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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불 붙는 한ㆍ중 외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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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불 붙는 한ㆍ중 외교전쟁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25>

칠레에서 개최되는 APEC정상회담과 관련해 브라질과 아르헨 등 남미에서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 정부는 얼마 전 베트남에서 의전절차 문제로 한바탕 맞붙은 경험이 있어 자국 원수의 의전 절차와 모양새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사진1> 한ㆍ중 양국 원수들의 방문자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라파엘 비엘사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김영길

양국은 각기 자국 국가원수에 대한 아르헨측의 의전 문제에 대해 신경전을 벌였다. 아르헨 외교부는 일찌감치 후진타오 주석의 아르헨 방문은 '국빈방문'이라고 공식발표를 했으나,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공식방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주아 한국대사관의 물밑교섭으로 아르헨 까사로사다(대통령궁)가 양국정상회담의 격을 국빈방문으로 끌어올렸다. 10일(현지시간) 필자가 확인해본 바, 아르헨 외무부측은 노 대통령의 방문자격에 대해 '노 코멘트'를 한 반면, 대통령궁 공보실측은 "양국정상회담의 격은 국빈방문"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중국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방문자격 싸움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무승부를 기록한 셈이다.

따라서 아르헨에서의 두 정상의 공식일정은 비슷하다.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식만찬, 국회방문 등이다.

<사진2> 까사로사다(대통령궁) 집무실에서 한ㆍ중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로베르또 라바냐 경제장관과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왼쪽).

다만 한국의 노 대통령은 일요일인 14일에 아르헨에 도착하지만, 아르헨 정부는 이날을 공식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르헨 외무부는 노 대통령은 도착 첫날인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의전을 어떻게 예우할지가 관심거리다. 노 대통령은 이날 현지교민과의 간담회와 만찬이 유일한 일정이다. 현지언론들도 노 대통령은 15일 아르헨에 도착해서 정상회담을 갖고 16일 아르헨을 떠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틀 늦게 아르헨에 도착하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현지언론에 갖가지 대규모 투자설을 흘려 아르헨에 중국 붐이 일게 만들었다. 현지언론은 연일 중국소식으로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TV매체들도 중국교민들과 아르헨티노들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언론플레이에서는 일단 중국이 판정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이 아르헨티나에 200억불을 투자한다는 설이 해프닝으로 끝나자 이번에는 주아 한국대사관의 최양부
대사가 밝힌 3천만달러 차관설 현지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10일 아르헨 주요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아르헨 국립은행과 3천만 달러 규모의 차관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현금이 아닌 수출보증보험금 성격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은 아르헨 현지에 투자를 놓고 장군멍군을 주고받고 있는 형국이다.

아르헨에 특파된 중국언론들에 따르면 후진타오 주석은 이미 브라질을 향해 출발했다. 한국정부가 이번 남미순방에서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브라질에도 중국은 거액투자설을 흘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12일 노 대통령에 앞서 브라질에 도착할 후진타오 주석은 3백여명의 기업인들과 대규모의 정부관리로 구성된 수행단을 대동하고 4박5일 동안 브라질에 머문다. 마치 남미시장에 올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3> 중남미 연합을 위해 손을 잡은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 중국은 이번 칠레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정상들과 만난다.

중국정부는 남미에서 안정적인 식량공급과 석유, 가스 등 에너지와 철강, 수산자원 등을 독점하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한 건설분야에 진출을 함으로써 넘쳐나는 자국 인력과 중장비판매라는 이중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정부 역시 아르헨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시장인 중국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인구 13억이라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이번 남미방문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보따리 속에 아르헨과 브라질정부를 움직일 만한 선물이 있느냐다. 지난날 YS의 남미방문 때처럼 지키지도 못할 공허한 약속만을 남발하고 돌아가는 외유성 방문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구 반대편인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ㆍ중 양국의 외교전이 방문성과에서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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