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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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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26>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가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부터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되어 부분적으로 시작되고 있고 2007년 4월 이후에는 모든 보험 상품에 대해 전면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보험회사, 은행 본점, 지점을 대상으로 방카슈랑스제도 운영과 관련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구속성보험(일명 꺾기)판매, 보험판매 무자격자의 부당모집행위 등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고 과태료부과 관련자 문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방카슈랑스는 프랑스어 방크(은행 :Banque)와 아슈랑스(보험: Assurance)의 합성어다. 프랑스에서는 은행 이름에 대부분 방크(은행)아니면 크레디(신용)이라는 말이 붙어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대형은행을 꼽아본다면, 리용(Lyon)에 본부를 두고있는 '크레디 리요네(Crédit Lyonnais ; 리용은행)', 'BNP(베엔뻬, Banque Nationale Parisienne 빠리국민은행)', '크레디 아그리꼴(Crédit Agricole : 농민은행)'을 들 수 있다.

한편 아슈랑스는 프랑스어로 보험이란 뜻이다. 영어에서는 Insurance를 쓰지만 프랑스어에서는‘아슈랑스(Assuance)’라는 말을 쓴다. 아슈랑스는 확신, 보증, 보험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리 준비를 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보증을 하고 확신을 해두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방카슈랑스는 말 그대로 은행과 보험의 결합이다. 은행이 보험회사와 연계해 보험성격이 짙은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것인데 은행과 보험사의 협력을 통해 일종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방카슈랑스가 시작된 곳은 프랑스다. 1986년 프랑스의 농민은행, 즉 크레디 아그리콜(Crédit Agricole) 은행이 프레디카 생명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한 것이 방카슈랑스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후 80년대에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세계 금융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유럽 보험시장의 20% 이상, 미국 생명보험시장의 13%가 방카슈랑스라는 통계가 있다. 방카슈랑스라는 용어는 프랑스에서는 일상화되어 있다.

은행이나 보험은 모두 현대금융자본의 상징이다. 은행이 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한다든가 은행과 보험사가 합병하는 경우도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흔한 경우다. BNP도 보험사와의 합병을 통해 BNP Paribas (베엔뻬 빠리바스)라는 국제금융회사가 되었고 현재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금융그룹이다. 현대자본주의를 주도하는 핵심권력이 금융자본주의라는 것은 자명하다.

자본주의의 발전사를 돌아보면 자본주의는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로 발전해왔다. 독점자본주의 단계에서는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R.힐퍼딩이 말했던 금융자본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금융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닌에 의하면 금융자본주의는 다름아니라 제국주의다. 자본의 식민지적 침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916년 레닌은 ‘제국주의론’이란 저작을 통해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독점단계로 규정했고 그 경제적 특징 중 하나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에 의한 금융자본의 성립’을 들었다.

금융자본은 이후 현대자본주의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대기업을 도산시키고 외환시장을 공격하는 가장 큰 위력은 펀드나 국제금융 같은 금융자본이다. 어쨌거나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들도 지적했지만, 앞으로 금융의 힘은 공장의 힘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다. 방카슈랑스도 금융자본지배의 새로운 징후일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유럽에서 시작된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라기보다는 금융자본의 생리나 특징에 맞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시작된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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