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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어수룩하고 미안해서 빌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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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어수룩하고 미안해서 빌고 싶고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8>

절을 내리므로서 산에 오르는 길.
달마는 이미 부서져버렸다.
그 완강하던 달마의 구년면벽(九年面壁)은 박살나버렸다.
한 자취만이 남는다.
공연히 온종일 어수룩하고 허름하고 공연히 미안해서 그저 누구에게나 빌고 싶고 아무 특별한 재미도 없이 그저 그냥저냥 독특하기만 한 그런 마음이다.
붓이 놀지 않고 쉬려고 한다.
붓이 마음을 앞질러 간다.
이런 경우를 ‘筆到意不到(붓은 갔는데 마음은 아직 못 갔다)’라고 할 것이다.

<김지하 시인의 화랑 달마展 ‘지는 꽃 피는 마음’이 3월 2일(수요일)부터 13일(일요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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