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신문들의 발전을 위해 조성하기로 했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난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언론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오는 2월 정부 예비비에서 이를 확보해 주기로 했다.
***의원들 지역구 예산 늘리려 기금까지 끌어다 써**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모두 2백50억원을 조성, 6년 한시적으로 지역신문들의 발전을 위해 쓰이게 되는 기금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7월 관련 시행령의 제정을 마쳤고, 12월 초에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위원 선정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항목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기획예산처는 “관련부처인 문화관광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부득이 이 항목으로 책정돼 있던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당 관계자들은 “문광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앞서 각 정당의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좀더 늘리기 위해 로비를 벌이다가 결국 지역신문발전기금까지 손을 댄 것도 큰 원인이었다”고 귀뜸했다.
***언론단체 “정부·정치권, 생색내기 그만둬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 현업단체들은 즉각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전국언론노조와 산하 지역신문발전특별위원회 등은 지난 12월 30일 오후 정동채 문광부 장관을 면담하고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경위에 대해 추궁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어느 곳에 예산을 써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예산처에 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는 없는 일 이었다”며 “비록 정부 예산안에는 빠졌지만 오는 2월쯤 정부 예비비에서 이를 반드시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이에 앞서 기획예산처장과 회동을 갖고 이러한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지역신문사 관계자는 “벌써 지난해 3월 관련법이 통과됐음에도 지금까지 사업계획서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문광부가 지역신문발전이라는 대의를 뒤로 하고 지역신문발전위원 위촉 문제 등 곁가지 사안으로 지나치게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지역신문사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2월 예비비에서 이를 충당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관계법이 만들어져 올해로 벌써 지원대상 2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관료집단의 무사안일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며 “더 이상 지역신문발전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정부와 정치권의 생색내기용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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