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으로서 지율스님 단식 농성장에 한번이라도 가보셨습니까?"
"지나가면서 쳐다보기는 했습니다만..."
고속철도 천성산구간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지율스님이 5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사태해결에 여전히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태 해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참석, "한 성직자가 목숨을 내놓고 56일간 단식을 하도록 환경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질타에 "주무부처인 건교부에 탄력적 대응을 요청하긴 했지만, 환경부가 사업 추진방향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단병호 "지율 스님은 '가족장' 유언 남겼다"**
단병호 의원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장기간의 단식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선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절규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이 지금 비구니 한 명의 목숨을 놓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동생에게 '내가 죽으면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하고 네가 꼭 가족장으로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최소한 한 번이라도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적 있냐"는 질타성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곽 장관이 머뭇거리며 "지나가면서 보기는 했다"고 하자 "어떻게 주무부처로서, 또 인간된 도리로서 그럴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단 의원은 이어 "하물며 '천성산 관통노선 백지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시 대선공약이었다"며 "결국 노 대통령이 환경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닌가. '국책사업에서 한 번 밀리면 끝까지 밀리기 때문에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식의 아집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에 곽 장관은 "천성산 터널 공사는 적법절차를 거친 것으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법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당시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로 공약에 포함된 것은 합당하나 1년 6개월간의 공약 검토 결과, 천성산 늪지 훼손 우려도 적고, 모니터링으로 야생동식물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사를 하는 것으로 정부방침이 정해진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곽결호 장관 "법적 한계로 어쩔 수 없지만 환경존중 입장은 스님과 법원 못지 않아"**
단 의원이 이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환경부가 공사 중단과 재평가를 권고하는 법원보다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냐"고 따져묻자, 곽 장관은 "환경부는 어디까지난 법령을 근거로 행동해야하기 때문에 법령상 문제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환경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스님과 법원 못지 않다"고 답했다.
단 의원은 또 "천성산 구간공사는 환경평가 후 7년만에 실시되는데, 재평가가 필요없다는 것인가. 자꾸 정부정책 사업 운운하면 환경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냐"며 "저도 단식 해본 사람인데, 50일이 넘었다는 것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얘기하자, 곽 장관은 "사업자 측에 타협안을 모색하고 지율스님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이 안 생기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손봉숙, 우리당 임종인, 한나라당 배일도, 민주노동당 단병호ㆍ조승수 등 의원 5명이 공동으로 '천성산구간 환경재평가 실시'를 의원 서명을 진행중이며, 단병호 의원은 "'고속철도 천성산구간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위한 결의안(가칭)'제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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