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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장관 등이 국사교육 축소시켰다"

국정감사, 7차 교육과정·교개위 두고 '설전' 예고

중국의 역사왜곡 사태 이후 국사교육을 축소 또는 선택과목으로 전락시킨 현행 7차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회 교육위원들이 7차 교육과정 입안에 깊숙이 개입했던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및 교육계 출신의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장 역사교사들 "7차 교육과정 설계부터 문제"**

올해부터 전국의 초·중등 교육과정은 지난 97년 12월 고시됐던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완전 개편된 상태다. 이에 따라 사회교과에 포함된 국사교과의 경우 중학교에서는 매주 2학년 1시간, 3학년 2시간씩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와 한국근·현대사 모두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있다.

이같은 국사교과 개편으로 인해 현재 중-고교에서의 국사교육은 찬밥신세다.

현장 교사들은 "일부 중학교의 경우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이를 가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또한 사회교과에 포함돼 시험이 치러지는 관계로 학생들의 학습 소홀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모 교사는 "국사교육의 중요성은 외부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에만 잠깐 관심사로 떠오르다가 이내 수그러들곤 한다"며 "역사왜곡을 자행하는 중국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사는 또 "중국은 역사를 미래 설계의 자료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역사를 사회과목에서 독립시키고, 세계사와 국사를 분리해 세계화 시대에 맞게 올바른 역사관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교사들은 "이런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도 애초 7차 교육과정을 입안했던 이들이 현 교육부 내에서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 견제역할을 해야할 국회마저 7차 교육과정 입안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어 교육과정 개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국사교육 망친 책임 철저히 따지겠다"**

이런 생각은 일부 국회 교육위원들의 생각과도 일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교육위원실의 A모 보좌관은 "국사교육의 저하 현상을 따지고 올라가다 보면 김영삼 정부 시절 7차 교육과정을 발의했던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의 책임이 크다"며 "당시 이를 밀어붙였던 안병영 교육부 장관과 교개위원이었던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 같은 당 이주호 의원 등은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안 장관은 현 교육부총리로 임명되기에 앞서 지난 95년 12월부터 97년 8월까지 교육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 기간은 교개위가 7차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워 확정·고시하기 직전의 시기였다. 7차 교육과정은 안 장관 후임으로 교개위원이었던 이명현 서울대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줄곧 추진됐다.

또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직을 맡은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4년 교개위원을 거친 뒤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98년까지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사회복지수석비서관을 역임하며 7차 교육과정 강행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와 함께 김대중정부 출범 첫해인 98년 초대교육부장관을 맡았던 이해찬 현 국무총리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밖에 17대 국회 교육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주호 의원은 지난 94년 교개위 전문위원과 98년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마찬가지로 7차 교육과정 수립에 한몫했다.

A모 보좌관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국사교육의 저하 문제는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렇듯 책임을 져야 할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정부 및 국회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문제제기는 물론 교육과정 개정작업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러나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몇몇 교육위원들은 올해 정기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시시비비를 따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교개위가 발의한 7차 교육과정 문제"**

7차 교육과정과 이를 발의한 교개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가 이달 초 발행한 <제7차 교육과정 백서>에는 "7차 교육과정은 교개위에 의해 개정이 발의됐고, 기본 틀도 교개위에 의해 제시됐다"며 "그 결과 7차 교육과정 총론 개발진들은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과정을 연구·개발하기보다는 교개위가 제시한 기본 틀 속에서 교육과정 연구·개발 업무를 수동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백서는 또 "7차 교육과정이 적용과정에서 현실성 문제로 인해 심각한 갈등과 저항을 경험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개위라는 교육 외적인 정치적 기구, 특히 철학 전공자들의 아마추어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아이디어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 또한 이번 국정감사의 질타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다른 교육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백서에는 교육부가 축소 또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버린 국사교육과 관련해 언론과 교육단체들의 끊임없는 지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의 시정보다 대응논리 개발에만 열중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며 "더군다나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청 등을 상대로 매년마다 대규모로 실태조사를 하면서도 7차 교육과정의 정착을 위해 우수사례 모집에만 열중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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