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5일 '민생경제 원탁회의' 2차회의를 개최했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기금관리기본법, 공정거래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선 전날 1차회의에 이어 한 발도 진척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분과위 구성 등 세부조항에만 합의 **
이날 양당은 원탁회의 내에 개별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분과위원회를 세개 정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열린우리당이 우선 처리법안으로 제안한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국민연금법과 한나라당이 제안한 국가재정건전법안 등 운영위 소관 4개법안을 하나로 묶고, 재경위 소관 법안인 감세법과 R&D특구법을 또 하나로, 건교위 소관인 기업도시건설특별법을 다룰 분과위가 세 개 구성될 전망이다.
분과위원회는 개별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틀로 분과위원회에서 검토된 사항은 원탁회의에 보고돼 여야간 법안에 대한 타협을 최종 결정한다. 각 분과위원회에는 해당 정조위원장과 상임위원회 간사, 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키로 했다.
전날 첫 회의에서 구성키로 합의한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후속대책 마련과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특위'는 6개월의 활동시한을 2분기로 나눠 첫 3개월에 행정수도 위헌결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우선 논의하고 다음 3개월에 지방균형발전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당은 또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세 야당의 원내대표를 원탁회의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했다. 분과위원회에도 필요한 경우 참여시킬 수 있게 했다.
그러나 1차회의에서 이날 결정하기로 한 운영위, 정무위, 예결특위의 정상화 방안은 이견을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카드 사태 관련 국정조사 역시 평행선을 달렸다.
3차회의 일정도 양당은 수석부대표 논의를 통해 결정키로 해 향후 원탁회의도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오프닝부터 브리핑까지 대변인 '신경전'**
양당은 이날도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 '협상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지만, 회의는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벌어진 양당 여성 대변인들의 설전으로 시작됐다.
우선 열린우리당 박영선 대변인이 한나라당을 향해 "한나라당은 대변인을 '하나'라고 하냐. 어제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변인 하나가 나왔는데'라고 하더라"며 정색을 했다. 회의에 앞서 환담이나 가벼운 농담으로 서로를 맞던 종전에 관례에 비추어 박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이에 한나라당 이한구 의장이 "그럼 셀 때 하나, 둘 이렇게 하지..."라며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려 하자, 박 대변인은 "초등학교 시험에도 나온다. 사람은 '한 사람, 두 사람' 이렇게 센다"며 쏘아붙였다.
이 틈에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박 대변인이 아나운서 한 건 아는데 우리가 그런 문제를 논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끼어들었다.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 일에 그렇게 신경쓰지 말고 열린우리당 걱정이나 해라.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회의 시작도 전에 대변인들의 기싸움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자,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이 "비빔밥 좀 만들려 했더니 자꾸 따로국밥이 된다"며 두 대변인을 말렸다. 함께 앉아 있던 이계안 제3정조위원장도 "두 분이 저만치 떨어져 있으니 다행"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 "양당 입장차 있는데 화기애애할 리 있겠냐"**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동안에도 양 대변인 간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전 대변인이 "한나라당은 내일도 회의를 하자고 했지만 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가 구체적인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 사안을 만들어 와야 한다고 말하셔서 추후에 수석 부대표들이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추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탓을 열린우리당으로 돌리자, 박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한 달째 주말회의를 제의하고 있지만 대답이 없다"고 반격했다. 박 대변인은 단상을 내려와선 "전 대변인이 '토요일엔 신문도 안나오는데 국회 열 필요 있냐'고 반대했다. 국회가 신문을 위해 일하는 거냐"며 전 대변인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두 대변인이 전한 회의 분위기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박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다수당의 우위를 접고 들어가는 것인데 한나라당에서는 '날치기 통과'를 운운하니 한나라당이 테이블에 앉을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이 든다"며 "천 대표도 마음이 많이 상한 듯 하다"고 전했다.
전 대변인도 "양당의 입장차이가 있는데 화기애애할 리가 있겠냐"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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