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월중 발표하기로 예정했던 3.4분기 경제전망보고서를 "불확실성 증폭에 따라 발표할 수 없다"고 한 지난달 28일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30일 "KDI는 경제전망치를 냈지만 수치가 너무 험악하게 나와 발표하지 못한 것"이라는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정두언, "재경부나 청와대에서 발표를 막았을 것"**
정 의원은 이날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KDI는 경제전망치를 제시했고 이 수치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도 보고가 됐다"면서 "그런데 너무 험악해서(수치가 낮게 나와서) 발표를 안한 것이라고 한다"고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추궁했다.
이에 이 부총리는 "글쎄. 잘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정 의원은 예결특위 회의장 밖에서 기자와 만나서도 "KDI에 박사가 몇 명인데 수치를 못내겠냐"며 "KDI는 전망치를 당연히 재경부에 보고하는데, 재경부나 청와대에서 발표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얘기를 아는 공무원에게 들었다. 내가 이 부총리에게 저 사람이 말했다고 지적하면 이 부총리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주장의 신빙성을 강조하면서도 'KDI의 전망치가 얼마로 나왔냐'는 질문엔 "수치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말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해찬, "성장률 1% 떨어지면 세수 1천여억 감소"**
이날 예결특위 회의에선 정부가 내년 실질경제성장률을 민간연구기관의 전망보다 높은 5%대로 전망하고 예산안을 짜 온데 대해 야당 의원들은 질타를, 여당 의원들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대통령 이하 전 장관이 낙관의 늪에 빠져있다"며 "내년 환율급락과 유가등급이라는 악재를 고려하면 성장률이 적어도 4%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은 "정부로서는 5% 성장률을 경제운용의 목표로 잡고 재정을 꾸려가는게 당연한 책무"라며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기존 예산안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더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헌재 부총리는 "낙관적인 전망에 의해 예산을 짠 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4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하고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5%의 실질 성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달성하려면 재정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게 적당하냐는 계산에서 예산을 마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좋지는 않지만 (세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국가에서 밝힌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수 수입은 적게는 1천억에서 많게는 1조3천억까지 감소될 것이라고들 한다"는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이 질문에 "1조3천억이라는 예상은 잘못됐다. 경제성장률이 1% 정도 하락하면 세수가 약 1천1백억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리는 "종합소득세, 사업소득세 등을 쭉 뽑아보면 2005년도에 약 1천87억 정도 세수 감소가 예상되나 예산 운용시 불용액이 몇천억씩은 필연적으로 남게돼 재정 운용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 총리 주장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헌재, "차질이 예상되는 분야에 연기금 투자를 권유 않을 것"**
종합투자계획인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도 논란이 됐다. 뉴딜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도 연기금의 독립적, 안정적 운영을 주문했다.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은 "뉴딜정책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관련 법을 개정해 연기금의 투자규제를 풀어주고 운용의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보장해주는 데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도 "IMF가 지적한 대로 민간자본이나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정부가 지나치게 보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에 이헌재 부총리는 "종합투자계획은 내년 하반기의 건설 수요를 금년보다 약 5% 정도 증가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보완적인 투자계획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재원은 연기금에 국한되지 않고, 생명보험 등 민간이 가지고 있는 재원을 다 활용하려고 한다. "고 밝혔다.
그는 "연기금의 경우는 현재의 낮은 금리로 운용하는 것보다 수익성도 높고 안정성이 보장되는 곳에다가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연기금의 재정수익에 중요하지 않겠나 하는 입장"이라며 "연기금에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이후 차질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한나라당의 김병호 의원의 질의에 "차질이 예상되는 분야에는 연기금의 투자를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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