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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북한에서 미래의 한반도를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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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북한에서 미래의 한반도를 모색하다

[화제의 신간] 서동만 교수의 '북조선사회주의성립사'

북한의 핵보유선언으로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미국과 남한 등의 보수파들 사이에서 북한붕괴론이 새삼 힘을 얻어가고 있는 이때, 북한 초기 사회주의체제 성립에 관한 방대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현정부에서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역임한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북조선사회주의체제성립사 1945-1961'이 그 책이다.

<사진> <북조선사회주의체제성립사 1945-1961> 선인 펴냄, 1047쪽, 4만8천원 @프레시안

이 책은 1995년초에 제출된 저자의 도쿄대 박사학위 논문 '북한에서의 사회주의의 성립 1945-1961'을 한글로 옮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난 10년간의 새로운 연구성과와 발굴자료들을 음미하는 등 물리적으로는 논문을 다시
쓰는 것과 같은 품이 들었으나 박사논문의 주요 내용이나 취지를 기본적으로 수정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북조선의 현실을 둘러싼 10년전의 서술을 거의 고칠 필요가 없었던 데 대해서는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대부분의 북한 연구가 북한체제는 48년 건국 이후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반면 이 책은 북한 내외의 도전과 북한정권의 응전이라는 변화의 측면에서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성립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방 이후 1961년 사회주의체제 성립까지를 해방과 인민위원회(1945-1946), 인민민주주의국가 수립과 '당=국가'(1946-1950), 6.25전쟁과 전시체제(1950-1953), 전후경제복구건설과 사회주의적 개조(1953-1958), 국가사회주의와 당의 일원적 지도체제 확립(1958-1961) 등 다섯 시기로 나누어 각 시기별로 당과 정부의 관계, 당과 군대의 관계, 공업부문의 관리체제, 농업부문의 농업생산체제 및 농촌지역의 통치체제 등 네 개 부문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이렇게 해서 성립된 북한사회주의 체제의 특징은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유일지도체제(수령제), 군대의 역할과 영향력이 극도로 강화된 군사적 독자노선이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남북대치가 심화되고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견과 분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유일지도체제의 성립은 체제내 자기 수정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등 부작용도 불러왔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압박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유일지도체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강화될 뿐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지 이미 10년이 훌쩍 넘었고, 북한붕괴론이 본격 제기된 지도 10년이 돼가는 지금 이 책의 출간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저자는 머리말에서 "위기에 처해 있는 북조선의 핵문제를 타개하는 데에 이 책 한 권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기대와 바람만큼은 적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초 김대중 전대통령은 한 방송과의 신년대담에서 기왕의 '한강의 기적'과 함께 북핵 타결 이후 북한이 이루어내야 할 '압록강의 기적'이 결합돼야 한반도가 동북아로 뻗어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는 남북이 함께 가야 열릴 수 있으며, 북한의 위기는 한반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은 북조선의 과거에 대한 역사 서술이지만 이러한 미래에 대한 함의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쓴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북한이 나아갈 길은 중국,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사회주의국가들이 20년전부터 취해 온 것과 같은 개혁ㆍ개방 노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유일지도체제에서 적어도 중국 정도의 지도체제의 집단성을 회복하고 군사적 색채를 탈색시켜 전시체제적 성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엄중한 외적 제약이 제거되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03년 7월 북한의 '7.1 경제조치',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 등으로 개혁ㆍ개방의 싻이 움트기 시작했으나 10월 방북한 미 켈리 특사의 '우라늄농축 의혹 제기'로 돌연 무산된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말해준다. 결국 북한의 변화는 북한 독자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책 말미에 저자는 북한에 대해 "자기의 체제형성에 대한 전반적이고 세밀한 재검토가 요청된다"면서 경제부문에서 시장경제와의 공존, 정치 부문에서 당의 역할 축소를 위해서는 과거 인민민주의 단계의 경험을 되새겨볼 것을 충고했다.

요컨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말은 남한 주민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수십년간의 한반도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미치광이 빨갱이'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이념의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직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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