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자신들의 식민지 전부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문학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인들도 자신들의 식민지와 결코 맞바꾸지 않을 대문호들이 몇 있다. 이중 최고의 문인으로 꼽히는 이는 단연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 ~ 1885)이다.
19세기를 풍미했던 국민작가 위고는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문학사조 낭만파의 지도자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공화정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그는 한때 의회선거에 당선돼 정치에 몸담기도 했다. 하지만 위고를 기리는 프랑스인들과 후세인들은 그를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있다. 위고의 작품 중 거작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주저없이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꼽추>를 든다. 이 두 불후의 명작은 오늘날 뮤지컬로도 자주 올려지는 단골작품이다. <노트르담의 꼽추>는 15세기 중세 빠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성당의 종치기로 숨어 살아가는 흉측한 몰골의 콰지모도가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흠모하는 지순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올 겨울, 위고의 소설 <노틀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하는 두 개의 대형 뮤지컬이 한국의 관객을 즐겁게 해 준다. 하나는 지난 12월 23일부터 국립극장에서 공연중인 <노틀담의 꼽추>이고, 또 하나는 위고의 나라 프랑스에서 물건너 오는 정통 프렌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이다.
전자는 한국의 뮤지컬기업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인데, 엄밀히 말한다면 위고의 소설이 아니라 디즈니의 3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해서 라이선스작업을 통해 무대에 올려졌다. 하지만 대본이나 음악만 디즈니 원작을 따왔을 뿐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독자적인 작업이 돋보이는 뮤지컬로 그야말로 한국판 <노틀담의 꼽추>라고 할 수 있겠다.
2월에 막을 올리는 프랑스 본토 버전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경우는 프랑스에서도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 감미로운 상송과 격조높은 프랑스의 문화흥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프랑스에서는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 둘 다 뮤지컬로 공연되었지만 <레미제라블>은 흥행에 실패한 반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성공>이 거둬 대조를 이루었다. 어쨌거나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어 원어로 공연되므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익숙한 한국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색다른 기회가 될 것이며, 신선한 맛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위고의 원작을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노틀담의 꼽추>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일단 원어는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 파리의 노트르담)>이다. 그런데 ‘노틀담’이라는 표기는 발음으로 보나 단어구성으로 보나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노트르(Notre)’는 1인칭 복수형 소유격으로 영어의 our에 해당하고 ‘담(Dame)'은 부인(여인)을 뜻한다. 따라서 노트르담은 ‘우리의 부인’이란 뜻인데 영어의 <Our Lady>, 독일어의 <Unsere Liebe Frau>와 같은 뜻이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는 대문자로 Notre-Dame이라고 표기하면 ‘성모 마리아’를 가리킨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담(Madame)도 풀어보면 ‘나의 부인’이란 뜻이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파리의 성모’라는 뜻이지만 보통 파리 시떼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리킨다. 정식명칭은 ‘까떼드랄 노트르담 드 빠리(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이다.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인지라 대도시의 대성당 중에 노트르담이란 이름이 붙은 성당이 파리 외에도 더 있다. 위고의 소설 <노틀담의 꼽추>에서의 노틀담은 바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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