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열린우리당 영등포 당사에서는 30분 간격으로 당의장 경선 출마자의 기자회견이 러시를 이뤘다. 2시간 동안 송영길, 한명숙, 김원웅, 임종인 등 4명의 후보가 각양각색의 리더십을 뽐내고 빠지자 당 관계자들 조차 "헷갈린다"며 머리를 내저었다.
***송영길 "패기와 경륜 잇는 허리" **
3,40대 초재선 그룹에서 단일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의원은 "80년대를 애국적 열정으로 부딪혀온 세대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국민여러분께 책임을 지고자 나섰다"며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정체성과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송 의원은 40대 후보이자, 민주화 세력인 점을 부각하며 "패기있는 젊은 세대와 경륜있는 선배세대를 잇는 허리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화해시대의 장애물인 국가보안법을 올해 안에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중도개혁성향이자, 젊은 후보인 송 의원은 어느 계파와도 마찰 없이 어울려 초재선 그룹 내에서 단일 후보로 추대되자마자 다른 계파에서 연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다른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정략적 이합집산이나 정치적 야합은 옳지 않다"고 밝혔지만 "모든 것을 당원의 뜻에 따라 투명하게 하겠다"고 덧붙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송 의원의 기자회견장에는 이인영, 박영선, 최재성, 안민석, 신학용, 유필우, 조정식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대거 배석했고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성호 전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사회를 맡은 우상호 의원은 "나중에 함께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밝히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며 '세'를 과시했다.
송 의원은 김부겸 수석부대표, 임종석 대변인, 김영춘, 이종걸 의원 등 대표급 재선 4명을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김 부대표는 "당직을 맡은 사람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해 선후배들 간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절도 있는 태도를 갖고 하겠다"고 밝혔다.
***한명숙 "국민 보듬어 안는 따뜻한 리더십" **
여성 후보인 한명숙 의원은 "우리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국민과 당원의 편에서 생각하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당내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고 바로 세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보듬어 안는 따뜻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한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우리당이 갖고 있는 당론에 동의하지만 우리당이 당론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인정한다"며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 좀 더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 민심을 꿰뚫어 일고 국민을 설득해 내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당원이나 우리당 의원들이 좀 더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 민심과 더불어 하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을 갖고 하면 얼마든지 당론 관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과 비교되는 데 대해서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지만 그분과 나는 정치적 지향이 아주 다르다"고 강조한 뒤, "옳은 것을 위해서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싸움의 방법은 항상 합리적이고 민주적 절차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대야 투쟁에 있어서도 온건한 방법론을 견지했다.
이화영 의원이 사회를 맡은 한 의원의 기자회견에는 여성후보 단일화를 위해 출마를 포기한 이미경 문광위원장을 비롯해 장향숙, 유승희, 윤원호, 이경숙, 홍미영, 박영선 등 여성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선병렬, 김종률 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 김원웅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김원웅 의원은 개혁당 출신이지만 유시민 의원, 김두관 전행자부장관과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일찌감치 독자 출마를 선언해 왔다. "계파정치 종식"을 선언한 후보답게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는 동료의원들이 지지 연설을 하는 대신 기간당원, 당원협의회장 15명이 동참해 김 의원을 지지했다.
김 의원은 "당원에게 권한과 권능을 부여해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건설하고 '당의 개혁적인 수평문화'를 정립해 '신명나는 정당문화'를 만들기 위해 당 지도부에 들어가고자 한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 의원은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문화와 줄서기 투표를 강요하는 계파정치는 양립할 수 없고 당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일체의 계파적 편향을 배격돼야 한다"며 당내 계파정치를 비판했다.
대신 김 의원은 "당원협의회는 정당문화 혁신의 꽃"이라며 당원 조직에 무게를 싣고, "주요 사안의 당론 결정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의원은 "3김에 줄 서지 않아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노무현 대통령 등과 함께 의기투합해 '하로동선'이란 식당을 차린 것도,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개혁당을 창당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도 개혁에 대한 소신 때문이었다"며 대통령과의 인연을 은근히 강조하면서도, 일부 후보들이 노심(盧心)의 향배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노무현식 철학은 당원들이 스스로한 판단을 존중하는 것으로 의원들이 벌이는 노심 논쟁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실용기치를 내건 문희상 후보를 향해서는 "실용이란 이름으로 기득권 계층에 유화적 제스처는 자제해야 한다"며 "개혁 추진으로 민생경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수구식 논리이자, 한나라당식 논리"라고 비난했다.
***임종인 "개혁은 계산으로 안 된다"**
기자회견 러시의 대미(大尾)는 갑작스레 출마를 결정한 임종인 의원이 장식했다. 임 의원은 "개혁은 계산으로 하지 말고 올곧게 해야 한다"며 '선명개혁' 기치를 들었다.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이상한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것은 지도부의 의사와 당원, 국민 뜻이 괴리됐기 때문"이라며 "지도부 5명 중 과반 이상은 개혁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현재 선거는 계파가 없으면, 또 조직 없으면 지도부에 나갈 수도 없고 정파에 속하지 않으면 추천받을 수 없도록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레이스 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내게 맡겨진 역사적 책무를 다해 국민과 당원의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의원, 기자회견 '겹치기 출연'도 **
이로써 모두 8명의 후보가 당권 도전을 선언하고 나섰고, 엇비슷한 성향의 후보들도 생기면서 후보 지지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나온 의원들이 '겹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 기자회견에 나타난 강기정 의원은 전날 염동연 의원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던 것을 의식한 듯, 기자들을 향해 "겹치기 출연에 주목하지 말아 달라"라며 먼저 너스레를 떨었다.
송 의원 기자회견에 함께했던 박영선 의원은 여성후보라는 상징성을 고려한 탓인지 한명숙 의원의 기자회견에도 동참했다가 사진 촬영 시에는 뒤로 슬쩍 빠졌다. 전날 장영달 의원의 기자회견 때 사회를 봤던 유승희 의원도 한 의원의 기자회견에 얼굴을 보였다.
송 의원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종걸 의원은 한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한 의원은 온 세상을 감싸는 리더십을 구사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적임자"라고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당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다"고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1인 2표제이니 만큼 2명까지는 괜찮지 않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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