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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 '이명박 대통령만들기' 본격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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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 '이명박 대통령만들기' 본격착수

김문수, "위헌 판결난 날 盧대통령 사퇴했어야" 주장도

헌재의 위헌 결정후 한나라당이 충청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내놓은 과학 관련부처 일부 이전을 골자로 하는 '과학기술 행정도시' 조성안이 25일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몰렸다.

특히 '이명박 계보'로 분류되는 김문수 의원 등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등 비주류 의원들은 25일 의원총회에서 "대안은 무슨 대안이냐"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과의 선명한 대립노선을 촉구하며 지도부를 비판했고, 이명박 시장도 "한나라당의 대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충청도엔 새로운 제조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들의 비판에도 기존의 '과학기술 행정도시' 추진 의사를 밝혀, 헌재의 위헌 결정후 차기대권을 둘러싼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김문수, "노 대통령, 위헌 판결난 날에 사퇴했어야"**

25일 본회의 직후 소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를 향한 비주류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대체로 일부 부처 이전이라는 정책위의 대안에 대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을 쏟아낸 뒤, 정부-여당과 명백한 대립각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김문수 의원(경기 부천소사)은 "수도이전과 관련해 우리가 표를 계산하는 동안 헌법재판관 8명이 위헌판결을 내렸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수치심을 느꼈다. 한나라당이 헌재 재판관보다 명료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복잡한 모습을 보인 현실에 위기를 느낀다"고 수도이전 대안을 마련하느라 당론 확정을 지연시킨 것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중대 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당 체제"라며 "제2창당에 버금가는 당의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 의원의 주장은 최근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의 '박근혜 비판, 이명박 띄워올리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비주류가 헌재 위헌 판결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만들기'에 본격 나섰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자신의 명운을 걸고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만큼 헌재판결이 났던 날 자신의 말에 따라 사퇴했어야 한다"고 "책임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나라가 망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발전연 소속의 이재웅 의원(부산 동래)도 "지도부는 정국 대처에 틀이 없다"며 "명확한 지침과 판단을 해서 당을 이끌어야 된다. 지도부는 틀을 제시해 달라"라고 비난했다. 전재희 의원(경기 광명을)도 "수도이전에 대해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정책위에서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숙 의원(비례대표)은 "각 사안에 대해 꼭 우리가 대안을 제시해야 되느냐. 정부가 정책을 제시한 뒤 대안을 제시하고 뒤따라가는 식으론 안된다"며 "대안을 낼 정도면 먼저 이슈를 선점해 발표하면 된다"고 대안 마련 후 당론 결정이라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비주류의 또다른 축인 영남 중진인 안택수 의원(대구 북을)은 "행정부처를 분산 배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정쩡한 형태의 행정 부처 분산 배치를 우리 당이 앞서서 하는 것 절대로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충청도민에게 필요한 것이 과학 행정도시인가"**

이명박 서울시장도 당 지도부의 대안을 비판했다. 이 시장은 2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대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충청도민에게 필요한 것이 과학행정 도시인지, 과학기업도시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이 시장은 대안 제시를 하면서 당론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대안을 먼저 제시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며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면 대통령과 한나라당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당론인 '과학 행정도시' 대신에 '제조업 도시 건설'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제조부문이 지역으로 내려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서울에는 첨단산업단지 등의 한 차원 높은 산업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며 "제조업이 중국으로 많이 떠나는데, 중소기업들이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대권주자로서의 강한 인상을 남겨서 이 시장이 득을 봤다'는 질문에 "평소의 칼라다. 그러나 대권과 연계시키는 것은 부담스럽다. 임기동안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고 나면 그 때가서 진로를 결정하겠다"면서도 '임기 이후의 진로에 대선에 나서는 것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한다면 빠질 수 없다"며 사실상 '대권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한구, "한나라당이 충청도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다고 몰릴 수도 있어"**

비주류의 거센 비판 공세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대안 마련'이라는 종전 입장을 고집했다.

박근혜 대표는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수도이전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지난 총선에서도 수도이전에 대해 약속한 것이니 지킨다고 했다"며 "지금 와서 아무 책임없이 반대라고 하면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우리는 소수정당이니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다각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옳고 유연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에서 다른 방안이 있는 것처럼 흘리면서 여당은 충청도 사람들을 고려해 뭔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데 한나라당은 충청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몰고 갈지도 모른다"며 이 의장은 "이것을 고려해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지난번 정책위가 제안한 안은 전문가들을 모시고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의원들의 비판에 반박했다.

헌재 위헌 판결로 노무현대통령도 탄핵복귀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계기로 '대권주자 투쟁'이 불붙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향후 정국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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