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의 연작시 ‘안팎’의 두 번째 시다.
참새라면 쥐라면 파리 모기 빈대라면
풀 돌 물 연기 구름이라면
한줌 흙이라면
차라리 아예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태어나도 노을진 어느 보리밭 가녘
귀떨어진 돌부처로 모로 누웠더라면
일그러진 오지 그릇 속
텅 빈 기다림으로나 기다림으로나
거기서 항시 멈췄더라면
차라리
먼저 간 벗
가느다란 그 한 올
머리카락이었더라면.
새가 나 보는 것을 내가 또 본다.
내가 나를 이탈할수록 도리어 슬픔과 괴로움은 배로 더 커지는 것. 무엇 때문일까?
중력에 묶여 못 떠나는 나를 훨훨 날으는 내 깊은 마음이 보고 있노라니 온갖 부자유가 다아 훤히 보여서일 것이다.
그래서 보는 나는 자유다.
<김지하 시인의 화랑 달마展 ‘지는 꽃 피는 마음’이 3월 2일(수요일)부터 13일(일요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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