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8기념재단>에서 사진집 <오월, 우리는 보았다(May 1980 Gwangju, We see!)>를 출간했다. 재단설립 10주년을 맞아 펴낸 이 책은 5.18광주항쟁 당시 기자로 참여했던 신복진, 황종건, 나경택, 김녕만씨가 한때는 숨 죽여 간직해두었다가 이번에 완전 오리지널 필름으로 풀어놓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진집이다.
<사진1> 5.18 기념재단이 펴낸 사진집 <오월, 우리는 보았다>@5.18기념재단
이 책은 항쟁의 배경이 된 1979년 10.26사태부터 ‘5.18의 계속적인 투쟁과 운동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2003년 12월 현재까지의 주요 사진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기존 5.18 관련 사진집들과는 분명히 차별성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책을 만드는 데 편집인으로 참여한 이들 사진기자들은 1980년 5월 당시, 마치 ‘종군기자’처럼 현장 곳곳을 뛰어다닌 사람들이다. 이들 기자들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의 사진기자들도 감히 촬영하기 힘들었던―계엄군의 박달나무 곤봉세례와 최루가스와 총탄이 쏟아지던 금남로와 충장로 등 광주시내 전역을 돌며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던, 그러니까 당시 도청 앞 ‘공수부대 집단발포’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셔터를 쉼 없이 눌렀던 것이다.
이들이 펴낸 사진집 <오월, 우리는 보았다>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는 1980년 5월, ‘광주’를 보았습니다.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이 땅의 위대한 영광을 보았습니다. 패배는 일순간의 좌절을 맛보게 하지만 승리는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오월광주’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래서 당시 카메라를 들고 광주현장을 뛰어다닌 우리들은 이 책을 만드는 일에 선뜻 나섰습니다. 그 해 많은 위험이 뒤따랐던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가 목격한 ‘오월광주’는 그러나 우리로 하여금 카메라의 떨리는 앵글을 멈추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1980년 5월 이후 또한, 단 하루도 카메라의 앵글을 닫아놓지 않았습니다.”
<사진2> 쓰러진 시민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있는 계엄군(1980년 5월 18일)@신복진
현장기자들의 사진이야말로 최고의 기록이다. 그 누구도 지울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완벽한 증거이다. 입에서 흘리는 말과 글은 바꿀 수 있지만 ‘사진’은 에누리가 없이 ‘진실’ 그 자체이다. 지난 1988년 11월부터 가동됐던 ‘국회 광주청문회’ 당시, 이들 신복진ㆍ황종건ㆍ김녕만ㆍ나경택 기자의 사진이 더할 나위 없는 ‘증거자료’로 제시되었다는 그 자체가 바로 ‘5ㆍ18의 사실과 진실’을 증거하고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한 나라의 역사는 사실과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필름에 담아 그 사실과 진실을 영원히 지키려고 하는 기자들(혹은 그들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대다수 사람들)에 의해서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과 ‘고구려’를 놓고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역사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기록이 때로는 한 나라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배우며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않는가. 진정한 의미에서 오늘의 역사(옛날 같으면 史草)도 학자나 사관, 국가의 녹봉을 받아먹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담아내고자 하는 기자들(신문과 방송, 인터넷언론 등)을 통해서 더 많은 사실과 더 깊은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명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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