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자사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여성 앵커들을 결혼과 동시에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돼 MBC를 당혹케 하고 있다.
MBC는 이에 대해 "가을 정기개편에 따라 일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을 이동시키기는 했지만 기혼여성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를 강력부인했다.
***네티즌들 "최윤영 앵커 교체, 결혼 때문 아니냐"**
네티즌 사이에서 이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부터 <뉴스데스크>의 주말앵커를 맡았던 최윤영 아나운서가 8일 결혼식과 함께 박혜진 아나운서에게 뉴스진행을 넘겼기 때문.
네티즌 김윤호씨는 이에 MBC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신문기사를 보니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여성 앵커자리가 여러 번 바뀌었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그러한 이유인가"라며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면) 아나운서들이 기분 좋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게 되고, 시청자들 또한 좋은 뉴스를 전해들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에 앞서 경향신문 인터넷 자회사인 '언바세바' <블로그통신>란에는 지난 7일부터 "최윤영,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라는 글이 최 아나운서의 사진과 함께 게재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글에서 한 네티진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지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앵커를 교체한 이번 인사는 현 MBC 경영진의 수준을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8일 결혼식을 올린 김주하 기자의 계속 기용 결정에 대해서도 "이것은 올해 인터넷을 배경으로 불었던 김주하 신드롬 탓에 섣불리 김주하라는 스타앵커를 교체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소문의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MBC "있을 수 없는 일, 적합한 인물 기용했을 뿐"**
이에 대해 MBC측은 "터무니없는 네티즌 사이의 억측에 불과하다"며 소문의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MBC 아나운서국 성경환 부장은 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박혜진 아나운서가 주말뉴스의 앵커를 맡게 된 것은 가을개편에 따라 뉴스진행에 가장 적합한 아나운서를 기용한 것일 뿐"이라며 "단지 기혼이라는 이유로 앵커자리에서 밀려나는 일은 90년대 방송민주화투쟁 이후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된 지 오래"라고 일축했다.
성 부장은 "박 아나운서는 몇 년 전부터 뉴스진행에 적합한 아나운서로 발탁돼 그동안 많은 수련을 쌓아왔고, 실제로 기용 결과가 좋아 이번에 주말앵커를 맡게 된 것"이라며 "최 아나운서는 그동안 아침 프로그램 진행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오면서 일주일 내내 쉴 틈조차 없었던 터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같은 소문이 돌게 된 데에는 최근 보도된 여성앵커 의식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김훈순 이화여대 교수와 이규원 KBS 아나운서실 차장이 지상파 3사와 YTN의 여성앵커 13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벌인 결과 "방송사 조직은 아직까지도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와 외모 지상주의가 남아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이번 논란은 사실 여부를 떠나 네티즌의 감시기능이 얼마나 확산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로,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기혼여성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개선시키는 한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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