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폐지후 형법 중 내란 항목을 보완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17일 확정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와함께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개정안 등 4대 입법과제를 인준, 20일께 국회에 일괄 제출키로 했다.
***내란죄 보완으로 최종 결정**
논란이 예상됐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보완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4가지 대안 중 제1안(내란죄 보완)을 최종 채택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총 후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우리당이 제시했던 4개 안 중 1안으로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형법 중 내란죄 개정안은 당초 발표한 개정안에는 없던 '폭동'에 대한 규정을 확대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에따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처벌한다'는 현행 형법 87조에 '내란목적단체 조직'에 관한 2항을 덧붙여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조항'을 대체했다.
87조 2항은 내란목적단체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적시하고 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자를 처단토록 했다.
천 대표는 '폭동' 문구 삽입과 관련, "내란죄 보완안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이 누락돼 마치 이적단체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될 수 있어 이를 보다 명확히 하고자 자구를 수정케 됐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헌법에 내란목적 단체는 '내란을 목적으로 폭동하는 단체'로 규정돼 있어 형법에도 이를 규정하는 것이 분명하고 형법체계에도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대표는 "개정안에 따르면 폭동 목적 없이 단순히 자생적이고 비폭력적인 것은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상의 '반국가단체' 개념을 '내란목적단체'로 바꿔 형법에 적시함에 따라 "국보법 독소조항의 형법 이전"이라는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개정안은 또 현행 형법 98조의 간첩죄가 '적국'을 위해서 간첩한 경우에만 처벌토록 돼 있는 것을 '외국', '외국 단체'로 확대 적용토록 했다. 이에따라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누설하는 자'를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해 기밀을 누설하는 자'로 바꿔 간첩행위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천 대표는 "지금은 적국과 준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게 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방도 우리가 지켜야 할 기밀을 수집하는 행위가 있을 수 있고 테러단체도 기밀을 부석하고 수집할 수 있기때문에, 이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보법 당론 결정만 4시간여 토론**
당초 발표한 4개 안 중 1안을 당론으로 최종 채택하기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4시간여에 거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미 의총전 개별 모임을 통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대체입법안 인 4안 쪽으로, 국보법 폐지 모임은 천 대표가 자구 수정을 제안한 1안 쪽으로 논의를 모은 상태였다.
회의를 시작한 지 3시간이 다 돼도록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의원들은 우선 형법보완을 전제로한 1,2,3안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고, 표결에 붙여 40대 26, 기권 14명으로 1안이 결정됐다. 3안은 "전시에 적용하는 외환죄 보완안을 형법에 통합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는 천 대표의 의견에 따라 표결 항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1시간여 동안 1안과 4안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폐지파 의원들은 "개혁의 상징성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형법 보완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정파 의원들은 "어느 안을 선택하던 국보법 폐지 정신을 변색시켰다는 비난은 마찬가지다. 단독처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명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냐"며 대체입법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빵과 캔커피로 저녁을 대신하며 의원들이 막판까지 토론을 벌인 끝에 "표결까지 가지 안길 희망한다"는 천 대표의 제안에 따라 표결없이 형법 개정안을 채택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선 원내 지도부에 재량권을 부여키로 해 개정의 여지를 남겨뒀다.
개정파인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안영근 의원은 최종까지 "1,4안 중 확정안을 내지 말고 지도부에 결정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연 전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당론 확정 후에는 "결정됐으니 결정된 당론에 따라서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 모든 토론과정을 비공개에 붙이고, 발언이 들릴 수 있는 회의장 근처에 기자 접근을 통제해 논란이 새어 나가는데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개혁-과거사규명-사립학교’ 법안도 확정 **
국보법을 제외한 여타 3개 법안은 큰 틀의 변화 없이 지도부가 발표한 원안대로 당론이 확정됐다.
과거사 기본법인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의 경우 조사범위를 '주권상실 이후'에서 '1945년 광복 이후'로 늦췄고, 좌익 계열 독립운동 규명은 빠졌다. 친일 관련 문제는 친일진상규명법에서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항일독립운동사는 국가보훈처와의 업무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당 과거사태스크포스팀의 강창일 의원은 "이미 사회주의계열 인사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현재 국가보훈처의 서훈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등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위원회의 조사관련 권한 가운데 국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검찰에 의뢰하는 권한도 실정법과 모순된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이사회 구성에 있어 정수 3분의 1을 학교 운영위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선임토록 하는 원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 추천시 학교법인과 협의토록 한 제 14조 3항에 '학교 법인과의 협의' 부분은 시민단체의 반발에 따라 삭제키로 수정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정기간행물 등록법을 대체하는 '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권익 보호 등에 관한 법안(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 등 3개 법 안을 담은 언론관계법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언론개혁 강경론자인 김재홍 의원은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제도' 도입 철회 등 언론개혁 입법의 후퇴를 지적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0일께 4개 법안을 국회에 발의키로 하고 한나라당 및 민주노동당, 민주당과의 협상에 즉각 착수키로 했으나, 야3당 모두 각각의 입장에서 열린우리당의 방안에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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