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18일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통일부는 허문석씨가 사장으로 있는 'H&K에너지'사의 북한 모래 채취 사업과 관련한 철도운행을 하루만에 승인해줬다"며 "어떤 커넥션이 있었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충분한 검토 이후 사업 승인이 이뤄졌고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고 반박, '오일게이트' 사건이 북한 건자재 채취사업과 연관되면서 통일부에도 '불똥'이 튀었다.
***정문헌 "통일부가 나서서 허문석씨 북한 모래채취 사업 지원"**
북한 건자재 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지난 10일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2004년8월12일 철도청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회의록엔 '철도청은 리스크(위험) 보상 차원에서 북한 건자재 채취사업 참여권까지 역제의한다'고 나와있다. 당시 신광순 철도청 차장은 "유전사업 참여를 전제로 북한 건자재 사업을 주었고…"라고 했다.
이에 정문헌 의원은 18일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통일부는 허문석씨가 대표로 있는 H&K에너지와 북한이 맺은 계약 확인도 없이 사업신청 다음날 승인서를 발급했다"며 "통일부가 시한에 쫓기 듯 도장부터 찍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철도공사의 수송장비 은행 신청서, 운행계획서와 통일부의 수송장비(철도차량) 운행승인서 등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난 1월26일 "H&K에너지에서 추진하는 북한 예성강 건자재 운반에 대한 철도공사의 차량 운행계획서 및 수송장비 운행 신청서를 제출한다"며, 문산~개성을 왕복하는 철도차량(일간 2개열차, 무개화차 50량)을 2005년 2월1일부터 2025년 1월31일까지 20여년간 운행을 승인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통일부는 다음 날인 1월27일 철도공사에 차량 운행 승인서를 보낸다. 운행노선은 남측 문산ㆍ파주ㆍ화천역에서 북측 토성ㆍ요현ㆍ계정ㆍ금천역 구간이고 기간은 2005년 2월1일부터 2005년 7월31일까지 6개월간만 승인했다. 다만 '소정의 절차를 거쳐 연장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문서를 공개한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는 사업 타당성 근거가 되는 H&K에너지와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간 합의서, H&K에너지와 철도청간의 계약서 등 사업 타당성ㆍ실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 서류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1월말경엔 이미 감사원이 허문석씨 소유의 코리아쿠르드오일(KCO)과 러시아 페트로사 주식매매 계약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었고, 감사원이 이미 내사에 들어간 시점"이라며 "통일부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지원했고, 시간에 쫓기듯 승인신청을 내준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다른 커넥션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어 "허문석씨는 2004년 11월초부터 통일부와 첫 접촉한 이래 직접 또는 유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허씨는 자신이 북으로부터 '신의주 행정특구 장관직을 제의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일부에 알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남과 북, 사업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이라서 승인"**
정 의원의 지적에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업에 대해 검토를 했다"며 "1월에 철도청이 요청을 해와 승인을 해줬다. 참고로 북한의 모래 반입 사업은 북과 남, 사업자에게 모두 윈윈(win-win)이 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고 사업 승인 배경을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철도운행은 작년 말부터 시험운행에 합의를 했는데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추진이 안됐었다"며 "민간 사업자의 모래반입으로 이 부분을 촉진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하루만에 승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취임하면서부터 타부서의 업무 협조를 신속히 할 것을 강조했다"며 "부처 내에 협조업무촉진관을 지정해, 타부처 업무를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하는지를 체크해서 포상하는 시스템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관련 문서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통일부측은 "구체적 운행계획은 철도공사에서 다 받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 장관은 허문석 씨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허 씨가 신의주 행정특구 장관을 제의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통일부측에선 "그런 주장을 한다고 들었지만 신빙성이 없는 얘기로 듣고 흘려버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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