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과 관련한 정치권의 반응은 사안별로 엇갈렸다. 회견문의 대부분을 할애하며 '경제살리기'를 강조한 데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환영을 표했지만, 이기준 전교육부총리 파문과 '4대 개혁입법' 처리 등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각각 시각차를 보였다.
***한나라 "이기준 해명,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한나라당은 이기준 전교육부총리의 임명 파동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한데 대해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 전부총리는 아들의 부정입학,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 땅투기 의혹 등, 자신이 살아온 데 대해 해명하지 않은 채 물러났다"라며 "노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년말 국회에 대해 노 대통령이 "경제를 내세워 개혁법안의 발목을 잡았다"며,"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정치명분 살리기', '기득권 살리기'를 보여줬다"고 사실상 한나라당을 겨냥한 데 대해서도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예산-파병을 4대법안과 묶어서 처리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이 두 안건은 어떤 것과도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그것은 대통령이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가야 한다'는 대목에 대해선 "지금은 성장도 분배도 모두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들의 절대다수는 초지일관하게 성장 우선을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라고 성장우선 경제정책을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과 과거사법의 처리를 노 대통령이 당에 일임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서도 노 대통령의 연설문의 취지를 보고 알아서 임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개혁'보단 '경제'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우리당 "결정권자의 균형감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일" **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이기준 전교육부총리 파동과 관련해 김우식 비서실장을 인사조치 하지 않을 방침을 거듭 밝힌데 대해, "결국은 인사권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각 직후부터 김 실장의 퇴진을 강도 높게 압박해온 정봉주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발탁까지의 내부 사정이야 밖에서는 추론밖에 할 수 없으니 구체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 없이 무조건 김 실장의 사퇴를 요구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인사에 관한 결정은 결정권자의 균형감각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김 실장의 정책실정에 관해 일정한 문책을 하는 것이 내부 역학관계를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봤고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상황을 정리하는 정치적 타결책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절충선에서 적당한 판단을 내렸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작년 연말 처리가 좌절된 '4대 개혁입법'에 관해서 "국회에서 융통성 있는 해결을 기대한다"며 사실상 '속도조절론'을 재천명한 데 대해서도, 정 의원은 "원칙적으로 국회와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한 것으로 국회에는 상대가 있으니 융통성을 강조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국보법 연내 폐지'를 강경하게 추진했던 우원식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연말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이 갖는 파괴력도 다르다"며 "원론적으로 대통령 말씀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작년에 꼭 연말을 고집했던 것은 17대 국회 첫 해에 과거의 묵은 과제를 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인데 이제는 해가 지났으니 시기와 조건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며 "불의나 왜곡과는 타협하지 않겠지만 그 일을 처리하기에 알맞은 조건들을 다시 잘 살피고 할 수 있을 때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올인'엔 양당 모두 환영 **
그러나 회견문 전반에 민생경제가 비중있게 언급된 데 대해서는 양당이 모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김현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마디로 민생경제, 특히 서민생활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돋보이는 회견"이라고 평가하며,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히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민생안정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연설문의 대부분을 서민경제와 양극화의 극복과 관련된 부분으로 할애한 것은 2005년 한 해를 경제회복에 전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며 "신용불량자와 기초생활 보호자, 비정규직 노동자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호소함과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천명한 것 또한 대단히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역시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연설문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4대입법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여옥 대변인을 통해 환영의 의사를 전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에서도 '확 트인 시장'을 구체적인 액션플랜으로 지적한 바 있다"라며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소외된 국민들을 확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감싸안는 것이 선진경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장을 자유롭게 할 때 경제가 발전한다"라며 "규제를 선진경제 수준으로 풀어야 된다. 대통령이 국가와 국가간 자유무역체제 넓히겠다는 말도 대통령의 의지로 듣겠지만, 우리나라 시장의 규제를 선진경제 수준으로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대통령이 방향을 잘 설정했다"라며 "투자할 힘이 있는 기업과 투자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여옥 대변인은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일문일답이 모두연설문과 다른 것은 유감이지만 원래 취지대로 경제에 총력을 다해 야당의 협조를 점잖게 구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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