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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과 미·일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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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과 미·일의 반격

우수근의 아시아워치 <14> 아세안을 둘러싼 중ㆍ일 대결

말레이시아 국제전략문제연구소(ISIS)의 한 연구원은 중국의 출현은 아세안 지역의 세력균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세안에서 중국이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하는 건 바람직하며 이러한 중국을 통해 미국이라는 단일 패권국의 강압외교에도 상당한 견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잘 계산하고 있다는 듯 중국은 1단계인 ‘경제적 선물 공세’ 순항을 기반으로 현재 정치적 다지기를 굳혀나가고 있다. 즉 사탕의 달콤함에 녹녹해진 아세안 국가의 우호를 토대로 동남아우호협력조약(TAC) 에도 가입하는가 하면 아세안 국가들과의 정례 안보포럼도 이미 제안하고 있고 라오스, 캄보디아 등과 같은 아세안의 후발국가 추스르기에도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전통 맹방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침 베이징을 방분 중이던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를 더할 나위 없이 융숭하게 대접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미얀마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아 2002년 12월에는 장쩌민 군사위원회 전 주석이 직접 미얀마의 양곤으로 날아가 레이더 등 첨단 무기와 2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가 하면 미얀마 군사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베이징으로 초청, 성대히 대접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정성’에 대해 역내에서도 2003년 11월 태국에서 실시된 '우방국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중국을 '제1의 우방'으로 꼽았고 아세안 사무총장 특보 테르무사크씨는 "중국은 아세안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한껏 치켜세우는 등 후하게 평가해 주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만만디 파고들기 전략’은 아세안 지역에서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2002년 12월 일본의 경제산업연구소가 도쿄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강사로 참가한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대외경제부 부부장이 “중국이 아세안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교섭을 시작한 것은 일본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한·중·일 3국간의 FTA협상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는 일본에 공공연히 일격을 가할 만큼 아세안에서의 자신감과 높아진 위상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다 보니 아세안에서의 중국의 위상 강화는 이제 일본을 넘어 미국조차 초긴장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아세안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요,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아시아 대국으로 인식하자 그동안 아시아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비난받아온 일본은 엔 차관이나 무상공여를 대폭 확대하며 맞서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인정, 역내에서도 미국편들기와 미·일 연합전선 구축을 통한 입지탈환 전략으로 선회한다.

일본의 이와 같은 급박감은 지난 회에 밝힌 싱가포르주재 일본 대사인 마키타씨의 "동남아에서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추월할 수 없다"는 인터뷰에서도 잘 배어난다. 그에 의하면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어디까지나 '뉴 플레이어'일 뿐, 오랜 세월 동남아를 좌우해 온 미국을 밀어내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은 앞으로도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는 마치 미국 대사가 미국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세안 지역에서의 중국의 독보적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미국 연방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미ㆍ중 경제안보 재검토위원회(UCESRC)”는 2004년 6월, "아세안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사활적인 장기적 이익이 중국의 역동적 경제·외교공세에 심각히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 역내에서의 중국의 독보적 행보와 이에 따른 미국의 영향력 감퇴에 대한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전면개편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은 홍콩ㆍ대만ㆍ일본ㆍ한국ㆍ동남아 등 아시아의 파트너들에게서 자본을 제공받고 내수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이들 국가와 경제관계를 강화하는 식으로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중국은 적극적이고 정교한 ‘윈-윈 전략’을 추진, 평화 애호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이와 같은 평화공세는 이미 역내에서 일본을 밀어제치고 미국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있다"며 미국정부에 강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아세안 지역에서도 파죽지세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의 국제적 역학관계를 재편중에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연합전선이 향후 과연 어떠한 전략으로 어떻게 반격하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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