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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과 데자뷔, 그리고 자메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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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과 데자뷔, 그리고 자메뷔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23>

24시간 후 예고된 죽음과의 대결, 살인과 음모, 추적과 반전의 액션 미스테리 영화 ‘썸(Some)'이 10월 말경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수와 송지효의 주연으로 대박흥행이 기대되는 이 영화는 ’데자뷔 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어 더욱더 흥미를 끈다.

주연을 맡은 고수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데자뷔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화가 일단은 그 소재가 독특하다. 독특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그런 현상이다. ‘데자뷰 현상’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을 해드리자면 ‘언젠가 있었던 일 같은데 내가 경험해 봤던 거 같은데... 라고 느끼는 이 현실을 느꼈을 때’'그때를 데자뷰 현상이라고 한다.”

고수가 ‘데자뷰’라고 했던 것은 좀더 정확히 발음하자면 ‘데자뷔’이다. 혹자는 ‘데자부’라고 하고 ‘데자뷰’라고도 많이 사용되지만 프랑스어 원어발음을 존중하자면 ‘데자뷔’가 좀더 정확하다.

프랑스어에서 ‘데자(déjà)’는 ‘이미(영어의 already)’라는 뜻이고 ‘뷔(vu)’는 ‘보다(voir)’의 과거분사형이다. 따라서 already seen, 즉 ‘이미 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체험하거나 본 적이 없는 상황이나 장소인데 전에 겪었거나 본 것처럼 똑똑하게 느끼는 그런 현상이나 느낌을 ‘데자뷔 현상’이라고 한다. 물론 정상인의 경우에는 예전에 경험한 비슷한 사상(事象)에 대한 유추나 일반화의 형태라고 해석되지만 의학적으로는 병적인 정신분열증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잘 알고 있는 장소인데도 처음 보는 장소로 느끼는 현상도 있을 수 있는때 이런 경우는 ‘자메뷔(jamais vu)'라고 한다. 프랑스어 자메(jamais)는 ‘절대 아니다’라는 의미의 부정어이다. 한편 데자뷔는 한자어로는 ‘기시감(旣視感)’이고, ‘자메뷔는 미시감(未視感)’이다.

‘데자뷔’라는 용어는 언론이나 책에서도 왕왕 사용된다. 가령 ‘미리 가본 미래’를 ‘데자뷔 퓨처’로 미리 예측하는 과학을 ‘데자뷔 사이언스’라고 표현하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인다. 영어에서도 좀 세련된 표현이나 고급스런 표현에서 프랑스어를 그대로 원용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어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문화와 지성의 중심지로서 지성사에서 크게 기여해 왔고 유럽사에서 보면 고급스런 프랑스어는 오랫동안 귀족언어, 궁정언어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속담에 ‘두 언어를 아는 것은 두 문화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것이 있는데 언어는 단순한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상징체계임에 분명하다. 물론 외래어를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외래어의 표현을 분명히 알고 표현하거나 그 어휘의 역사성을 제대로 아는 것은 우리의 문화적 식견을 넓혀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본 것 같은 느낌, 또는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데자뷔 현상’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문화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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