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미경 상임위원(54)이 "아버지가 헌병이라는 사실을 어머니에게서 들었다"고 고백했다.
***"특정인 가족사 터트리는 방식은 혼란만 초래" **
이 의원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일본 헌병 출신이라는) 얘기가 들려 아버지 친구분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확인해보니 헌병이라고 들었다는 분들이 있었고 어머니도 그랬던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며 "여러 증언이 그렇게 모아지고 있다"고 말해, 인터넷상의 선친의 친일행적에 대한 소문을 확인했다.
이 의원은 "아버지는 초, 중, 고, 대학(전문학교)을 모두 일본에서 다녔고 전문학교 졸업 졸업할 당시 성적이 우수했고 그때 헌병으로 차출됐던 것 같다"며 "'징발됐다', '차출됐다'는 등 여러 표현들이 나오지만 '헌병을 좀 했다'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시점에 대해서는 "작년 말 고향에 갔을 때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는 말씀으로 이런 말을 하셨고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보고 다시 확인하려고 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이같은 고백은 신기남 전의장의 사퇴후 인터넷에 '괴담'처럼 떠돌고 있는 여권 지도부를 겨냥한 과거사 관련 게시물이 사실로 확인된 첫 사례에 속한다. 현재 온라인 상에는 이 의원 외에도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의 부친 등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 "진상규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합의된 절차와 법에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정적 평가를 한 뒤,"개인 또는 특정인의 가족사나 족보를 캐 하나씩 터트려지고, 이런 방식은 친일 진상 규명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몰고 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더 실질적인 행적을 알아본 뒤 사과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며 "지금도 물론 충격이지만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 사과문제를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9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운영위원을 비롯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총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거쳐 2002년 대선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으며, 현재는 우리당 상임중앙위원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주간동아와 이 의원의 일문일답.
***<주간동아> 인터뷰 전문**
주간동아: 아버지가 일본 헌병 출신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
이미경: 그런 얘기가 들려 아버지 친구분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확인해보니 헌병이라고 들었다는 분들이 있었다. 어머니도 그랬던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주간동아: 확인이 됐나.
이미경: 어머니가 얘기했다. 당시 집안 생활이 어려워 할아버지가 온 식구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아마 아버지가 5~6세 정도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버지는 초 중 고 대학(전문학교)을 모두 일본에서 다녔다. 생활이 어려워 낮에는 부두에서 하역하는 중노동을 했고 밤에는 오사카에 있는 전문대(관서전문대학)를 다녔다고 한다. 졸업할 때 성적이 우수했고 그때 헌병으로 차출됐던 것 같다. 그 당시 일본군이 성적 우수자를 대거 차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간동아: 헌병출신임을 인정하는 것인가.
이미경: 여러 증언이 그렇게 모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오래 살았고 징발됐다, 차출됐다는 등 여러 표현들이 나오지만 '헌병을' 좀 했다고 들었다. 더 알아 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더 이상 아는 게 없다.
주간동아:아무래도 어머니의 기억이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이지 않겠나.
이미경: 어머니도 결혼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가 한번 '왜 헌병을 했느냐'고 물어보니 방금 이런 얘기를 쭉 했다고 한다. 어머님도 본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이상 물어보시지 않은 것 같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차출이라고 했다. 1944년 징병제가 도입되기 전 형식적으로는 지원이지만 내용적으로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뽑아 가는 차출이 많았다고 들었다.
주간동아: 아버지의 계급은.
이미경: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 헌병으로서 아버지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미경: 불행히도 아버지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지금은 아버지의 과거와 행적에 대해 확인해 가는 과정이다. 다만 어머니께서 '아버지 성격에 남 해꼬지 할 사람이냐'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주간동아: 기차 검색원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이미경: 처음 듣는 얘기다.
주간동아: 아버지가 일본군 헌병임을 언제 알았나.
이미경: 우리 형제들은 인터넷 통해 처음 알았다. 내 경우는 작년 말 고향(경주시 양동마을)에 갔을 때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신 말로 (헌병문제를) 얘기하시더라. 충격을 먹고 올라와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얘기하시더라. 더 알아볼까 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 인터넷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길래 그분에게 다시 전화를 해 내용을 확인하려니 그분이 '내가 그때 술을 많이 먹었나 보네' 하시더라. 그리고는 입을 닫았다.
주간동아: 생전 아버지 어떤 분인가.
이미경: 인자했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분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평생을 공무원(세관)으로 살아 오셨다. 세관쪽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굉장히 청렴하고 깐깐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더라. 정년을 1년 앞두고 공직을 그만두셨는데, 우리들이 의아해하자 정년을 기다리는 것은 후배들 길을 막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1996년 타계하셨다.
주간동아: 집권여당의 중진이자 국회 고위직(상임위원장)의 부친의 친일 이력이 밝혀지면 또 한번 논란이 일 텐데. 사과와 책임의 범위는.
이미경: 더 실질적인 행적을 알아본 뒤 사과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 차출 뭐 이런 형식인데, 아버지가 헌병이었다는 점이… 지금도 물론 충격이지만 내용을 좀 더 알아보고 사과문제를 생각해보겠다.
주간동아: 과거사가 지나치게 발목을 잡는 신연좌제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미경: 진상규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합의된 절차와 법에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 또는 특정인의 가족사나 족보를 캐 하나씩 터트려지고, 이런 방식은 친일 진상 규명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몰고 갈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