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두 방송사간의 1주일에 걸친 ‘보도전쟁’이 16일 SBS 기자협회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MBC 일부에서는 이번 보도전쟁을 방송개혁 의제로 승화시키기로 하는 등 한 차원 대응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BS 기자협 “감정싸움으로 변질, 시청자께 사과”**
한국기자협회 SBS지회(지회장 이창재)는 지난 15일 밤 기자협회 회의를 열어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16일 <8시 뉴스> 보도를 통해 관련 결의 내용을 공개하는 한편 인터넷 게시판에도 해당 성명 글을 게재했다.
SBS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최근 SBS는 뉴스를 통해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MBC 문화방송의 땅 투기 의혹을 보도했다”며 “그러나 MBC의 감정적인 보복성 보도와 SBS의 추가 보도가 이어지면서 언론기관 사이의 건전한 상호 비판과 감시의 차원에서 시작된 보도가 시청자의 권익을 무시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SBS 기협은 이어 “언론기관도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보도를 계기로 과거의 동종업계에 대한 감싸기 관행을 타파하고 MBC는 물론 모든 언론기관에 대한 감시와 비판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앞으로 끊임없는 자기 반성을 바탕으로 SBS 대주주를 비롯한 자본집단과 정치권력을 비롯한 권력집단에 대한 언론 본연의 감시와 비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다짐했다.
기자협회는 또 MBC를 향해서도 “MBC도 SBS에 대한 감정적인 보도를 중단하고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MBC 일부 “이번 기회에 방송개혁 확실히 하자”
그러나 MBC의 대응은 SBS와 사뭇 달랐다.
MBC는 SBS가 대국민 사과방송을 한 다음날인 17일 밤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종전처럼 SBS의 소유 행태 등을 직접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지는 않았으나, 그 대신 전날 SBS 주최로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세계불꽃축제와 관련, “시민의식 부재, 주최측의 준비 부족으로 엉망이 됐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MBC노조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17일 노조 사무실에서 주요간부 회의를 갖고 이번 ‘보도전쟁’을 방송개혁의 당위성을 알려나가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키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위원장은 1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두 방송사가 보도를 통해 ‘치고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민영방송의 운영 행태에는 분명 커다란 문제점이 있고, 지금까지 이런 점을 그냥 놔두었기에 이같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위원장은 “따라서 두 방송사의 대립을 통해 방송의 문제점이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시점에서 방송개혁 의제의 하나인 민영방송 개혁에 대해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벌일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장 이같은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시청자들이 ‘확전’으로 볼 소지가 높다는 의견도 많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8일 내부 회의를 열어 세부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MBC측의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도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와 두 방송사가 계속 대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언론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