 경우는 최근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제출해 지난 10월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안 제출 이후 6개월 만에 정상적인 개폐 논의를 기대케 했으나, 법사위 일정상 29일께나 첫 논의가 가능해 이번 회기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다음달 4일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 물리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데다가, 여론의 관심도 정치권 최대 쟁점인 '오일게이트 특검' 논란 쪽으로 분산된 상태기 때문이다.
또한 4.30 재보선을 두고 '안정적 국정운영'에 만전을 기해야할 여권 지도부가 야당과 이견차가 큰 법안 폐지에 의욕적으로 나설 리도 만무하다는 관측도 4월 임시국회에서의 국보법 처리 불발을 예고하는 한 요인이다.
***폐지연대 "한나라 개정안은 모자만 바꿔쓴 존치법" **
이에 작년 연말 당시 단식농성으로 정치권의 '결단'을 장외에서 압박했던 시민사회단체도 맥이 빠졌다.
김성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사무총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우리도 정치권이 국보법 폐지에 자발적으로 나서 상반기 중에 폐지되리라는 기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17대 초반 처리'라는 명분을 다시 내걸 수 있는 하반기가 돼야 정치권에 실질적인 압박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에서다.
김 총장은 "지난 연말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폐지를 해 냈어야 하는데..."라며 더 불리해진 정치적 환경에 아쉬워하며 "여야가 화해모드를 취하며 '협상'을 강조하고 있는 현 판국에서는 국보법의 반인권적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정치권 생색만 내는 쪽으로 국보법 논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김 총장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7조를 예로 들자면 '찬양ㆍ고무 등'을 '선전ㆍ선동'으로 로 문구만 바꿨을 뿐이지 조항과 법체계는 그대로 둬 정치적 판결 여지를 그대로 뒀다"며 "모자만 바꿔쓴 존치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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