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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 행정직원, 사학비리 ‘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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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 행정직원, 사학비리 ‘내부고발’

경북 Y여고 K모씨 “이사장, 국고보조·교비 등 수십억 착복-치부”

'4대 개혁입법'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사립학교법개정안이 사학재단들과 한나라당의 극렬 저지로 국회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사립학교의 예산 출납을 담당해왔던 행정실 직원이 사학재단의 각종 비리를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학재단의 각종 비리에 대한 소문은 그동안 교육계 전반에 파다했으나 행정실 직원이 구체적인 물증을 가지고 양심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년 동안 학교공금 수십억원 가로채"**

현재 경북 영덕의 Y여고(학교법인 J학원) 행정실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K모(49세)씨는 1일 오전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Y여고 재단이사장이자 전 교장이었던 P모씨의 각종 회계비리에 대한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고 감사원의 정밀감사와 사법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K씨는 양심선언문에서 "P모씨는 무려 15년 동안 수십억원의 학교운영비를 계획적이고 상습적으로 횡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해 왔다"며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해야 하는 것이 학교 행정실 직원들의 처지이지만 더 이상 국민 혈세가 개인 돈으로 사용되고, 또 학생들이 누려야할 교육혜택이 도난당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K씨는 "개인적으로 P씨에게 이같은 공금횡령 등 각종 비리의 중단을 수차례 건의하기도 했으나 그는 오히려 '이렇게 안하는 사립학교가 어디 있느냐'며 '사학에서 근무하려면 이런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비리를 부추기기까지 했다"며 "P씨가 지역 교회의 장로노릇을 해오면서 2001년에는 모언론사가 주는 교육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교육자 행세를 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30일 저녁 서울에 올라온 K씨는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머물다가 양심선언 직후 경북 영덕으로 귀향했으며, 최 의원은 K씨가 제출한 각종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검찰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양심선언은 현직 행정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사학재단의 비리자료를 내놨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청구는 그동안 해당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해 오면서도 이같은 비리를 밝혀내지 못한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이사회는 허수아비, 올해 스스로 이사장 취임"**

K씨가 이날 언론에 공개한 Y여고의 각종 회계비리는 광범위했다.

이사장 P씨는 국가에서 지원되는 목적사업성 교부금은 물론 학교운영지원비(육성회비), 학교운영기본경비 등 모든 학교예산에 손을 댔다. 내부고발자인 K씨는 P씨가 이 돈으로 자신의 아파트와 자가용 등을 구입했다고 증언했다.

P씨는 이를 위해 이사회 회의록 조작은 물론 △시설공사·물품구입시 단가조작, 수량부풀리기 등 허위서류 작성 △관공서 도로편입 보상공문 변조 등 공문서 위조 △위장 퇴직신고를 통한 사학연금 허위수령 등의 범법 행위도 저질렀다. P씨는 이렇게 착복한 각종 공금을 학교직원의 명의를 도용해 직접 차명계좌를 개설해 관리해 오기도 했다. K씨는 이날 이와 관련된 P씨의 친필 메모도 공개했다.

특히 P씨는 이같은 비리행각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계약, 구매, 지출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부분은 직원을 시키지 않고 직접 집행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심지어 교실에 사용되는 형광등마저 자신이 직접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P씨 부부는 지난 95년 교장 재직 당시 학생화장실 개축공사금 7천만원 가운데 2천만원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를 횡령했던 사실이 발각돼 전 교원들 앞에서 이를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이밖에 이사회도 열지 않은 채 K씨를 시켜 허위 이사회의록을 작성토록 한 뒤 올해 이사장에 취임해 자신의 아들을 교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K씨는 "학교법인 J학원은 지난 89년부터 올해까지 정식 이사회를 단 한차례도 연 적이 없으며, 이사와 감사의 도장은 P씨가 자신의 사물함에 감추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날인해 왔다"고 증언했다.

최 의원실 이원영 보좌관은 "사립학교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재단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교사와 학부모의 눈을 가려놓은 현행 사립학교법 때문"이라며 "따라서 사학재단들과 한나라당,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사립학교법개정에 더 이상 딴죽을 걸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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