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비주류, 비열-치사하다. 탈당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비주류, 비열-치사하다. 탈당하라"

이재오, 김문수에게 직격탄, 이해봉 "겉은 육영수, 속은 박정희"

박근혜 대표가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비주류를 겨냥해 "비열하고 치사하다", "다른 목적 있는 것 아니냐", "대표 흔들기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맹공을 퍼붓고 "내가 대표가 되면 탈당한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탈당을 하겠다고 하면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라"며 이들의 자진탈당까지 요구, 당내 주류-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대표 흔들기'엔 다른 목적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

29일 연찬회는 예상대로 주류와 비주류의 격전장이 됐다. 의원들은 여섯 시간여 동안 마라톤 토론을 진행했고,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 당내 비주류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의원들은 박 대표를 향해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유신 사과" 등을 요구하며 박 대표를 맹공했다.

이에 연찬회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 대표는 작심한 듯 30여분에 걸친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신을 향한 비판을 모두 반박하며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거침없이 포화를 쏟아냈다.

박 대표는 우선 유신문제와 관련, "유신과 과거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데 나는 언론이나 대표를 출마하면서 여러번 사과를 했다"며 "이 자리에서 나에게 사과하라고 한 분들도 (내 사과를) 몇 차례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순수한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쩌라는 거냐.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냐. 흔들어서 내보내 대표를 하겠다는 얘기냐"며 이재오-김문수 의원을 향해 당권욕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표직 때문에 그렇게 한다면 정정당당히 하라. 왜 지난 대표 경선 때는 나오지 않았냐. 나는 대의원과 국민들에 의해 대표직에 선출됐다"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박 대표는 "나를 굉장히 혹독하게 비판하는 한분은 '박근혜가 대표되면 탈당하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는데, 이것도 정정당당하게 하라"며 "탈당하겠다고 하면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지키고 책임을 져라"고 이재오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재오 의원 등의 '박근혜로는 대선에서 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에서 언제 대선후보를 뽑았냐. 지난 전당대회가 대선후보를 뽑는 대회였냐. 대표를 뽑는 대회였다"며 "앞으로 우리 당에서 대선후보를 안 뽑을 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대선후보를 뽑을 때는 국민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뽑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재야인사 출신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을 향해 "3공부터 5~6공과 문민정부를 거쳐 온 것이 한나라당의 역사인데 한나라당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많은 비판을 하는 분들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는 열린우리당, 민노당 등 많은 정당이 있는데 그렇게 죄가 많은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정당을 택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또 그 시절을 혹독히 비판하는 분들은 15대와 16대 실세였고 당을 좌지우지하는 큰 힘을 가졌던 분들"이라며 "그 때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냐"고 반격했다. 이재오 의원은 15대.16대때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당직을 맡았었다.

박 대표의 발언이 거침없이 이어지자, 연찬회장에 앉아있던 심재철 의원이 "대표님 수위조절 좀 하시죠"라고 발언의 톤을 낮추려 애썼으나, 박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총선때는 도와달라고 하더니, 너무 치사하고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나"**

박 대표는 "그렇게 죄가 많은 대통령(박정희 전대통령)이라고 하고, 같은 핵심에 있어서 같은 죄인이라고 한다면 지난 선거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면 안된다. 도와준다고 했어도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이었다"며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치사스럽고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나"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선거운동 과정에서 잠을 못자고, 손과 다리를 다쳐가며 지원유세를 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뒤, "내가 대표가 돼 개인 영달을 얻은 것이 있나. 지금도 내가 얻고 있는 것이 있나"라며 "계속 이렇게 한다면 정말 좌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표는 "이분들은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침범이나 의문사위 사건에 대해선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다가 열린우리당에서 유신사과를 거론하니 똑같은 논조로 나를 비판했다"며 "이거야말로 대표 흔들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과 많은 부분 생각을 같이하고 있는데, 그럴 바에야 아까 이해봉 의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 하자는 말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주류 의원들이 계속 자신을 공격할 경우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대표는 "이유 없이 당대표를 자꾸 때리고 열린우리당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것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헷갈리게 하는 식으로 해서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가나. 한나라당을 찍은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내가 대표로 자격이 없고 한나라당이 잘못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고, 여러분들이 전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일할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 정체성을 흔드는 일은 이 당에서 절대 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한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 법정에서 가려야"**

