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학자(禪學者) 스즈끼(鈴木)가 말했다.
“여자를 꽃 보듯 보면 아무 탈 없다.”
그래 여러 사람이 여자를 꽃 보듯 보기로 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음이 따사롭고 훈훈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꽃이 활짝 벌어지며 짙은 향기가 풍겨온다.
갑자기 발기가 시작된다.
꽃이 타기 시작한다.
꽃을 보는 눈이 타기 시작한다.
욕망이 타는 것을 얘기한 불경(佛經)이 곧 연화경(燃火經)이다. 그런데 바로 이 연화경마저도 나중에는 훨훨 타오르고 글씨 뒤에서 벌거벗은 여자의 풍만한 몸이 자꾸만 움직이기 시작한다. 견딜 수가 없다.
내 벗인 한 스님이 경 대신 노래 한 구절을 크게 소리쳐 불러댔단다.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그래.
여자는 꽃이 아니다.
그래서 남자는 벌레가 아니다.
불교도 가끔은 틀린 말을 한다.
<김지하 시인의 화랑 달마展 ‘지는 꽃 피는 마음’이 3월 2일(수요일)부터 13일(일요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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