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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의 '강소(强小)정당' 전략,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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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노당의 '강소(强小)정당' 전략, 성적표는?

[원내진출 원년, 성과와 한계]'높아진 기대감, 정체된 지지도'

격동의 2004년 한 해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에게 2004년은 '잊을 수 없는 원내진출 원년(元年)'으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어떤 평가와 전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나.

***민주노동당 "일단 연착륙에는 성공"**

우선 의원단은 한 목소리로 '제도권내 진보의 목소리'를 '성과'로 꼽았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의회 내 본격적인 좌파정당의 등장으로 그동안 보수정치가 무시했던 비정규직, 쌀개방, 장애인 이동권, 조세정책 등을 의제화시켰다"며 "주적 개념과 주한미군에 대한 문제제기 등도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그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사진1+사진2>

심상정 의원도 "국정감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책정당이라는 입지는 굳혔다고 본다"며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정부의 저소득층 신용불량자 정책 개선을 실제로 견인했고 외평채, 용산 LPP 문제에 대한 여론화, 정부의 비정규직법안 지연, 국회예비비 최초공개와 삭감등은 구체적 성과였다"고 자평했다.

조승수 의원도 "10명 모두 원내활동은 처음이라 '제도권 전술'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했지만 원내 진보정당이라는 포지션은 확실히 다졌다"며 "현 정국을 주도하거나 바꾸진 못해도 전반적으론 연착륙했다고 본다"고 긍정적 자평을 했다.

단순히 '목소리'만 낸 것은 아니다. '노동의원' 단병호, '농민의원' 강기갑 의원은 원내에서 각각 '노동기본권을 위한 의원연구모임'과 '농어업회생을 위한 의원연구모임'을 이끌며 독자적인 비정규법안을 내고 쌀재협상 결의안을 주도하는 등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해왔다.

***"선택과 집중 부족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민들의 피눈물은 정부의 쌀재협상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도 겨우 유보된 상태다. 또한 민노당의 독자적인 비정규직안은 환경노동위원회의 다른 당 의원들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핀잔 섞인 반응을 들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개개의 의원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열정적이지만 집단으로서 전략은 부재했다"며 "여야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나 '선택과 집중'에 관한 자체적인 큰 그림이 없으니 번번이 큰 이슈에서 밀려나거나 정국에 끌려 다니며 '자연발생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소수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전략이 없진 않았다. 다만 평가가 엇갈릴 뿐이다.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 "야당 경제 대토론회를 연다든지, 여당과 개혁논의 테이블을 만든다든지 하는 '정책별 사안별 공조'는 우리가 최대한 원내 마이크를 쥐기 위한 일관된 전략기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별 정책 공조는 한나라당과는 '여당 반대'차원에서만 유의미했을 뿐 번번이 "어떻게 내용도 다르면서 한나라당과 공조할 수 있냐"는 당 안팎의 논란을 불러왔다. 우리당과의 정책 공조 역시 이라크파병, 용산기지 이전, 국보법 등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번번이 '배신감'을 맛보며 뒤늦게 '거대여야의 야합'을 규탄하고 '왕따'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호소해야 했다.

진보정당으로서는 분명히 모든 사안에 대해 '바른 목소리'를 냈다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갈팡질팡'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 3>

노회찬 의원은 이와 관련, "선명한 입장도 좋지만 어떠한 타협도 안 된다며 회의록에만 남는 목소리만 낸다면 우리가 어떻게 현실개선에 기여할 수 있겠냐"며 "경직성 조기 탈피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대안제시에 만족할 건지, 현실적 대응도 고려할 건지에 관한 내부적 논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내부적으로 4년간에 단계적으로 이뤄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목표에 대한 합의조차 없다"라고 지적했다.

***'2중대 논란'**

지난 한 해 민주노동당을 가장 화나게 한 단어는 '2중대'였다.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민노당이 자신과 공조를 펴지 않으면, "민노당은 한나라당 2중대"(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관련 비난성명), "민노당은 열린우리당 2중대"(한나라당의 국보법 관련 비난성명)이라는 흑백논리식 비난공세에 직면해야 했다.

