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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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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오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정치개혁, 대통령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대선후보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면서 본인들이 만들어갈 5년의 대한민국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청사진의 대부분은 경제와 복지 문제를 다루고 있고,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에 대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출마 선언을 한 야권의 후보들은 '좋은 일자리'를 가장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위원회와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있고, 손학규 후보도 고용률 70% 달성을 정책의 가장 앞에 두고 있다.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정책과 목표치, 로드맵 등은 야권 후보들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 후보의 정책에는 2012년 대한민국의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잃어버린 계층이동의 사다리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은 여전히 97년 IMF로 대표되는 경제불평등 체제의 극복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2013년이 단순히 정권의 향배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주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2013년을 준비하는 각 후보들은 5년의 국정운영을 넘어선 국가 발전의 기본 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본인이 5년간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공약뿐만 아니라 5년 뒤에도 국민들이 투표와 정치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대리자를 뽑게 하기 위한 기본 틀, 정치제도에 대한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결국 한 개인이 할 수 없기에 2013년 체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 권력구조와 정치제도에 대한 비전도 함께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법안 발의권까지 보유하고 있는 대통령 집중제 국가다. 그리고 지역구도가 강하고, 비례대표제 보다 지역의원수가 5배 가까이 많은 지역구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그동안의 인터뷰 등에서 동의하는 듯 보이기에 이 글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제도에 대한 것만 말하고자 한다.

▲ 새누리당 대선경선에 나선 이재오 의원은 지난 3일 은맥 자전거팀원들과 함께 응암역-마포대교-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자전거 투어를 했다. ⓒ뉴시스

이재오 의원의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문 중에 국회의원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있으니 국회의원수를 100명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마선언문을 자세히 보면 국회의원 100명을 줄이는 것보다 더 논쟁적인 내용인 지역구에서만 국회의원 200명을 뽑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하고 있다. 즉, 비례대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의 주장처럼 국회의원을 지역구에서만 선출하면 어떻게 될까. 1표라도 많은 후보만 국회의원이 되는 소선거구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민의를 왜곡하고, 현재의 지역구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전체의 2/3에 그쳤지만 그 지역의 모든 국회의원 의석수인 27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도 전체 2/3 정도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의석수는 19석 중에서 16석을 가져갔다. 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 투표제도 때문에 새누리당은 정당 득표율 43%, 지역구 총 득표수 44%가량으로 152석이라는 과반수가 넘는 의석수를 가져간 것이다.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는 이처럼 국민들이 본래 뜻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 입안보다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만 챙기게 만든다. 모든 사람의 갑은 국회의원이고, 그 국회의원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지역구 주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눈치는 보지 않고, 지역구 주민의 눈치만 본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국회의원 선거 공약이 시장이나 시의원 선거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는 이유이다.

매번 그렇지만 18대 국회 상임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해양위원회였고, 여성위나 정보위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인기 없는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원회였다. 국토해양위원회 의원 정수는 29명으로 가장 많고, 노동 관련된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단 15명에 그쳤다. 국회의원들이 말로는 일자리 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해도 노동과 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수는 가장 적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국회의원의 의정보고는 그 의원이 국정운영에서 어떠한 진보적인 정책을 냈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보다 지역의 학교에 체육관을 지어줬고, 도로를 깔아줬다는 것이 주를 이룬다. 국회의원이 관심 예산이 국민예산이 아니라 주민 민원 예산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슬픈 현실이다. 수십 개 지자체에서 적자 운영에 시달리고 있는 각종 컨벤션 센터, 전국에 수십 곳에 허가가 나서 빈 공터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각종 산업특구 들이 국회의원이 국민의 눈치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눈치만 본 결과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국민이다. 그리고 그 국민들은 지역주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생일 수도 있고, 직장인일 수도 있으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일 수도 있다. 의료비가 많이 들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비정규직 문제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 수도 있으며 장애인이거나 혹은 노인일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함은 지역에 기반을 둔 시장과 달리 모든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역구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직능별/분야별로 여러 요구의 대표자들을 뽑을 수 있는 비례대표제도 확대를 통해서만이 국민의 뜻이 더 잘 반영된다.

이재오 의원의 비례대표제 폐지 공약은 국민들의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를 지역에 묶어 두고 국민들의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비례대표제가 폐지되면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만이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으며 조직과 돈으로 대표되는 지역 정치인만이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국민적 요구들은 무시되고, 민의는 왜곡될 것이다.

그런데 야권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국회의원 선거개혁에 대한 입장은 아직 불명확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 후보들은 국민들의 뜻과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선거 제도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고 그 주장을 강하게 해야 한다.

일자리와 복지만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지역 주민을 넘어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국회의원들을 뽑을 수 있는 정치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후보들이 스스로 나서서 2013년 체제는 향후 5년의 정권 교체뿐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통해서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 날 수 있는 정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일자리 전문가가 국회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청년 실업과 청년 일자리를 가장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돈도 없고, 조직이 없어도 4년간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야권 대통령 후보들은 주장해야 한다. 대학등록금을 낮추고, 독점적인 재벌 중심 구조를 개혁하고,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5년짜리 정권을 잡는 만큼이나 정치 제도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을 후보들은 알아야 한다.

비례대표제도의 개혁을 국회의 법 개정에만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246명이 지역구 국회의원이고, 비례대표제 확대는 곧 본인들의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선거법이 개정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 후보들이 나서서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 국회본회의장 ⓒ뉴시스

매번 국회에서 개정되는 선거법은 주로 선거구 획정 문제에 그친다. 정치제도 학자들은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제도에 대해서 개혁을 요구하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묵묵부답이다. 본인의 기득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정치제도 개혁은 2013년 체제의 집권 초기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만이 추진할 수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냐, 중선거구제와 혼합이냐, 단순 비례대표 확대냐 하는 구체적인 문제는 논의해서 국민적 합의를 찾아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만 대통령을 준비하는 후보들이라면 본인들의 5년 집권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리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정치개혁을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이 국민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겠다고 그쳐서는 안 된다. 깨어 있는 국민들이 스스로 물고기를 잡고, 물고기를 기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 확대이다.

그리고 2012년 현재 대통령 후보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취지문]

PR청년포럼은 PR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R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PR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http://prforum.tistory.com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스타K가 아니다
-구럼비 파괴되던 날, 나는 비례대표제를 고민했다
-이게 선거인가! 이게 사는 건가!
-그래서 결국 경제 민주화는 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야권연대 '협박의 정치'를 끝내라
-국회의원 복지부터 스웨덴식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통진당 사태는 선거제도의 슬픈 자화상
-국회의원 특권만 줄이면 좋은 정치 되나?
-"투표 2030" 목소리는 왜 실종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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