한편 박 대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 사퇴와 국가 헌납 등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국가에 헌납돼 있는 상태로 다시 헌납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비주류를 향해 "정수장학회와 관련해선 어떤 것이 잘못된 건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냐. 어떻게 어떤 과정이 있는지 잘 모르지 않나"며 "나도 대표로서 계속 해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경우있게 생각할 줄 아는데, 이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것은 내 개인 문제"라며 "공격을 받아도 내가 받고, 해결을 해도 내가 해결한다"고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행정수도-당명개정-당 운영 등 비판여론 모두 반박**

박 대표는 비주류를 향한 비난과 더불어 6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과거사 문제, 수도이전, 당명개정 여부, 당 운영방식 등에 대해 종전의 입장을 유지하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모두 반박함으로써 6시간에 걸친 토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박 대표는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독단적으로 정체성 문제 제기', '박 전대통령을 의식한 소극적 대응'이라는 당내 비판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다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같은 내용을 간부회의 때도 말했지만 당직자들이 신중해 달라고 해서 자제했었다"면서 "그런데 박정희 전대통령 때문에 뒤로 뺀다고 기사가 나서 공개회의에서 다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친일, 과거사 문제를 들고 나올 때 그 정략적인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난 망설인 적이 한번도 없다"며 "다만 정치인들이 해서는 안되고 그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 중립적인 사람들로 하자고 주장한 것"이라고 종전의 입장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야성(野性) 부족', '현안대처 미흡' 등의 비판에 대해서도 탄핵 관련 입장, 김혁규 전 경남지사 총리 임명 반대, 국보법 폐지 불가, 고비처 반대 등을 제시하며 "그 동안 당에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다"며 "내가 유약하다고 하는데 목소리만 크게 소리 지른다고 강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법 통과시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적인 판단을 했는데, 또 한번 정치적인 판단을 해선 안된다"며 "빨리 입장을 정하라는 것은 빨리 반대하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반대는 정치적인 판단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역균형 발전 등을 감안해서 또 다시 충청도민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결정할 것"이라며 "연찬회와 토론회를 거쳐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한나라당이 제2유신을 선포해 죄송"**

박 대표의 예상치 못한 강성 발언에 비주류 의원 뿐 아니라 대다수 의원들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연찬회 분위기는 순간 급랭했다. 전체 토론 이후 술자리를 가지며 단합의 시간을 가졌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박대표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김문수 의원은 취한 상태에서 "제2의 유신을 선포해 죄송하다"고 외치는 등 박 대표가 사실상 당내 독재를 하려고 한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고, 이재오 의원은 "웃고 말지. 됐다"라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을 닫았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말없이 식사를 한 뒤 자리를 빠져나갔다.

박 대표가 사실상 자진탈당을 촉구했음에도 이재오 의원이 여러차례 "탈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어 비주류 의원들은 탈당을 하지 않고 당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예고된 발언, 박세일도 같은 주장**

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토론장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이 쏟아진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닌 '준비된'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연찬회에서 당내 비주류, 특히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연찬회 전날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사퇴, 과거사 관련 당내 인사들의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박 대표를 향한 공세는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표는 비주류의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비주류의 흔들기가 지속되서는 당 장악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세일 의원은 이날 연찬회 토론에 앞선 당 선진화 방안 발제에서 "당이 지향하는 기본 이념과 원칙, 가치에 반하는 언동이 당내에서 무분별하게 허용되서는 안된다"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으나 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지향하는 역사관에는 일체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박 대표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박 대표는 오후 토론에 들어가기 전 점심 식사 직후 박세일 의원과 단독으로 면담을 가지기도 해 이 자리에서 발언 수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표가 이날 "대선후보를 뽑은 적이 없다", "비주류들이 대표직을 하려는 것이냐"고 밝힌 부분에서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가 이명박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당권 혹은 차기 대권을 위한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내에선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박 대표를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의혹은 이날 전체 토론 와중에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이재오 의원의 발언 직후 한선교 의원이 "이 의원이 박 대표를 왜 비난하는지 몇몇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서울시장에 나오시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말들을 한다"고 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이 의원이 "인신공격이다. 본인 해명을 들어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날 발언에 대해 박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대표가 밀려서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이해봉 의원은 "겉모습은 육영수 여사지만 속은 박정희 전대통령"이라고 박 대표의 강성을 둘러서 표현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