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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하늘이냐 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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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하늘이냐 땅이냐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11>

가을에서 봄까지(題字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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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저녁에 술 한 잔 걸칠 수 있는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나이 들어서도 술 한 잔 핑계로 하늘을 땅이라고 우기고 땅을 하늘이라고 고집 세우며 ‘허허’ ‘허허’ 해대는 사람들은 참으로 억울할 것이 없는 삶이다.
나는 예전에 술을 많이 했다.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술 속에서 헤엄쳤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 놓아둔 소주병부터 나팔 불고 온종일 취해 있다가 밤이 되면 때 만난 듯 또 마시고 또 마셨다.
이제 내 곁엔 담배도 술도 없다.
그러니 이제야 깨닫는다.
조금씩만 마실 걸!
조금씩 마셔서 늘그막에 마실 몫을 남겨둬야 했을 걸!
소용없는 후회다.
그러나 후회 중에도 가장 큰 후회는 술 자체보다 술 취한 핑계로 하늘 보고 땅이라 우기고 땅을 보고 하늘이라 고집 세우는 억지 부리는 재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보들레르 시 중에서도 백미는
‘취하십시오!’란 한 구절이다.
요즘 말로 옮기면 ‘미치십시오’다.
안 미치고 산다는 것처럼 괴로운 것은 없다.
가끔 미치고 싶다.
정신병 얘기가 아니다. ‘이탈’ 얘기다.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 못하는 ‘너울질(위아래로 곤두박질)’이야말로 행복이니까!
술만이 너울질을 가능하게 하고 또 그럴듯한 핑계가 되니까.
아아,
아직 괜찮을 동안에 많이 많이들, 어서 어서들
‘취하십시오!’
‘미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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