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5일 밤 10시간여의 마라톤 의원총회 직후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법사위가 아닌 다른 틀에서 논의하고, 4대입법에 대한 합의처리를 약속하면 임시국회에 등원하고 법사위 농성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내 견해차가 심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권을 갖고 여당과의 협상에 임하기로 했다.
***박근혜 "4대입법 합의처리 약속하면 등원"**
박 대표는 "법사위 이외의 별도 기구에서 합의될 때까지 충분히 논의해 합의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기를 정부여당에 제의한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즉각 법사위에서 모든 것을 풀고 임시국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보법을 제외한 과거사법, 언론법, 사학법 등 3개법안에 대해선 "상임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를 거치고 공청회도 해서 합의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국보법에 대해선 "국보법은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법사위 이외에 별도 기구에서 합의될 때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법사위에 다시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별도 기구'와 관련, "원내대표부에서 협상할 문제지만 원탁회의도 좋고, 특위를 만들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합의처리가 임시국회 참여의 전제조건"이라며 "우리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즉시 임시국회에 임한다"고 재차 조건부 등원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제안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는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우리는 정말 빨리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면서 "소수야당으로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법사위를 지키면서 노력했지만 언제까지 평행선으로 갈 수는 없다"고 주장, 국회파행의 책임을 여당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국보법 지도부에 위임, 박근혜 "전향적인 방향으로"**
한편 이날 의총의 최대쟁점이었던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하는 쪽으로 결론냈다.
이날 의총에서는 국보법 개정안중 쟁점이 돼온 법안명칭 변경 여부와 참칭조항에 대해 '표결을 통해 이 자리에서 결론내자'는 안과 '당 지도부에 위임하자'는 안을 놓고 표결을 한 결과, 47대 40으로 당 지도부에 위임하자는 쪽이 다소 우세하게 결론이 났다.
박 대표는 의총 직후 "시대 흐름에 맞게 전향적인 방향에서 개정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밝혀, 당내 소장파들이 마련한 전향적 개정안을 선호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법안 명칭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변경하고 국보법 제2조의 '정부를 참칭하거나'로 돼 있는 조항을 '정부를 표방하거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단체'로 변경하는 당내 국보법TF의 다수안으로 결론낼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당론 확정 시기와 관련해선 "방금 (의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열린우리당에 국보법을 법사위가 아닌 다른 틀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을 해놓은 상태인 만큼, 우리당과의 협상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개정안 확정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용갑 "한나라당에 내 역할 없다", 이방호 "일단 지켜보자"**
이같은 의총 결론에 대해 영남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보수파들은 일부 반발하고는 있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날 의총 막판에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참칭조항을 풀어서 서술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표결이 선언되자 김용갑 의원은 "표결은 무슨 표결이냐. 내가 한나라당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의총장을 뛰쳐 나갔다. 이에 이재오 의원이 "형님, 왜 그러십니까"라고 강하게 만류했으나 김 의원은 결국 의총장을 떠나는 한차례 소동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영남권 보수의원 모임인 자유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이방호 의원은 16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표 결정에 당원으로서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김용갑 의원과 다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 의원은 "나도 국보법 TF에 참여해 상당 부분을 전향적으로 검토했다"면서 "다만 '참칭'조항을 풀어서 쓰느냐 문제만 남았는데, 대표가 여야 협상에서 탄력있게 대응하도록 신축성을 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과 함께 강경입장을 대변했던 이 의원의 이같은 변신은 한나라당의 '간첩 공세'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면서 당 지도부 등 당내의 위기감이 이날 의총을 지배한 데 따른 대응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16일 오전 여야대표회담 주목**
이같은 한나라당 입장 정리로, 관심사는 열린우리당의 수용 여부로 쏠리고 있다.
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회담을 갖고 한나라당 제안 수용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당 지도부는 현재 이번 임시국회에서 4대법을 관련 상임위에 상정한다면 굳이 연내처리를 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안한 '합의처리'는 사실상의 4대법 포기를 의미한다고 판단하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4대 법의 본회의 처리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면 연내처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절충안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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