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 "충청도에 기업도시 건설을 지원하거나 몇 개 관련부처를 옮기는 것은 여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 앞으로 충청권에 대한 대안 모색이 정치권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 개헌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할까"**
박 대표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여당에서 헌법개정이 필요 없는 작은 규모의 행정수도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하면 수용할 의사가 있나'는 질문에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어떻게 충청도에 노력할 것이냐를 보면 기업자유도시 건설을 지원한다거나. 그 쪽의 특성인 과학단지 조성을 위한 관계부처가 가는 등의 대안 마련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이 구성돼 있고 거기서 안이 나오면 몇 개 관련부처 옮기는 것 정도는 우리 안과 의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가에선 여당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기업도시를 충청권에 건설하거나 몇 개의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일 "기업도시 건설 지역에 충청권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치권 논의는 충청권에 대한 현실적 지원 방안에 대한 것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여당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개헌을 제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그렇게까지 무리한 요구를 하겠나"며 "과연 우리가 개헌을 얘기할 땐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표는 위헌 판결에 대해 "국가와 장래 위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었고 충청도민에게 큰 상실감과 피해를 준 데 대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여당에 대해서도 "정치적, 정략적으로 무리하게 추진이 돼 우리 국민들 전체를 크게 피해 입힌 데 대해 여당도 책임있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고 헌재 판결의 승복을 압박했다.
***"4대법안 헌재 판결 숙고해 방향 바꾸길 기대"**
이번 헌재의 판결로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에 대해서도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수도이전 헌재 결정에 대해 잘 숙고해 4대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방향을 바꾸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상식적으로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한 것도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경우가 많아서 (여당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여당의 4대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국가보안법의 경우 "참칭조항-법명 개정도 논의가 가능하다"며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재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는 '참칭조항과 법명의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던 데 대해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조건하에서 여당을 국보법 개정의 장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 그 쪽에서 문제삼는 것을 다 한번 논의해보자고 밝힌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파국으로 치닫지 말자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참칭 조항 개정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개정의 장으로 들어오라고 호소하는 마당에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으면 안된다"며 "그런 부분까지 논의해보자. 그래야 국민도 다 듣고 판단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여당이 폐지를 강행할 경우엔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했고, 장외투쟁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친재벌당이라면 노 대통령은 재벌 왕"**
출자총액제한 제도로 논란이 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선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주장한다고 해서 '친재벌 정당'이냐는 논리로 얘기하는 것을 봤다"면서 "그렇다면 경기만 나빠지면 대기업을 불러 투자하라고 하는 노 대통령은 '재벌 왕'"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언론관계법에 대해서도 "시장점유율의 한개 회사 30% 제한, 상위 3개사 60% 제한 등의 제재는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라며 "이 신문을 더 보고 싶은데 정부가 '넌 이거 보지 말고 저것을 봐'라고 하겠다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는 "80년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해서 빠졌던 독소조항도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국보법, 언론법, 사학법 등은 모두 현 헌법 체제를 거스리는 얘기들"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것이 좌파 아니냐. 우선순위를 최고로 매긴 이 법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역행한다면 좌파라고 불러야지 뭐라고 부르겠냐"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연내 사퇴 시사**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직을 적당한 시기에 사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말에 이사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 자리에서 사퇴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런 기회를 봐서 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의 형성과정의 문제에 대해선 "이런 문제는 말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증거를 갖고 해결하면 된다. 법적으로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한 뒤, 부산MBC의 지분 문제에 대해서도 "소유와 경영이 이미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좌익활동을 했다는 주장은 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일본 육사에 들어간 문제도 그 당시에 어느 지위에 있으면 모두 친일이냐고 하는 것은 문제다. 친일행위를 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 누가 돼도 북핵문제 큰 변화 없을 것"**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제안한 대북특사에 대해서 박 대표는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박 대표는 "대북특사 얘기는 전혀 구체적으로 오간 바가 없다. 자꾸 그런 식으로 말을 흘리는 의도가 뭐냐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밝힌 것은 대한민국 국민 중에 도움이 된다는데 안할 사람이 있겠냐는 차원에서 한 원론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모종의 묵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엔 "만난 자리에서 평가를 하라고 한다면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제기한 국군포로, 금강산 댐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답하고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미국 대선결과를 예측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 박 대표는 "대선 결과 예측은 누가 할 수 있겠냐"면서도 "누가 되든지 북한 핵문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다녀온 분들이 '더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9.11테러이후 테러 방지를 위해선 모든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하는 나라'라고 흔히들 평가하더라"며 "북한에 대해선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회창 정계복귀? 글쎄..."**
당내 문제와 관련해 리더쉽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 박 대표는 "야당 대표답지 못하다고 욕을 많이 얻어먹고 있다"면서도 "강하게 하려면 얼마든지 강하게 할 수 있고 그것이 더 선명할 순 있겠지만 그런 것을 원치 않는다. 대화를 통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2년의 임기 동안 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만 최우선을 둘 것이다. 나중에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 하는 것은 그때 대의원들이나 국민들이 선택하지 않겠나"라고 이명박-손학규 지사와의 잠재적 대권 경쟁이라는 주장을 일축한 뒤, 주류-비주류 갈등설에 대해서도 "여자가 있으니 남자도 있고 주류가 있어야 비주류도 있는데 현재 당에 주류가 없는데 무슨 비주류가 있을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회창 전총재가 최근 선친의 묘를 이장하고 사무실을 개소하며 정치 재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 박 대표는 "나도 언론을 통해 봤는데, 그 분의 성품으로 볼때 그렇게 하실까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하실까"라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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