비슷한 맥락의 비판이 민노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국보법 폐지 투쟁이 한창이던 얼마 전 당내 범좌파가 당 지도부에 대해 "현 지도부는 민생정당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진 복지·노동정책의 구체화보다는 국보법 폐지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제기한 비판이 그것이다.

<사진 4>

이에 대해 국보법폐지 단식농성중인 김창현 사무총장은 "민생과 국보법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현 정국이 국보법에 집중할 시기이고, 그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며 "의원단은 자꾸 '이미 양당이 야합했고 연내폐지는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 파병때도 그렇고 우리가 언제 역사 앞에 이기는 싸움만 했나. 국민들이 10석 정당에게 기대하는 것은 1백석의 세련된 정치가 아닌, 소수일지라도 분명한 목소리와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당내논란에 대해 그간 상가·주택임대차보호운동과 신용불량자 거리상담 등 실질적 민생운동을 이끌어온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문제는 정파 대립이 아니라, 우리가 민생을 말하면서 얼마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대안을 가지고 활동을 해왔느냐"라며 "현재 당에는 추상화된 서민과 비생산적 논쟁만 난무할 뿐, 입증가능한 활동방식에 대한 설계와 실제 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뤄낼 정치활동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도 "모든 문제를 정파로 환원시키는 것은 운동권의 고질병이다. 현 시기 국보법 선택이 문제라면 예전엔 우리가 과연 민생문제 잘했나. 뚜렷한 비정규직 활동이 없었다면 이에 대한 반성과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며 "오히려 '국보법 올인 말자'의 실질적 의미가 '비정규직 집회하자'밖에 안되는 당의 타성과 비생산성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원내전략 부진과 컨텐츠 빈곤'으로 민주노동당이 지역현장에서 체감하는 일반대중들의 정서는 이보다 훨씬 적나라했고, 또 절실했다.

***높아진 기대감, 정체된 지지도**

민주노동당이 지역과 현장에서 체감한 민심은 '늘어난 인지도와 기대감'에 비해 '정체된 지지도'로 요약된다.

정경섭 마포을 지역위원장은 "구청, 구의회에서 예전과는 다른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재 지역에서 느끼는 당에 대한 지지는 총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흔히 하는 서명운동·선전전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원내 진출 전에는 상가·주택임대차법개정운동등 민생문제를 가지고 현장과 대화라도 열심히 했지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사안'을 가지고 얼마나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1>

박기옥 울산 북구지부 사무국장은 "울산 북구는 당원만 2천명이 넘고 민주노동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한 명만 있어도 달라질 것같이 얘기하더니 10명이나 있는데 한 게 뭐냐'는 반응"이라며 "우리편이 안에 있다는 든든함을 보여주지 않는 데서 오는 실망감이 큰 것 같다"고 평했다.

광주시당의 윤민호 정책국장은 "원내진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지역에 폭주하는 민원"이라며 "많을 때는 하루에 10건 가까이 접수되고 있지만 당의 활동방식은 예전 운동권식이라 원내진출로 늘어난 관심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강소(强小)정당' 전략, 얼마나 관철했나**

"시민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와 일반 대중들의 지지로 원내의 소수를 극복하겠다"며 민주노동당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거대한 소수' 전략, 이른바 '강소(强小)정당' 전략이 제대로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다.

조동진 서울시당 정책국장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게 원한 것은 분명한 색깔과 집중적인 이슈제기였지 종합선물세트가 아니였다"며 "그럼에도 민노당마저 우리-한나라당이 차리를 밥상에 콩 한쪽 더 얹는 식으로 여야공방 속 포지션에 골몰하다보니 사회경제적 독자안도 부각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모든 안에 대한 '수동적 반대'정당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기성정당의 의도를 간파했다 하더라도 대응수단이 많지 않은 데다 민노당 정책이 기존 정당들과 판이해 거의 타협의 여지도 없고 관철 가능성이 더욱 없으니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러한 민노당의 '협상 딜레마'는 향후 풀어야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사진 2>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비교섭단체의 한계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내외간 유기적 협조체계가 부실하다보니 서민경제만 해도 일상적 활동을 통한 기존정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윤철 상임정책위원은 "민주노동당은 앞으로도 10석의 한계를 가지고 스스로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이 상임위 활동만 할 게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층 결집 등 모든 사회세력에 대해 향상된 접근권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한다"고 '단순한 집회참가'가 아닌 '적극적인 원외정치'를 주문했다.

