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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는 미국의 스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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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는 미국의 스파이다”?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17>

지난 9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미군의 이라크 팔루자 대공세에 대해 또다시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미 미국 대선 당시 부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그로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이와 같은 일련의 돌출발언은 일본국내 뿐 아니라 중국사회를 계속 자극하고만 있다.

먼저 일본인들의 고이즈미 총리 발언에 대한 반응. 필자는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통해 나름대로 일본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터이다. 그렇지만 며칠 전에 만난 일본인들로부터 접한 대(對)고이즈미 인식에서는 정도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상하이를 방문한 이들 일본인들은 일본내“반(反)고이즈미”기운이 이제는 “혐(嫌)고이즈미” 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필자와 만난 이들도 처음에는 자민당의 개혁을 주창하는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점차 심해지는 그의“오보짱(お坊ちゃん,도련님)”적 기질, 즉 출신상의 한계가 일본을 곤경으로 몰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토로하였다. 미국 대선전 산케이 신문(일본 우익의 대변지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의 일본인이“부시는 (당선돼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 그는 수상직을 사물화(私物化)하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무 어려움 없이 자기 고집대로만 자라난 고관대작 집 철부지에 의해 국제사회에서의 일본고립은 심화일로에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그들을 바라보며 필자는 10년 이상 지속된 일본경제의 불황을“잃어버린 10년”이라 했듯 이제 일본인들은 그의 재임기간을 일본외교의 “잃어버린 시기”로 빗대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며칠전 함께한 일단의 국제관계ㆍ국제정치학 분야 중국인 교수들과의 모임에서 새로이 접하게 된 이들의 견해를 기존 중국인의 대일관에 업데이트 시켜본다. 그 자리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의 국제사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불현듯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다.

“아니, 그 양반 국제관례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한나라의 정상으로서 타국 선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고이즈미 수상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더 대단하지 않은가. 도데체 어떻게 했길래 일본수상을 이 정도까지 철저히 복종시킬 수 있었는가? ”

“그러한 그가 왜 우리 중국에 대해서는 이리 심사 뒤틀린 짓만 골라 하는지 모르겠다. 그의 언행이 결코 중ㆍ일 관계 뿐만 아니라 일본 국익에도 좋지 않을텐데….”

중국학자들의 이와 같은 성토는 곧“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미국 스파이”설로 이어진다. 즉 그의 작금의 대외정책은 중ㆍ일 양국에게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오로지 미국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그는 혹시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미국의 스파이일 수 있다는, 웃어넘기기에는 씁쓸한 설(說)로 불거지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오죽하면 일국의 정상에 대해 이와 같은 황당한 설이 나오게 되었는가. 이렇듯 중국 지식인 사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원색적으로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겨우 그 심각함이 어느 정도 파악된 듯 일본의 마치무라 외상은 지난 12일, 일본의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중ㆍ일 양국간 정상회담 부재원인을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찾는 발언을 한다. 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양국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그러나 참배를 강행하기 때문에 양국관계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외상과 외무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측의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볼 때 외상의 이와 같은 사고는 아직도 너무 안일하지 않을까.

“아니 그렇다면 고이즈미가 양국관계를 이 지경으로 이끌 때까지 일본 외무성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만약 할 수 있었는데도 안했다면 지독한 직무유기요, 또 그것이 갑자기 바뀐다는 보장이 있는가!!”

고이즈미 총리와 그의“붕어와 배설물(金魚とフンのような)”외교정책.

“붕어와 그 배설물과 같은”이라는 말은 일본의 한 속담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항 속의 붕어 배설물은 붕어에서 분리되지 않고 한동안 붕어 뒤에 졸졸 붙어 다닌다. 다시 말해 비록 모체와 배설물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어떠한 외부로부터의 강한 작용이 수반되지 않는 한 나름대로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으니 바로 고이즈미 총리가 견지하고 있는 현재의 미ㆍ일 관계가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세한 내용은 최근 출간된 졸저 <미ㆍ중ㆍ일 새로운 패권전략>(살림지식 총서) 참조).

이러한 고이즈미 총리의 대외정책은 결국 중국의 민족주의 동향을 더욱 격화시킴과 동시에 중ㆍ일관계를 “돌아올 수 없는 다리”저편으로 이끌고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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