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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Freedom'과 과 우리식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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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Freedom'과 과 우리식 '자유’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16>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오하이오주의 잠정투표 개표를 기다리지 않고 예상보다 신속히 패배를 인정,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됐다. <오하이오 주법(州法)> 규정에 따라 그곳에서의 잠정투표 개표는 최소 11일 후에나 가능, 승리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미국은 또 다시 분열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콜로라도 주가 ‘승자독식’(승자가 선거인단 모두를 차지하는)을 규정한 <콜로라도 주법>의 폐지여부에 대한 주민 투표도 개최하였다. 그런데 만약 케리가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하고 그때까지 <콜로라도 주법>의 승자독식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당선 확정까지의 또다른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었다. 이렇듯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이번의 대선에서도 잘 나타나듯 비단 우리의 이해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미국인조차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복잡함이 적지 않다.

현재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약 38개 주가 1996년의 동성결혼 금지를 골자로 하는 결혼보호법을 시행중이다. 동성결혼을 합법화 시킨 주도 있고(2003년 5월, 매사추세츠) 아직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주, 침묵을 유지하거나 일정조건부 허용 등을 고려하는 주도 있다.

또한 호텔숙박객은 객실에서 오렌지 껍질을 벗겨서는 안된다(캘리포니아 주), 물 속에서 숨을 쉬어서는 안된다(버몬트 주), 대중의 면전에서 옷을 벗어서는 안된다(뉴저지 주)라는 독특한 주법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 주가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해안가, 사막지대, 산악지대, 평야지대 등) 및 기후조건, 산업특징 등등의 이유로 각 주가 독자적인 정치, 경제, 법률 및 사회시스템을 고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실로 일국(一國)이라는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각 주의 관습들이 너무 다르다. 따라서 외국인 뿐 아니라 미국 속의 일반 미국인들도 그 천양지차를 조목조목 파악하고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와 같은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미국사회의 유연성” 정도가 되겠지만 미국사회의 원칙없는 원칙성을 잘 나타내는 모습임을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 펠드(Feld) 교수는 미국사회에서의 근본적인 판단기준은 “합리적 사고력을 지닌 사람들의 관점 (Reasonable Person's Perspective)” 이라는, 그 자체로도 의미파악이 쉽지 않은 대전제를 바탕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미국이 말하는 Freedom과 우리식 자유(自由)의 개념상의 차이가 생겨난다.

***미국, 자유라는 미명하의 속수무책**

어쩌면 우리는 미국에서 말하는 '자유(Freedom)'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의 자유와 우리의 자유 사이에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 변호사와 판사, 일본의 법률가들도 이구동성이다. “많은 경우, 사회주의 중국에서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누릴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는 단속되고 처벌받는다. 이러한 미국이 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부격이라 일컬어지는 지 모르겠다. 관리국가라고 하는 편이 더 옳지 않을까? 일상생활에서의 부자유가 이렇게 많은 데도 말이다”

우리 한국처럼 단일민족에 동일한 관습ㆍ문화ㆍ자연환경을 지닌 나라에서는 구심점을 정하기가 쉽다. 하지만 미국처럼 문화, 관습, 인종 및 종교 등, 모든 것이 다르고 이질적인 국가가 구심점을 정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도 미국의 자유란 결국 '자유'라는 미명하의 느슨한 통일을 향한 몸부림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체적으로 강하게 통일시키거나 일체화시킬 수 없으므로 그 정리불가한 부분을 오히려 개성존중이라고 포장하여 '어쩔 수 없이' 자유를 부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생활과 밀접한 도로교통법, 재산관계 법, 결혼 및 이혼관계 법 등이 전술한 바와 같이 각 주마다 그렇게까지 판이할 수가 없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자유가 아닌, 그 상이함을 능동적으로 인정하는 자유라면 왜 미국에서는 미국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통일상거래법전이나 각종 범죄에 대해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현대형법전 등을 제정하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며 한국이나 일본의 6법체계하에 전국적으로 통일된 법규범이나 선거체계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인 지인들은 다시 한번 미국식 Freedom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에 대해 넌더리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각 주들이 조금씩만 더욱 양보하며 자기 색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복잡함도, 그로 인한 2000년 대선에서의 수모나 이번의 혼란위기와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자유나 일본의 자유(自由)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미국적인 것이라면 아직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찬미주의자들이 과연 이와 같은 미국사회의 고치기 힘든 치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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