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3대입법 2월처리'에 한나라당 발끈

박근혜 "정쟁이 없어야 경제가 잘된다"

30여일간의 2월 임시국회 첫날인 1일부터 여야간 국보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대입법 처리를 둘러싼 입장차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3대입법 임시국회에서 마무리"**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기국회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국가보안법, 진실과화해법(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들은 여야가 합의한 바대로, 이번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며 쟁점 법안들의 2월 처리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언론에 '무정쟁'이라고 나오길래, 정쟁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략적 투쟁을 정쟁이라고 하는 것 같다"면서 "국민은 정쟁 국회는 원치 않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는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작년도 정기 국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국회 의장 주재로 원내대표들이 합의하고 국민에게 공포한 내용은 금년 국회에서 받들어 일해야 할 주제"라고 쟁점법안의 2월처리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간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신임 지도부가 "개혁입법에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명하자, 한나라당이 반색하며 밀월분위기를 연출했던 1월에 비해 2월 임시국회 첫날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발언은 상당히 다른 톤이었다.

***박근혜 "흔들리는 버스에선 책을 읽을 수 없어"**

이같은 우리당의 입장 선회 분위기에 한나라당도 시작부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임 의장의 대표연설 직후 "경제정책이 많다고 해서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쟁이 없어야 경제가 잘된다"고 말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여당의 3대입법 추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 대표는 "흔들리는 버스에선 책을 읽을 수 없다"면서 "기업, 근로자,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치가 만들어야 한다"고 '무정쟁'을 거듭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3대 쟁점법안을 2월국회에서 다루겠다는 것에 한나라당은 매우 실망했다"면서 "여야가 배고픈 아이, 추워하는 노숙자 등 이 나라 국민부터 살리는데 힘써야지, 이념놀이를 할 때가 아니지 않냐"고 혹평했다.

전 대변인은 임 의장이 '대학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모든 개혁이라는 이름이 사실상 매우 파괴적이어서 국민에게 상처를 줬고, 개혁에 대한 체험이 고통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오늘 여당 의장이 제시한 많은 해법들이 실질적으로 경제를 살리는데 보탬이 되도록 한나라당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경제와 민생에 여야가 모든 것을 쏟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연찬회, 3대입법 당론조정 여부가 변수**

2월 임시국회 초반의 이같은 긴장감이 지난해 연말과 같은 극한대치까지 가게될 지 여부는 3일부터 이틀간 실시될 한나라당 연찬회에서의 3대법 당론 조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3대법안 처리와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면서 "당에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펼쳐 논의하자는 의견과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혼재한다. 연찬회를 통해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장파들을 비롯해 중도성향 의원들, 일부이지만 영남 보수 의원들까지도 3대법안의 상임위 상정과 토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인 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상임위가 아닌 별도의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밝힌 만큼 당론 도출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전향적인 안을 들고 나올 경우엔 강행처리에 대한 부담감이 역력한 열린우리당에서도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한발 양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2월 임시국회에서의 초반 긴장감은 전초전 성격의 양당간 '기싸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