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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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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23>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잠을 못 이룰 것이라 한다. 아니, 명실공히 중국 당ㆍ정ㆍ군의 최고 실력자인 그가 잠을 못 이룬다니? 그런데 이는 미완으로 끝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장례과정에서도 어렴풋이 읽혀진다.

당초 중국당국은 자오의 유해를 최고 지도자가 안치되는 혁명공묘 1실에 안장,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기로 ‘타협’한 것 같다. 민심 등을 반영, 기존의 강경입장에서 다소 완화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장례식 당일, 당국은 신화사 통신을 통해 자오가 엄중한 착오를 저질렀다고 공식발표하며 입장을 급선회한다. 웬만하면 최종결정 사안에 대해 번복하지 않는 그들이 전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우왕좌왕 스스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현재 중국 공산당과 당국의 딜레마, 중국정부의 더해져 가는 고뇌를 잘 읽을 수 있다.

중국인민들의 억압된 욕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다. 먹고살기 힘든 내륙지역에서의 농민시위야 이미 잘 알려진 바이지만 이제는 그 불씨가 동부 연안의 대도시지역으로도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국내상황을 고려할 때, 자오의 장례식은 더이상 한 개인의 평가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민심’을 등에 업은 유족과의 타협이 자칫하면 민심(People Power)에 대한 굴복으로 비춰지며 대륙전체에서 걷잡을 수 없는 민심 폭발이라는 일파만파의 위기국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농촌부문. 급속한 경제발전의 과실과는 무연한 중국 농촌의 피폐함, 민심의 흉흉함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최근들어 농촌지역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감행,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 중서부 농민들의 이농현상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이제 예상치 못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한 예가 대규모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립된 신발, 의류, 섬유산업 등의 구인난 위기. 이들 산업들은 농민들의 대규모 이동으로 저임에 의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었는데 중국정부의 농촌보호정책으로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 도산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신발산업만 해도 현재 이와 같은 위기는 중국의 3대 신발 생산지역인 저장성, 푸젠성, 광둥성 등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도산으로 생계기반을 잃은 기업 및 노동자들은 그 불만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과 무능으로 인해 자신들이 희생당했으므로 생계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한편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게 된 농민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이제는 도농간의 격차해소를 요구하며 나섰고….

다음은 도시부문의 상황.

“還政府淸白””還坼遷濃民戶合法權益”(정부는 청백리 자세로 돌아와라!. 철거 이주민의 합법적 권익을 돌려달라!)

붉은 천에 하얀 글씨로 적혀있는 위 현수막은 필자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 한 시위현장에 걸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수막은 중국최대의 경제도시 상하이, 그것도 최고 부유지역의 바로 인근에 내걸려진 채 아직도 긴박감을 더해가고 있다. 가시적 참가인원이 적어도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한 건설회사가 토지 매입과정에서 관할 인민정부(행정관청)와 결탁, 이들의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것이 드러나게 되며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시위 참가자들은 자본가인 건설회사보다도 인민이익을 대변해야 할 당국이 이를 비호하고 옹호하고 있다면서 정부당국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 중국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치도 못한 인민들의 응집, 시위가 시시각각 늘어가고 있다. 그 양상도 처음에는 경제와 관련되어 비롯되다가 어느덧 그 주된 타깃이 중국정부와 공산당으로 바뀌곤 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도 중국당국은 민심을 싹 무시할 수도, 그러자니 온화하게 대처할 수만도 없는 딜레머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중국 지도부의 중요회의 개최 수를 늘려간다. 그런데 ‘집체결정제’를 택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결정 시스템하에서는 아무리 국가주석이라도 모든 일을 자신의 의지대로만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작금의 자오 장례식 번복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후진타오는 절대권력으로의 유혹에 다급하게 접근해 가려 할 것이다. 실제로 후주석은 이미 지난해부터 ‘세대교체’라는 미명하에, 2004년 12월에는 안후이(安徽)성과 시짱(西藏)자치구, 랴오닝(遼寧), 허난(河南), 푸젠(福建)성 당서기를 자신의 정치기반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사람으로 교체, 자기사람 심기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일단 유사시에는 절대권력을 통한 강권집권만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힘을 더해가기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박하면 무리수를 두기 쉽고 그 무리수 뒤에는….

13억 대국의 수장 후진타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과연 언제 발 쭉 뻗고 편안히 잠잘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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