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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진보인사 초청 토론회, '쓴 소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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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진보인사 초청 토론회, '쓴 소리' 봇물

"쓴 소리 듣겠다고 불러놓고 쓴 소리 하니 나가"

진보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 극우진영에게도 비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이같은 상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 26일 '한나라당 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허태열)'는 진보진영 인사들을 다수 참석시켜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는 한나라당의 예상(?)대로 쓴 소리는 여지없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비판의 단골메뉴인 '냉전적 사고', '관료주의' 등 변화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질타 뿐 아니라 최근 행정수도, 4대입법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정쟁적 상황에 관련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주최측에서 선정한 주제인 '지구당 폐지에 따른 당 운영방안', '당명 개정'은 오히려 토론자들에게 "아직도 한나라당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모양"이라며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었다.

이날 발제는 정진민 명지대 교수와 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서현진 성신여대교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한기 오마이뉴스 정치부장, 김상희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함승희 전 민주당 의원, 하광룡 변호사가 참석했다.

***김기식, "한나라당은 반대당. 당리당략과 정쟁에만 익숙"**

토론자들은 김대중 정권시절부터 이어져온 한나라당의 반사이익 심리를 거세게 비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정수도 이전도 반대하고 4대입법도 반대하며 반대만 하는 한나라당은 반대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이 보수적 관점에서 우리사회가 어디로 가야 되느냐는 총체적 비전은 고사하고라도 개별 영역에서 비전이나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있나. 포지티브가 아닌 정당을 국민들은 결코 수권정당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권 시절 5년동안 오로지 '반DJ'정서에만 기대어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면서 "지금 한나라당은 20-30%로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없음, 즉 반노정서에만 의존해 정당을 운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마의 35%는 한나라당이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표를 끌어모은 것"이라며 "지금 30%를 조금 상회하는 한나라당 지지도는 정치전선이 첨예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결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20%대로 내려가 있지만 탄력적이라는 면에서 한나라당이 지금 지지율에 안심해선 안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함승희, "중진들이 지역주의 고집하다가 지리멸렬한 민주당 보지 않았냐"**

국회의원이었던 당시에도 거침없는 발언을 종종 내뱉었던 함승희 민주당 전의원은 "과거에 민주당 정권을 '친북정권',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말했던 분들이 다 당선돼 다시 한나라당에 들어왔는데 지금 이 분들은 조용하다"며 "결국은 당리당략과 정쟁에만 익숙했다는 것 아니냐.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헌법적 이념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은 없다"고 비난했다.

함 전의원은 "비록 이번엔 이론적인 무장을 갖춘 분들이 꽤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관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당의 구조 때문에 대국민 인식 차원에서 별로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명변경에 대해서도 "지역주의에 터를 잡아 평생 국회의원만 해먹고 싶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겠지만 과거 민주당 중진들이 그렇게 고집하다가 당이 지리멸렬해진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은 한나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념으로 하는데 이는 어느 정당이나 가져야 될 기본적 이념이고 이 자체가 한나라당의 전유물은 될 수 없다"며 " 냉전적 사고로 좌우를 나누면서 좌파적 사고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부정하는 것이라고 하는 한나라당은 합리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바로 이러한 냉전적 사고가 한나라당의 합리적 보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이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지 않는 한 극한 정쟁으로 몰고 가는 정치권이 변화하지도, 우리 국가와 정치의 비젼도 없을 것"이라며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기 비젼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네티즌들의 한나라당 비판은 한나라당이 자초"**

디지털 정당을 위한 토론자들의 제언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이한기 정치부장은 "네티즌들의 한나라당 비판은 한나라당이 자초한 것"이라며 "누구보다 한나라당이 네티즌들과의 소통부재를 알고 있을 텐데 변화하지 않는다"고 한나라당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이 부장은 "정치는 정당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며 "한나라당이 인터넷 정당으로 탈바꿈한다는데 맹아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내용보다 형식에 매몰된 결과다. 홈페이지를 개편한다고 인터넷 정당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체는 내용"이라며 "인터넷에 올려지는 것도 정치현실 논리에 뒷받침되지 않는 한 활성화될 수 없다. 무언가 논쟁을 붙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현진 교수도 "미국 정당 홈페이지들은 겉으로 보기엔 수수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내용면에선 알찬 게 많다"며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통한 국민과의 토론도 활성화하지 못할뿐더러 정당내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 돼있지 못하다"고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쓴 소리를 듣겠다던 분들 쓴 소리 하니 모두 나가"**

한편 서 교수가 발언을 한 시간은 토론회가 시작한 뒤 두시간여 지난 시각이라 박근혜 대표, 김형오 사무총장 등 토론회에 참석했던 주요 당직자들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서 교수는 "쓴 소리를 듣겠다던 분들이 모두 쓴 소리를 하니 나가는 게 한나라당의 현실이 아닐까"라며 "당명을 바꾸는 것은 매우 쉽다. 실체와 본질, 체질의 개선이 어려운 것인데, 한나라당이 기본적인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당에서 마련한 '지구당 폐지에 따른 당 운영방안', '당명 개정' 등의 주제 선정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함 전의원은 "한나라당이 선진화가 안된 것이 이런 것 때문인가"라며 "너무 엉뚱해서 주제와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식 사무처장도 "한나라당의 선진화 토론을 위한 당 차원의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며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상희 대표는 진보인사들로 꾸려진 토론자의 면면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토론자를 보니 너무 의아스러웠다"며 "시민단체 의견을 들으려면 보수적인 시민단체 의견도 들어야 되는데, 보수적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총선을 위한 후보자 공천이 한창이었던 때 공천과 관련해 이와 유사한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때도 토론자들은 이날과 비슷한 논리로 한나라당에 쓴 소리를 퍼부어 댔다. 그러나 총선이 지나고 6개월여 지난 지금도 같은 소리를 들은 한나라당.

이날 김상희 대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총선때 개혁을 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바뀌겠다고 말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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