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1일 단행한 전면적인 당직개편에 대해 소장파, 보수파, 비주류 등 당내 각 계파 의원들이 일제히 '친정체제 구축을 통한 사당화(私黨化) 음모"라고 맹성토하고 나섰다.
***고진화 "노무현의 '코드정치'와 뭐가 다르냐"**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유연한 대여협상과 합리적 중도노선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들에게 박세일, 유승민 등 '정책적 매파'의 전면배치는 당의 우경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고진화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혁성'을 잣대로 "당 체질 개선, 노선 재확립, 전향적으로 가야 하는 줄거리에서 빗나간 인사"라고 혹평했다.
고 의원은 "4대입법 정국 등을 거치면서 박 대표가 자기 성향을 드러냈고, 그 성향에 맞는 사람들이 확인이 됐다"라며 "이번 인사는 박 대표가 자기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자기의 측근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라며 "내부의 쓴소리나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도 수용하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우리가 집권당에 대해 매번 비판했던 '코드 정치'와 다를 게 뭐 있나"라고 박 대표 독주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고 의원은 "지금의 지도체제가 결과적으론 일인의 당 지배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왔다"라며 "한쪽의 코드로만 가면 당내 민주주의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양성을 수렴해 내는 회의의 활성화나 공개 회의 등 당내 민주주의를 위한 지도체제의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이제는 당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당내 각종 움짐임이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고 당내 노선투쟁의 불가피성을 말한 뒤, "개별적인 불만 형식이 아니라 지도체제, 당내 민주주의, 당의 환골탈태 등과 관련해 종합적인 노선투쟁을 펴야 될 것"이라고 노선투쟁을 선언했다.
***김용갑 "박 대표, 치맛자락도 안보인다"**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정국에서 박 대표의 강경 노선입장을 적극 지지했던 영남권 보수 의원들도 이번 인사에 대해선 불만과 우려를 드러났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면서, 박 대표의 측근 그룹이 대거 당직에 임명된데 대한 위기감에서다.
영남권 보수 의원의 대부격인 김용갑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표 치마폭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소수의 이너서클이 박 대표의 의사 결정 과정을 좌지우지하고, 박 대표 역시 노무현 대통령식으로 소위 '코드가 맞는' 몇몇 그룹만을 품에 안는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번 당직 인선만 봐도, 지금과 같이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동안 박 대표와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던 의원들에게 기회를 줘 마음을 아우르고 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데, 결국 또다시 한쪽으로만 편중돼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당직 개편의 결정 과정과 관련해서도 "당직 결정과정에서 중진 의원들에게 제대로 의견도 구하지 않았고,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문을 보고서야 '누가 되는구나'를 알 정도였다"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상당수, 특히 중진의원일수록 박 대표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얼굴 볼 기회조차 없다'라는 탄식까지 내뱉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가 진정한 열두폭 치마의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며 "지금처럼 치맛자락도 잘 안보인다면, 박 대표 본인은 물론 한나라당, 더 나아가서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는 반대하는 목소리, 질책하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넓게 열고 그들까지 자신의 치마폭에 싸안을 수 있는 지도자로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고언한다"고 마무리했다.
***이재오 "편한 사람들과만 함께 하려 해"**
당내 비주류 중진 의원인 이재오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시기에 당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삼고초려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면서 "편한 사람들만 함께 하려는 마인드에 의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많은 의원들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당이 사당화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과거 이회창 총재는 당직 임명시 원내총무와 꼭 상의를 했다"고 김덕룡 원내대표의 해외 출장시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당장 목소리를 내기보다 당분간은 박 대표의 운영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어서 2월 국회에서 3대법안 등 쟁점법안의 처리과정이 박 대표 친정체제의 성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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