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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돼 신문지국 목 죄는 '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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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돼 신문지국 목 죄는 '무가지'

[기자의 눈] 신문지국들, '공배 시대' 도래에 요동

“정부기관이든 기업체, 또는 일반 가정이든 신문배달은 각 신문사의 지국이 맡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기존 신문배달망이 붕괴되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보고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서울 세종로에서 신문지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중앙일간지 지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울분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신문배달은 신문지국이 맡아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가 깨지는 현실 앞에서 자신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틈새시장 공략, 속수무책의 기존 신문지국**

서울 세종로 지역의 신문지국장들이 전하는 사정은 이랬다. 그들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동아, 매경, 문화, 중앙, 조선, 한겨레 등 6개 신문지국 공동으로 정부종합청사와 인근 현대해상, 현대상선 등의 기업체에 신문을 넣어왔다. 정부기관은 보완상의 문제로 한 업자가 신문배달을 맡아주길 원했고, 기업체들은 여러 지국이 다른 시간대에 배달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들은 고민 끝에 같은 지역에서 신문지국을 운영했던 K모씨에게 신문배달을 위임했다.

이들 신문지국장들에게 세종로 지역은 ‘황금밭’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을 상대하다 보니 배달되는 신문부수의 양도 많았고, 신문대금 회수도 일반 가정보다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신문배달과 수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폐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금 연체로 다툼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K모씨는 지난 10월 1일부로 자신이 아예 신문공동배달업체를 설립해 ‘황금밭’을 독식해 나갔다.

때 아닌 날벼락에 지국장들은 K모씨를 찾아가 항의를 하고, 정부기관과 기업체에도 쫓아가 불합리함을 호소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모두 “업자들끼리 잘 해결해 보라”는 답답한 대답뿐이었다. 결국 이들 지국장들은 각자의 본사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K모씨가 여타 지역에서 신문을 사오지 못하도록 하는 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K모씨는 어김없이 어디선가 자신들의 신문을 사와 이를 계속 배달했다. 이번에는 본사도 출처를 찾아낼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때를 같이 해 같은 지역의 국민, 경향, 한겨레신문 지국들이 신문공동판매회사를 차려 영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자신들도 (주)종로공동신문판매라는 일종의 신문공동배달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한번 빼앗긴 시장은 다시 돌아올 줄 몰랐다.

***신문지국, 본사 무가지 남발 용인하다 ‘부메랑’**

이들 지국장들의 ‘딱한’ 사정을 들으며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자가당착’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지국장들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업자들이 조만간 서울 전 지역, 아니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신문배달망 전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문지국장들의 문제제기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지국장들은 벌써 예전에 본사가 지국에 마음대로 무가지를 내려 보내지 못하도록 사전에 이를 막았어야 했고, 또한 지국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무가지를 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불법 경품을 제공하거나 공짜 신문 넣는 일을 단호히 거부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K모씨가 다른 지국에서 무가지를 헐값에 사들여 자신들의 목을 죄는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 지국들은 지금이라도 유료신문의 정확한 부수를 본사만이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지국들은 본사에 정확한 유료부수 정보를 전하지 않고 있다. 그럴 경우 본사가 언제든 지국을 제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본사도 스스로의 유료부수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틈새시장 공략이 강화된다면 그 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밖에 되질 않는다.

신문업계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신문공동배달제의 시행을 강조해 오고 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아 일부 신문사들은 느슨하게나마 공배회사를 차리기도 했고, 얼마 전 한 메이저신문은 발빠르게 경기도 일산에 공배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뒤에야 신문지국들은 생존을 위해 하나씩 손을 잡아 나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은 명확하다. 신문배달망이 붕괴돼 가는 시점에서 신문지국의 유일한 생존방법은 공동배달제밖에 없다. 신문지국장들이 싸워야할 대상은 다른 업자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본사이고, 또 제도 도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드는 정치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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