정경섭 마포을 위원장은 "현재 당에는 일상적 원외정치활동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커녕, 일반 당원들의 정서와 뜻이 중앙에 전달되는 통로조차 극히 좁다"며 "홈페이지를 통한 '라이브 폴'정도도 안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철 최고위원도 "일반당원들이 많이 늘었지만 지역에서 구체적 현안을 부각시키는 것에는 큰 성과가 없었다"며 "지역에서 여러가지 창의적인 정책생산과 운동이 시작될 수 있도록 중앙당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3>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역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선전과 구호로는 국민들은 절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며 "미래의 조건부 약속 남발로 현실의 무능을 감추려하지 말고 이해당사자 중심의 정책지지자를 조직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절반의 성공', 희망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의 2004년을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회찬 의원은 "의원전용 엘리베이터는 10석 가지고도 없앴다. 10석으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며 "설사 관철 안되더라도 정당한 문제제기와 피부에 와닿는 이슈로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겨야 한다"고 '10석 무용론'을 경계했다.

김종철 최고위원도 "포르투알레그레의 시정을 장악한 브라질 노동자당은 사사건건 예산안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시의회를 '참여 예산제'라는 민중의 힘으로 돌파했다"며 "우리도 과거와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중앙당을 평가하고 분회를 만들어 지구당 차원을 넘어선 활동을 하고 있는 새로 가입한 당원들이 희망"이라고 낙관했다.

조동진 서울시당 정책국장도 "작년 청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후 이를 선례로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고 긍정사례를 꼽은 뒤, "현재는 지역 당원모임 등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생생한 민심과 문제점을 듣게 돼도 이게 전혀 대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충분히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 4>

심상정 의원도 "성공전략의 핵심은 6만당원이 분야·지역별로 형성한 네트워크와 일상적인 정치실천"이라며 "이것이 원내정치와 밀도 있게 결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세 의원도 "당의 역량부족으로 수용 못하고 있는 진보개혁 과제들이 과학기술과 문화등 분야별로 무궁무진하다"며 "이들과의 좀더 밀접한 '공조' 또한 여전히 중요한 우리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조승수 의원도 "학교급식운동때는 구체적인 내용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호응이 아주 좋았다"며 "2006년 지방선거도 있고, 조만간에 보육등 서민들의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중심으로 아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메뉴얼화해 당에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창현 사무총장도 "민주노동당도 많이 배웠다"며 "의원도 최고위원도 모두 처음이다보니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지난 6개월은 우리가 할 일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의원단-최고위원 연석회의도 정례화해 그간 지적된 원내외간 의사소통도 활발히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민호 광주시당 정책국장은 "현재는 기존정당과의 관계나, 미약한 역량 모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솔직히 민주노동당도 총선에서 지갑 주웠다. 지금 10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진보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줘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현시기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사진 5>

지난 27일 민노당 현애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관련 법안이 국회 건교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는 오랫동안 '장애인 이동권'과 '저상버스 의무화'를 주장해온 장애인 운동의 성과를 민주노동당이 받아 이룬 첫 성과로, 민노당이 그동안 발의안 총56건의 법안 중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여야의 틈바구니에서 '파행중단, 야합저지'등의 악다구니로 지친 민노당에게 이는 커다란 연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빈곤가정의 장애인 아이가 굶어죽고 "비정규직이 정말 무섭다"며 50대 남성이 목을 맨 2004년 세밑,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 실험은 여전히 목하 진행중이며 여전히 주목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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