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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장 중재 성공, 파병안-예산안 무통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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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의장 중재 성공, 파병안-예산안 무통 처리

과거사법 연내처리 불발, '뉴딜법'은 통과

여야는 31일 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라크파병연장기간동의안과 새해 예산안 등 19개 안건을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까지 한 끝에 처리했다. 4대법안 중에는 신문법만 통과됐으며, 과거사법은 내년 2월로 넘겼다.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등 '뉴딜법'도 이날 처리했다. 이로써 임시국회는 의사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회됐다.

당초 직권상정을 '최후통첩'했던 김원기 국회의장이 이날 저녁 과거사법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골자로하는 최종 중재안을 내놨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해 본회의장 점거를 해제, 여야간 극단적 파국은 가까스로 피해갔다.

***파병연장안-예산안 처리**

이날 본회의에선 이라크파병기간 연장동의안이 통과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서희·제마 부대와 자이툰부대의 주둔 기간은 2005년12월31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표결에서 재석 2백98명 가운데 2백78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1백61, 반대 63, 기권 54표로 동의안을 가결했다. 민주노동당 소속의원 10명 전원과 열린우리당 32명, 민주당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의원 가운데에서도 19명의 반대표가 나왔으며, 이 가운데 주성영 전여옥 김영선 의원 등 '강성'이 일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새해 예산안도 회계연도가 시작하기 1시간 10분 전인 10시 50분경 통과돼 '헌정사상 가장 늦은 예산안 통과'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이날 통과된 새해 예산안은 총 1백94조7천8백3억원으로, 당초 정부가 제출한 1백95조7천4백51억원에서 9천6백18억원이 순삭감됐다.

일반회계 예산안은 1백34조3천7백4억원으로 당초 정부가 제시한 1백31조5천1백10억원에서 2조8천594억원이 증액됐다. 특별회계예산안은 총 60조4천1백29억원으로 정부원안 64조2천3백41억원에서 3조8천2백12억원이 순삭감된 금액이다.

***'누더기' 논란 속, 신문법 통과 **

또한 4대법안 중 하나인 신문법이 통과됐다.

신문법은 1개지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지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경우 패널티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점유율 산출의 범위를 종전의 11개 중앙일간지에서 전국의 1백40여개 일간지로 바꿔 사실상 조-중-동의 독주를 막겠다던 법안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신문 광고 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키로 한 조항이나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을 의무화키로한 조항도 협상 과정에서 무산됐다.

***뉴딜3법 통과,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이른바 '뉴딜3법' 중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도 통과됐다.

이로써 연기금을 활용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 기금관리기본법에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되, 논란이 된 연기금 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전국에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이상 주택 보유자 등 땅 부자들에게 국세를 누진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2005년 6월부터 6만여 명에게 종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 외에 이날 본회의에선 단체행동권을 불허하는 조건으로 공무원 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공무원노조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통과됐다.

한편 본회의 도중 자정이 넘어가자 여야 의원들은 점거와 대치가 언제였냐는 듯이 본회의장에서 서로 악수를 하며 새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과거사법 2월처리, '1+3'에 합의 **

본회의에 앞서 저녁 8시를 넘어설 때까지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는 계속됐다. 국회 안팎에서 "이러다가 예산안 통과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술렁일 즈음 김원기 국회 의장은 8시 15분에 기자회견을 통보했다.

김 의장은 회견에서 "어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저의 주재로 이룩해 낸 7개항의 합의에 따라 제 2백51회 임시국회 3차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법안 중에서, 과거사법은 2005년 2월 임시국회로 연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합의 파기 이후, 31일 하루동안 한나라당 박희태 부의장 등이 과거사법의 2월 연기를 김 의장에게 요청했고, 김 의장이 이를 수용한 셈이다. 그러나 과거사법의 2월 처리가 '처리한다'는 의미인지, '다룬다'는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김 의장은 "회견문 그대로만 받아들여 달라"라고 말을 아꼈다.

김 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참담한 모습들이, 이 세모와 새해의 첫 아침에 국민에게 안겨줄 실망과 분노를 생각할 때, 최악의 파국은 막아야겠다고 결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재안을 제시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 의장은 "앞으로 국회의 합법적인 의사일정이 물리력과 폭력에 의해 방해되는 일이 거듭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의장은 그 같은 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법대로 추상같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

결국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인 김 의장의 결정에 열린우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예산안, 파병안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미룰 수 없어 우선 의장의 결정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소위 '뉴딜 3법' 중 기금관리법과 민간투자법을 상정키로 한 국회의장의 약속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내년도 종합투자계획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관련 3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열린우리당 측에 강하게 요구해 왔다.

김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당으로서는 실망스러운 내용이고 의장의 일방적인 생각"이라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의장 간의 사전 교감설을 일축했다.

본회의 대책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는 "대한민국 국회가 박근혜 국회냐", "떼쓴다고 떡 하나씩 주다가 국회를 거덜낼꺼냐" 등 국회의장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이부영 의장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며 '지도부 인책론'을 거론키도 했다.

그러나 반발하던 의원들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예산안과 파병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우선은 본회의 의사일정에 임했다. 2백40시간 의총을 열어 '국보법의 연내폐지'를 주장해 온 강경파 의원들도 전체 의총 직후 30여분 간 자체 회의를 열었지만 묘책을 찾지 못하고 본회의에 동참했다.

강경파를 이끌던 유시민 의원은 "서산에 해 떨어지는데 촛불 켜나 호롱불 켜나"란 자조 섞인 말로 불만 속에서도 의사일정에 참여해야 하는 심경을 대변했다. 정봉주 의원 역시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회의에 들어가 막든, 용인하든, 퇴장하든 모든 선택이 우리에겐 쥐약"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박근혜 "신문법 통과되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 될 것"**

한나라당도 김 의장의 제안을 수용했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과거사법을 미루자는 한나라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만큼, 김 의장 회견 직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제안은 쉽게 추인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문법과 종부세의 처리에 대한 개별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며 여진이 있었다.

박근혜 대표도 4대법안 가운데 신문법을 처리하기로 한데 대해 불편한 심정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당론으로 예외 없이 반대해달라"고 독려했다.

박 대표는 신문법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법은 찾아 볼 수 없다.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의장의 제안을 매우 침통한 심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수야당으로의 현실을 슬퍼한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국보법 개정안을 받아주면 나머지 두개 법안(과거사법, 신문법)에 대해 일괄처리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 원칙이 무너졌다"라며 "신문법을 받아주지 말고 내년으로 넘겨야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약속했고 일관성 있게 나가고 싶었지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신문법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했던 고흥길 의원의 경우는 "신문법이 통과되면 탈당도 고려하겠다"라고 밝혔고, 종부세와 관련해선 "전형적인 좌파법안(이종구)", "90년대 재산세 파동이 재현될 수도 있다(최경환)"라는 등 재경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그러나 개별 상임위의 반대 의견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추인하고 통과시키자"는 것이었다.

전여옥 대변인은 "하나도 시급하지 않은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여야합의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직권상정이라는 제안을 하는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라면서도 "예산안과 파병안은 우리가 모든 것에 우선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만큼, 과거사법을 2월로 미루겠다는 김 의장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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