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무현식 개혁 완전 파산했다"

"더이상 우리당과 함께 할 일 없다" 선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 졌다. 더이상 열린우리당과 같이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4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국가보안법 처리 후퇴 방침과 관련, "우리당 견인을 통한 개혁법안 처리는 '환상'임을 분명히 한 계기가 됐다"고 분명한 독자노선을 선언했다.

***"노무현 정권 개혁, 정치적-도덕적 파산"**

심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만나 "대체입법론 제기등 우리당의 내용적 후퇴는 예정된 수순"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당은 더이상 개혁의지도 없고 두 당의 차이가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민노당이 당장 이 정국에 쓸 수 있는 액션은 많지 않지만, 향후 왜곡되고 변질된 4대법안이 올라오고 통과됐을 때, 민노당이 이 개혁안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이에 대한 우리당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개혁을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라면 이는 그동안 '국보법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등 대통령이 해온 말과 행동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의 개혁이 정치적ㆍ도덕적으로 파산했음을 의미하는 중대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개혁 부도를 선언하는 것인가"라며 발언의 진의와 개혁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국보법 등 4대법안의 연내처리를 약속해왔던 마당에 대통령이 나서서 조급해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개혁 포기선언이고 목청껏 소리만 지르다가 결정적 순간에 혼자만 집에 간다며 짐꾸리겠다는 형국"이라며 "모든 조건을 갖춰줬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개혁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4자회담 해체'를 요구하며 닷새째 국회 소회의실에서 농성중인 민노당 의원들은 24일 명동 일대에서 김혜경 대표 등 최고위원들과 함께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한 촛불 행진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다음은 심상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우리당 견인은 환상"**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우리당의 대체입법으로의 당론 변경 얘기가 나오고, 우리당 개혁파는 더이상 '국민들을 속일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국보법 연내폐지가 불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심상정 : 대체입법등 국보법 폐지에 대한 우리당의 내용적 후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희상 의원이 청와대와 지도부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당은 대체입법으로 형법보완에서 한발짝 양보하는 대신 한나라당은 시한을 확실히 못박아주는 내용으로 갈 것이다.

프레시안 :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개혁과제별 공조'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민노당의 앞으로의 원내전략에 있어 전환이 있을 수 있나.

심상정 : 이번에 열린우리당이 보인 한나라당과의 야합으로 최소한의 개혁의지도 없음이 드러났고, 더이상 두당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본다. 앞으로는 더 이상 열린우리당과 같이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독자노선을 말하는 건가.

심상정: 그동안 우리가 개혁공조를 말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실상 이미 독자노선이었다. 다만, 국가보안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최종 결론을 보면서 '우리당 견인을 통한 개혁법안 처리는 환상'임을 분명히 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프레시안 : 1천3백명이 단식중인 국보법 폐지 시민연대와는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갈 계획인가.

심상정: 지금까지는 우리당 지도부가 형법보완에서는 더 이상의 내용적 후퇴도 없고, 반드시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국보법 폐지 시민연대도 이를 믿었다. 그나마 지금 그대로보다는 우리당안이 낫다는 판단에 단식으로 압박도 하고 최대한 우리당의 개악을 막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목표의 좌절이 확실해지면 노선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체입법으로 개악되는 게 기정사실되면 더이상 우리당을 믿고 그 안에서 압박하기는 힘들고 회기 내 투쟁을 정리하고, 대체입법 폐지 투쟁식으로 내년 싸움을 이어갈 것 같다.

프레시안 : 이에 대해 민노당은 원내에서 어떻게 대응할 건가.

심상정 : 당장 우리가 이 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은 많지 않다. 다만, 앞으로 이 4자회담 내에서 왜곡되고 변질된 4대법안 타협안이 나오고 이가 통과됐을 때,국민들이 이에 현혹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혁내용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이에 대한 우리당의 명확한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이런 후에야 향후 민주노동당의 독자노선도 들어설 자리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