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문화를 바꾼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산업사회의 문화를 가져왔고 미디어기술의 발달로 시작된 정보혁명은 정보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메인프레임이 개인용 컴퓨터 PC로 발전하면서 디지털문화를 가져왔고 인터넷의 출현으로 온라인문화, 사이버문화가 새롭게 나타났다. 전화의 발명은 공간을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 문명의 대단한 이기(利器)였다.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그후 모바일폰의 확산으로 모바일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이미 3천5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동통신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되자 이제 휴대폰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나타났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늘 매여있는 삶,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하루하루,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등. 이런 것은 편리하지만 사생활이 언제라도 노출될 수 있는 모바일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그래서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폴 비릴리오는 언제나 접속되고 감시받는 정보사회를 ‘사생활의 종말 시대’이라고 극단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편리한 만큼 프라이버시가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자신의 편리함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위험은 상존한다. 지하철, 사무실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휴대폰 사용을 남발하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눈살을 찌푸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최근 모바일폰 남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모바일폰 예절을 재치있게 노래한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모티켓 송! 모통신사가 올바른 휴대전화 예절과 바른 사용습관을 홍보하기 위해 노래와 플래쉬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인데 내용도 재미있고 참 필요한 것이라는 공감이 간다. “공중화장실에서 큰 소리는 NO! 수업시간 휴대전화도 NO! 모티켓을 사수하는 예절부대가 떴다. 공공장소에서 몰상식하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당신! 예절부대를 조심하라...”
인터넷이 우리사회에 등장해 급속도로 퍼지는 과정에도 인터넷을 이용한 사생활 침해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동영상 유포는 정보사회의 이기가 인권을 침해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기에 정보윤리가 중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네티즌들의 정보윤리와 예절이 강조되었다. 네티즌들의 윤리나 예절을 우리는 ‘네티켓’이라고 이름지었다. 네티켓에 이어 이번에는 모바일폰 예절, 즉 모티켓이 강조되고 있다.
모티겟과 네티겟은 정보사회의 이기를 조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모티켓(motiquette)은 모바일(mobile)과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신조어고 네티켓(Netiquete)은 넷(Net 또는 Internet)과 에티켓의 합성어이다. 둘 다 ‘에티켓’이라는 프랑스어를 담고 있는데, 에티켓이란 말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예의범절이란 뜻을 담고 있는 에티켓의 어원은 프랑스고어 ‘에스티케(estiquer : 붙이다)에서 나왔는데 영어의 label이나 ticket에 해당한다. 예의와 사교를 중요시하는 프랑스 궁정문화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원래 에티켓은 궁정에 초대된 사람의 행동을 지시한 통용찰(ticket)을 가리켰으나 점차 궁정예법을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일반대중에게도 확산되면서 에티켓은 일상적인 예의나 범절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이 된 것이다.
문화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특권이자 행복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삶과 향유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과 윤리도 뒤따른다.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서 에티켓 문화가 싹텄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핵의 예에서도 볼수 있지만 문명의 이기는 잘 쓰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잘못 쓰면 재앙을 안겨주기도 한다. 휴대폰이나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정보사회의 이기들은 적절한 윤리와 에티켓, 아니면 사회적인 제도로 조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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