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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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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67>

감각의 제국 - 청각과 촉각

오늘은 청각(聽覺)과 촉각(觸覺)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청각은 귀를 통한 의식 작용이다. 귀는 오행이 수(水)이니 청각은 귀의 적극적 활동이기에 목(木)이 된다. 촉각은 우리 신체가 몸 밖의 사물을 대하면서 느끼는 감각인데, 신체 전반이기에 토(土)가 되고 그 의식 활동이니 금(金)이 된다.

청각과 촉각은 그 성질이 반대되니 이는 목과 금의 상제(相制)관계를 이룬다.

먼저 청각에 대해 얘기한다. 모든 사물은 떨리거나 움직이면(震動), 소리를 내는데 이는 물체를 둘러싼 공기라는 매질(媒質)이 소리의 파동을 만들어내고 그 파동이 우리 귀에 포착되는 것이 소리(音)라는 것이다. 그런데 청각은 인간의 여타 감각이 주지 못하는 특이한 성격을 지니는데 그것은 감정이입(感情移入)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음의 장단과 청탁, 고저, 강약, 완급에 따라 일련의 소리를 듣게 될 경우, 우리 마음속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른바 정(情)이 움직이는(動) 현상, 또는 어떤 정(情)을 느끼는(感) 현상이라 하여 정동(情動) 또는 감정(感情)이라 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 현상은 아울러 소리를 내는 재질에 따라서도 달리하기에 다양한 소리가 존재하고 나아가서 다양한 악기(樂器)가 존재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나무의 울림과 금속의 울림은 그 정(情)이 다른 것이다.

사람에게는 말이라고 하는 특이한 정보 전달 수단이 있는데, 말 역시 소리를 통하는 것이다. 말에서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어휘들의 내용이고 그것을 해석하여 우리는 상대의 뜻과 의사를 이해하게 되지만, 그 역시 소리를 통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상대에 따라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소리 자체가 어떤 감정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가령 “야, 이 놈아”라고 막말을 할 경우, 그것이 밉게 느껴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정겹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평소의 친분 관계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보다는 음성에 실린 어떤 감정을 우리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만, 실은 같은 ‘어’라도 말하는 이의 음성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말이란 것은 실로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조심하고 삼가야 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라면 오해가 있어도 풀기가 쉽지만, 처음 만난 사이라든지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말은 특히 조심하지 않으면 때로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말을 포함한 소리는 사람의 정서와 감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지니기에, 미술보다는 음악이 더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예술 양식이 된다. 그림을 보면 그 또한 감정을 유발하지만, 음악만큼 직접적이지는 못하다. 그림에서 어떤 감정, 나아가서 쾌감을 느끼려면 상당한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 색상이나 모양, 형태 역시 감정을 유발하긴 하지만, 음악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기(禮記)라는 유교 경전이 있는데 그 속에는 악기(樂記)편이 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할 수 있다는 발상을 가장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글인데, 이런 유의 사상은 동서양의 문화를 통털어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난 점은 중국은 오행상 토(土)가 되는데 음악은 목(木)이니 중국인들에게 있어 음악은 관(官), 즉 다스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음악을 즐기는 데만이 아니라, 백성의 정서순화를 통한 다스림에 사용한다는 발상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반면 목인 음악을 가장 즐기는 문화는 금(金)에 속하는 유럽 문명권이라 여겨진다. 우리 한국인들 그 자체가 목(木)이기에 음악성이 뛰어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것은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통한 흥이 아닐까 싶다.

청각은 그리고 인체의 신장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어 신장이 약해지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데, 이는 생명의 정기(精氣)가 쇠했음을 말해준다.

듣는 능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소리가 감정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만큼 감동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얘기와 같다. 간단히 말해 감수성이 둔해지는 것이다.

청각장애자의 사주를 여러 번 보았는데,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사주팔자에서 수(水)기와 목(木)기가 약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경우 금의 기운이 강하면 목을 제압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심한 청각장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金)과 수(水)가 약한 사람은 어려서 열병을 앓게 될 경우 수기가 고갈되어 청각 신경에 이상이 생겨 청각장애가 심해진다.

농아가 바로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금의 기운이 받쳐주지 못하다보니 수기(水氣)의 원천이 고갈되어 한번 다친 이후로 다시 회복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듣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발음 장애가 생겨서 벙어리가 되는데, 이는 자신의 발음을 스스로 교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촉각(觸覺)에 대해 애기하기로 하자. 촉각은 인체의 감각 중에서 가장 둔한 것이다. 촉각이란 인체의 피하 지각 세포가 외부의 사물과 직접 접촉했을 때 느끼는 감각이니 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촉각을 통한 정보는 우리에게 가장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느낌을 준다.

유형 자산을 영어로는 ‘tangible assets’이라고 한다. 여기서 tangible 이란 ‘만질 수 있는’이란 뜻이다. 만져지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눈속임이 있을 수 있기에 만져지는 것보다는 불확실한 것이다.

촉각은 앞서 얘기했듯이 금(金)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고, 금이란 사물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구체적인 것이다. 따라서 촉각이란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촉감을 표현하는 말은 많지 않다. 단단하다거나 물렁거린다, 꺼칠하거나 부드럽다 하는 정도, 그리고 뜨겁다와 차다 정도의 표현 밖에 없다. 동시에 촉각은 우리가 사물로부터 받아들이는 최종의 정보이기도 하다.

소리가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촉각을 통해 우리는 가장 구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소리가 뉘앙스(nuance)의 세계라면 촉각은 사실 또는 물질(matter)의 세계를 대변한다.

이른바 스킨-십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피부의 상호접촉에 의해 연인간이나 부모 자식간에 애정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성 행위란 것도 알고 보면 특별한 피부 부위의 접촉을 통한 애정 행위에 불과하다. 조물주가 개체의 번식을 위해 그 부위의 접촉은 특별한 쾌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것이다.

촉각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의 가장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신체 모든 표면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세포를 통한 감각이고 그 주된 기능은 본래 외부의 사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이 지배하는 감각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 의식의 가장 고급된 활동인 청각이나 시각이 정신 활동과 관련된다면 촉각은 생존 내지는 육체적인 활동과 관련된다.

그렇기에 정신 발달이 미숙한 어린 아이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어머니와의 신체 접촉을 통한 정서 교류이고 애정 교환이 되는 것이다.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 당대(唐代)의 명문장 한유는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으니 소리가 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대저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초목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고,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고,
솟구치는 것은 부딪혔기 때문이고,
세차게 흐르는 것은 막았기 때문이고,
끓어오르는 것은 불로 데웠기 때문이다.

쇠나 돌은 소리가 없지만
두드리면 소리를 낸다.
사람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우는 것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며,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불편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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